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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의 시작과 알림 #19 아픔

by 홀로서기

서로 이야기를 나눈 후 악수하며


“앞으로 잘 살아라.”


어쩌면 이 말은 최고의 말이기도 하다.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이유는 당연했다. 가정형편상 사업을 시작하는 밑천도 없었다. 사업운영과 나머지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게 도와준 사람이다. 어쩌면 나의 20대 나이에 좋은 인연을 만났다.


영업이란 것을 통해 사람과의 소통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운전도 엄청나게 했다. 업무에 필요한 서류 작성도 스스로 배웠다. 성장의 시간이었으며 파트너에게 고마움도 가지고 있다. 약 10년을 알고 지낸 사이였다. 그동안 정이 들어 이제 여기를 떠나야 하는 나의 마음에 무언가 뭉클한 구름이 생기기도 했다.


마음 한쪽에서는 내가 없으면 사업장은 문 닫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발걸음이 무거웠다. 지나온 시간을 잠시 생각하면 20대 사업의 꿈을 가지고 있었고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사회라는 곳에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면서 서로의 장점을 바라보며 이른 나이에 사장이라는 직위를 가지게 되었다.


결혼할 때도 많은 사람들이 축복해 주었다. 거래처 사장님들의 환호와 사모님 소리를 들으며 결혼했다. 결혼 후 현실 속에서 늘 회사 운영에만 몰두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너무 힘겨운 삶을 살아왔다. 끝내 이혼으로 인생의 반을 갈라놓는 순간까지 가게 되었다.


사업이 잘 되었으면 이혼도 하지 않지 않았다. 학교 졸업 후 직장생활을 했더라면 이혼하지 않았을까?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10년이란 시간은 20대 후반을 시작하여 30대 중반까지 살아왔다. 삶을 한순간에 닫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혼은 내게 현재 삶은 ‘이것이 아니야’ 답을 주었다.


미련이 있기도 했지만 모든 관계를 끊어내고 싶은 상황이었다. 사업으로 알고 지낸 모든 인간관계가 그 순간 싫었다. 여기를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져 결정했다. 사무실을 나오면서 조용히 나의 차로 향했다. 뒤를 보니 이 공간을 다시 올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 온다는 것 자체가 더욱 싫은 장소이다. 사업으로 이혼했기 때문에 나 자신을 무척 싫어했다. 차 문을 열고 시동 걸어 건물을 빠져나왔다. 주변의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지지 않겠지만, 당장에는 잊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창밖에 보이는 것은 눈에 서서히 멀어져만 갔다.


지금 차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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