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연결 음이 반갑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 가슴을 콩닥콩닥 거리게 만들었다. 죄지은 것처럼 벌 받기 위해 준비 한 자세였다. 통화되기 전 몇 초가 얼마나 떨리고 몇 시간이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쪽 마음에서는 제발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잠시 뒤 저쪽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니는 먼저 말씀하셨다.
“이 시간에 어쩐 일인데?”
평상시처럼 말씀하셨다. 순간 나는 입이 얼어 버렸다. 심장이 더 빨리 더 크게 뛰었다. 몇 초간 가만히 있은 후 서서히 입을 열었다.
“그냥.”
간단히 말한 뒤 긴 호흡 한번 내쉰 후 다시 말을 이어갔다.
“엄마, 내 말 잘 들고 우선 듣기만 해.”
힘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는 아무 답변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셨다. 다시 나의 입을 열어
“엄마, 있잖아, 나 이혼해야 할 것 같아. 아니 이혼한다.”
이 말을 하고 나니 심장이 정지되는 듯했다. 혹시 기절할까 봐 걱정되었다. 잠시 정적이 흐른 후 어머니는 말씀하셨는데
“갑자기 무슨 일이고 어쩌다가 그리된 건데?”
전처와 딸을 찾는다.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몰라 차근히 이야기했다.
“전처와 딸은 짐 싸서 나갔어.”
어머니는 더 놀라며 말이 바빠지는 것을 느꼈다.
“머라고 나갔다고 언제?”
“며칠 전에 필요한 것 챙겨 나갔어.”
어머니는 흥분하셨는지 잠시 몇 초간 조용히 말씀하지 않으셨다. 잠시 뒤 한숨 쉬셨는지 다시 내게 물었다.
“딸은 데리고 갔나?”
이것이 중요했다. 옛날분이라 이혼하더라도 손녀를 보내기 싫었다.
“집에 오니 짐 싸서 딸과 함께 나가고 없고 며칠 동안 혼자 집에 있었다.”
어머니는
“어쩌다가 이 상황까지 온 것이고 생각도 못한 일을 저질러 놓고 지금 내가 미쳐버리겠다.”
눈치만 보며 조용히 있은 뒤 말 했다.
“그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고 이혼 이야기를 먼저 하 길래 그냥 넘겼어. 그 뒤 대화는 한두 번 해 보아도 되돌릴 수 없었어. 엄마 내가 잘못해서 그런 거지 전처 욕 하지 마라. 돈이라도 잘 벌고 조금 더 집에 신경 썼었더라면 이 지경까지 가지도 않았을 것인데, 사업한다고 한 것이 이렇게 됐지.”
한 쉼 쉬며
“내가 엄마 큰 아들이니깐 마음 아픈 것 알지만 나는 지금 더 힘들다. 그냥 잠시 나를 내버려 두었으면 해.”
이렇게 말하고 나니 어머니께서는
“네 인생 네가 살아야지.”
어머니는 화도 나고 마음이 답답했는지 전화기를 그냥 끊어 버렸다. 전화기에는 ‘삐’ 하는 소리만 귀에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