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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의 시작과 알림 #28 여동생

by 홀로서기

어머니라서 그런지 죄를 지은 기분 같아 마음이 아려왔다. 어머니에게 상처를 주었다. 남편에게 복도 없이 살아온 인생 나 하나 보고 겨우 버티고 살아왔는데, 이혼했다는 말에 엄청 속상했다.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하게 메우는데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펑펑 흘러내리는 눈물은 아니지만 아들로서 최선을 다하지 못한 마음이 죄송하고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혼자 눈가에 살짝 고이는 눈물을 닦으며 긴 한숨을 들이켰다. 다시 내뱉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왜냐면 어머니께 이혼이야기 하는 것 때문에 고민을 상당히 했다.


큰 문제 하나 해결한 것 같은 마음이랄까? 다음 차례는 내 동생들이다. 여동생과 남동생이 있는데 여동생은 좀 조심스럽다.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만 행복한 생활보다는 투 덜되며 한 번씩 못 살겠다고 하니 오빠로서 미안함 마음이 생긴다.


여동생 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통화 연결되어 먼저 내게 말했다.


“오빠가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평소 동생들과 자주 연락하는 편이 아니었다. 여동생은 시집가서 대구가 아닌 타 지역에 살다 보니 나의 안테나 영역 밖이라 늘 잊어버리고 살았다. 한 번씩 명절 때 잠시 얼굴 보는 정도가 전부다. 어머니께 내용을 말하고 난 뒤라 그런지 마음은 조금 차분해진 상태였다.


동생은 부담이 덜 되기에 조용히 말했다.


“나, 이혼한다.”


이 한마디에 여동생은 놀란 표정으로


“어쩌다 그리 된 건데?”


어머니께 하던 말과 비슷하게


“최근에 사업하는 과정에 돈도 못 벌었고 대화를 거의 하지 못한 상태로 시간이 흘러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계속 살다 간 자기 인생이 도저히 나아 보이지 않음을 안 것인지. 자기 꿈도 있으니 모든 것을 포기한 삶을 살 수 없을 것 같아 아마도 나를 손에서 놓았어.”


여동생은


“오빠도 좀 잘하지.”


비슷한 말을 했다.


“그러게 말이다. 내 잘못이 크지 대화라도 잘했더라면 이렇게 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동생에게 말하고 나니 마음은 점점 정리되는 것처럼 이혼초기보다 마음의 짐을 덜어낸 기분이다.


“나중에 전화할게.”


말하고 전화기를 서로 끊었다. 아마 여동생도 마음이 심란했지 싶다. 우리 오빠가 남에게 나쁜 짓 안 하고 늘 일반적으로 가정에 충실하게 살아온 사람인데,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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