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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의 시작과 알림 #37 생각

by 홀로서기

소장님은 내게서 해 보겠습니다. 답변이 필요한 상황인지 추가적인 말을 했다. 잠시 뒤 나는 입을 열었다.


“네, 하겠습니다. 한번 해 볼게요.”


말하고 나니 한 시름 놓은 건지 자리가 편안해지며 조용 해 졌다. 입에서 하겠다는 말 하고 나니 나도 이제 어딘가에 소속이 되어 있고, ‘아침에 출근하는구나’ 생각이 잡스러운 고민거리를 잠시나마 날려 버렸다. 언제쯤 근무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식당에서 나와 서로 인사하고 헤어졌다.


이제는 집으로 가는 길이 좋았을까? 우선은 나를 강제라도 잡아 두는 곳이 있다. 과거의 사업과 관련 없는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보험이 내게서 처음 새로운 직업이 된다. 집으로 가는 길이 여기 올 때보다는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게 되었다.


돈도 필요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계속 내게 무엇하고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거리를 만든다. 계속 질문하며 빠져나오지 못해 나 자신을 암흑 속에 더 빠트리게 된다. 다행히 아주 깊이 빠져 들어가지 않았다. 영업을 하 기 싫었지만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영업을 선택한 나 자신이 어떻게 보면 한심하기도 하다.


왜냐면 벗어나려면 완전히 벗어나는 일을 했어야 했다. 아직 방황을 하고 있어 어디론가 잠시 피난처를 찾은 것이 보험이다. 집에 와서도 어디 가서 영업하여 계약할지, 그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이 내게는 전부였다. 당장 다음 달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기존 사업하면서 알고 지낸 사람들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 과연 그 사람들이 나를 무엇으로 볼지 괜히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이혼을 나의 입으로 공개하면서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보험 한다는 말이 나를 완전히 거지 취급 할 것 같아, 아무리 생각하여도 이혼이라는 말은 하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렇게 나 스스로 결정하고 새로운 곳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 머리가 복잡 기도 했다. 지금은 어떤 것이라도 하여야 숨을 쉴 수 있고 돈이 필요하니 나 스스로 살아가려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다. 출근하는 날을 기다리며 그동안 앞으로의 삶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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