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일어날 때가 되었기에 이루어진다고 한다

by Min kyung

거짓말같이 머릿속에서 소리가 들릴 때가 있다. 저 밑에서 올라오는, '나를 좀 채워야 할 때가 되었어'라는 다급한 목소리. 그게 누군지 모르겠지만. 무작정 앉아서 책을 집어 들었다. 그즈음 오래되고, 참으면서 질질 끌려가던 관계를 과감히 정리했다. 나와 소통하는 사람 하나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 하나 남은 관계에서 강력한 펀치가 올 거라고 예상치 못했다.





그것은 가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때를 알리는 신호였다. 내 능력으로는 풀 수없다 생각했던 문제. 해결을 지체하면 다른 불행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강한 메시지였다. 타인을 통해 나의 모습을 보라고. 내가 지금껏 믿었던 공식으로는 해결 언저리도 못 갔다.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나의 행동. 당하고 보니 마음이 아팠다. 내가 그런 습관들을 가졌었나. 나를 이해하고 용서해야 했다. 내가 미워했던 엄마, 동생, 나의 과거, 나에게 이해의 마음을 주어야 했다. 미움을 걷어내고 본래 나의 마음으로 회복해야 했다. 미움으로 가는 생각을 시작하지 말아야 했다. 생각이 사실이 아님을 알아차려야 했다. 살아 움직이는 연극에게 '이제 그만!'을 외치는 것.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제법 지나갔다. 지난 일도 돌아봤다. 지난 일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나. 몸을 건강하게 하는 습관에 집중하고 마음은 그곳에서 떠나도록 애도했다. 한참을 묻어두었던, 하고 싶었던 일들도 꺼내보았다.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숨을 쉬고, 살아있음을 새로이 느꼈다. 눈을 떠 앞을 볼 수 있고, 내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 아침에 눈 뜰 때 감사의 말을 하고, 잠들 때 주어진 하루에 감사했다.




그런 시간을 가져보니 나에게 새로 채워지는 감정들이 있다. 주변을 보듬어 주고 싶다는 생각. 나와 상관없는 타인이 아니라 나와 가까이 있는 존재들이 의미를 가지게 되었고 그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생겼다.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말 한마디라도 건네면 그땐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내 곁에 있어줌에 마음으로 감사를 건넨다. 사랑을 표현한다. 그 끝에서 깊은 그리움이 올라왔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던 사람,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이었다.


잘 지내고 싶었다. 아버지가 나를 어떤 딸로 생각하는 지도 알고 있었다. 마음으로 많이 아꼈다. 부모로서 표현하고 싶었던 사랑이 더 크다는 것을 이젠 안다. 마음으로 숨기고 전달하지 못한 사랑은 상대가 알아채기 전엔 알지도 못하나 보다. 부모와 자식사이에도 이런 거리가 생기다니. 한참 후에나 알게 되었다. 지금 느끼고, 지금 말하자. 내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만약 갈등의 상황에 있다면 되도록 해결하라고 권하고 싶다. 갈등에서 오는 감정적 소비들은 에너지가 많이 든다. 시도 때도 없이 시작되는 생각들은 다른 것들이 들어올 공간을 주지 않는다. 이기적인 존재들이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고, 해결을 위한 때는 반드시 온다. 그때를 알아차리면 된다. 신호와 의미를. 이들을 알아차릴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지난 일에서 자신에게 어떻게 반복되는지 짚어보는 것도 좋다. 나에게 일어난 일들은 모두 일어날 만한 때가 되어 일어났다고 믿는다. 그리고 지금은 무엇을 해야 할 때인지 살핀다. 나에게는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일들이 있다. 그 일들을 해야겠다. 그러고 나면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된다. 혹시 감정을 숨기고 있다면 그들을 꺼내 놓으라. 내놓는 것이 잘 못된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럴 곳이 마땅치 않으면 다른 방법이라도 찾기를 바란다. 그것들을 충분히 느끼고 보았다고 생각이 들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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