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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의 시작과 알림 #29 남동생

by 홀로서기

이제 마지막 남동생이 남은 상태인데 나와 나이차이가 8살이다. 어릴 적 내가 기억하는 모습은 동생을 돌보며 키웠다고 할 수 있다. 서로 잔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와 성격이 잘 어울리는 편도 아니다. 전화도 거의 없는 편이고 명절 때 얼굴 보는 정도이다.


형제끼리 자주 보고 통화하는 성격이 아니다. 성인이 되고 난 뒤 더 연락 없이 살고 있다. 전화기를 계속 들고 있는 상태라 남동생 전화번호를 찾은 후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이제는 세 번째 가족에게 이혼 이야기를 한다. 어머니보다는 그리고 여동생보다는 마음의 무거움을 조금 덜어 내어 말하기가 한결 쉬워졌다.


잠시 뒤 남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이 이 시간에 어쩐 일인데?”


어쩌면 가족들 모두 다 비슷한 말로 서로 대사를 주고받은 것처럼 말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나의 입에서 이혼을 말하는 시간이다.


“동생아 형 말 잘 듣고만 있어라.”


남동생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형, 이혼한다.”


이 한마디 하니 남동생은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이고?”


놀라는 표정이었다.


“형이 사업도 그렇고 대화를 못하고 지내다 보니 너의 형수가 이혼을 하자고 하더라. 상황이 결정된 후 내게 통보한 것이라 되돌릴 수가 없었다.”


남동생은


“형, 좀 잘하지.”


다른 말을 내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아는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연락하자.”


이 말 한 뒤 남동생은


“알았다.”


이 한마디 하고 서로 전화기를 끊었다. 이제야 내손에서 전화기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마음은 어떻게 되었을까?


가족에게 이혼 이야기 하는 게 쉽지 않지만 만약 얼굴 본다면 더더욱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안 보고 전화기로 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괜히 서로 얼굴 붉히고 있는 모습만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더 불편하다. 이럴 때는 전화가 편하긴 하다.


전화기를 내 옆에서 밀어 두고 거실에 그대로 누웠다. 눈은 천정을 바라보고 날씨는 가을이라 바람이 찰랑거리며 불었다. 휘날리는 커튼을 바라보며 이제야 가장 큰 고비를 넘긴 상황이라 마음이 조금 차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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