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환경을 만나다

극명한 비교군

by Min kyung

남편을 만났다. 결정도 내가 했으니 후회도 책임도 모두 내 몫이라 생각하고 결혼을 밀어붙였다. 나는 자신의 옷을 스스로 사 입으러 다니는 아버지 같은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버지는 외양을 가꾸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내가 성인이 되고 나서는 아버지 스스로가 가장으로서 자신 없어하던 모습도 보았다. 그의 잘못이라 말하고 싶지 않다. 아버지의 여러 모습들을 보면서 남자를 보는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 갔다.



남편은 나의 가족과는 성향과 습관이 완전히 달랐다. 그를 만나 가족으로부터 독립에 성공했다. 하지만 기존의 가족과 많이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편과 맞추어 살아야 했다. 나는 도시에서만 살았고, 남편은 어린 시절엔 작은 시골마을에서 성장했다. 나는 바쁜 엄마 덕분에 사교육을 받으며 자랐고, 남편은 학원 한 군데 다니는 것이 어려웠다고 했다. 나는 내가 살아온 생활 습관, 경제관념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내가 바르다고 생각한 기준으로 사는 사람을 만나 결혼했는데, 실제로 같이 살아보니 습관을 바꾼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다.


먼저 경제관념부터 달라져야 했다. 우리 부모님은 돈 관리를 제대로 가르쳐 준 적이 없었다. 돈을 모으려면 저축할 만큼은 미리 떼어놓고 나머지로 맞추어 소비하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예산에 맞게 소비한다는 것이 줄일 수 있는 범위는 지출하지 않는다는 의미인 줄도 몰랐다. 나는 '이 정도는 써도 되지 않아?' '아, 고생한 나를 위해 이건 쓰자.'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나는 목표를 세우고 이루는 방법을 전혀 알지 못했다. 나의 기준은 그냥 말뿐인 기존인었고, 원칙과 정확한 범위가 없었다.



두 번째는 정리정돈과 청소의 문제였다. 보고 배운 것이 없다는 것이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본받을 만한 대상을 만난 적이 없었다. 필요 없는 물건은 버리고, 자주 사용하는 것들을 분류하고 정리한다는 것을 어떻게 하는지 몰랐다. 엄마는 스스로 정리한 적이 없다. 누군가 해 놓으면 바꾸지 않는다. 그것이 엄마의 방식이다. 남편과 살면서 몇 가지 규칙을 정했다. 식탁 위에 필요 없는 물건을 놓지 말 것, 물건들은 제자리에 있을 것, 싱크대 설거지 거리는 치워서 없는 상태를 유지할 것 등이다. 깨끗한 집안의 예시가 눈앞에 펼쳐졌다. 내가 살던 환경과는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있었다. 물론 이것이 습관화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세 번째는 생활전반의 태도였다. 나는 부지런하지 않았다. 어릴 때는 엄마도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남편과 살아보니 진짜 부지런함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엄마는 때가 되면 해야 하는 노동을 처리하는 정도였다. 남편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4시 반 기상은 기본이다.(나에게 강요하지는 않았다) 자고 나면 이불정리, 식사를 마치고 나면 설거지, 자신이 주로 쓰는 물건 정리, 용도에 따른 물건 분류 등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나는 정돈된 환경, 질서 있는 삶을 머릿속으로만 꿈꾸었다. 그런데 가족이라는 외부환경을 바꾸었더니 한순간 머릿속에 있던 환경이 눈앞에 나타났다. 나는 살림이 간소하더라도 정리와 정돈을 잘 해두었을 때 빛이 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 방법을 몰라 답답했다. 할 줄 모른다고 말하기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배워야 했다. 엄마의 방식과 남편의 방식 중,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판단하기 어렵지만 삶의 질이 달라지는 생활습관이 있다. 주변을 정리하는 것은 머릿속을 정리하는 것과 의미가 같았다. 나는 내가 자라 온 곳과 완전히 다르고, 적응하기엔 어려운 환경에서 나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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