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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의 시작과 알림 #26 고민

by 홀로서기

잠시 동안 말을 않고 있었다. 내 입에서 어떤 말을 했을까?


“보험? 그거 힘들지 않니?”


주변 지인들 보험 한다고 찾아가면 나를 어떻게 볼까?

도저히 입에서


“즉시 할게.”


답을 못했다.


“생각은 다시 해 볼게?”


이야기 그만하고 싶었다. 후배는 내게 여러 가지 제안과 소속되어 있는 팀장을 한번 만나보라 했다.


“그래, 알겠다. 생각해 볼게?”


할 수 있는 말이 최선이었다. 그 뒤론 후배는 더 이상 보험이야기를 말하지 않았다. 현재 상황을 알아 여기에서 더 이야기하면 좋지 않음을 짐작했는지 그만했다. 후배가 밥을 산 다 길래


‘나는 잘 먹었다.’


고마움을 전했다. 자리를 일어나 후배는 자기 일터로 가고 나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눈은 먼 곳을 자연스럽게 바라보게 되었다. 긴 한숨 쉬며 가로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저 멀리 있는 것이 왜 그렇게 더 멀리 느껴지는 것일까?

언제쯤이면 나의 손에 닿을 수 있을까?


오늘따라 내게 어떤 답을 해야 하는 것처럼 지시 아닌 지시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초조하게 만든다. 집에 들어와 거실에 앉아 밖을 내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부모님께 말씀드려야 하는 것과 돈이 당장 필요했다.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두 가지를 결정해야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때만 하더라도 어떤 고민이 있으면 오래 생각하는 편이었다. 대부분 돈이 나 자신에게 끙끙거리게 만드는 벌을 주곤 했다. 어릴 적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왔다. 그런 모습들이 얼굴이나 눈빛으로, 특히 입에서 나오곤 했다. 전처는 그런 모습을 너무 싫어했다.


결혼생활 내내 가정환경 이야기를 자주 말 했다. 이혼은 이런 부분 때문에 하게 된다. 결혼은 상대자를 보면 그 집안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밖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가을이라 그런지 해가 빨리 졌다. 모든 것은 무감각해지면서 시간이 멈춰버렸다.


머릿속에서 후배의 말이 계속 맴돈다. 며칠 제정신 아니게 살아왔다. 아직 내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도 아니지만 마음을 크게 먹었다. 오늘 부모님께 전화해야겠다는 다짐으로 폰 화면을 열었다. 어머니 번호를 찾은 후 통화 버튼에 손가락을 가까이 가져갔다.


버튼 누르는 게 쉽지 않았다. 어머니는 내게 기대가 크다. 첫째 큰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가 전부이다. 어머니 모습이 눈에 선하여 머릿속에 얼굴 표정이 그려졌다. 한숨이 저절로 나오며 통화버튼에서 다시 손을 떼게 되었다. 앞이 캄캄하여 정리가 안 되었다.


호흡 한번 한 후 통화 버튼을 다시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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