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으로 말하면 비겁한 이중 인격자
그래 대놓고 남편 욕 좀 하자.
때론 이렇게 말한다."걔가 천성은 착해." 그래 갸가 천성은 착하지. 그런 보드라운 인성에 난 이 남자라 결혼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세심하고 다정하고 착했다.
사람은 겪어 봐야 안다고 했는데, 두 계절이 지난 연애를 하고 나는 내가 파 놓은 함정에 빠졌다. 결혼하고 첫 멘붕은 곧 찾아왔다.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그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혼 후 10년도 훌쩍 넘은 후에 나는 물었다. 그 말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었냐고. 이제는 나도 감을 잡을 수 있지만 그때는 어조가 너무 강해서 그 말을 너무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하고 살았다.
나는 신혼 초에도 친정에 의존하는 일이 많았다. 엄마가 뭐라고 하면 그대로 따르는 경우가 많았고, 친정부모님의 뜻에 따르는 것을 남편은 보고 있었다. 아마도 이런 모습들이 그에게 반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때는 더욱 혈기왕성한 시기였고, 통제하려는 감정이 앞서있었을 것이다. 쉽게 말하면 주도권 싸움에서 확실히 우위를 차지하고자 한 의도로 이해된다.
거기서부터 시작이었다. 나는 그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 왔다. 물론 부부가 한 팀이 되어 같은 생각에 이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효율적이기도 하다. 중간에 여러 가지 사건, 사고를 겪으면서 더욱 이러한 생각은 굳어졌고, 나의 반대의견이 강하게 나올 때 우리는 더욱더 큰 갈등을 맞이했다. 그래서 이 남자와 살 생각이라면 내 의견과 생각을 접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나도 단점이 있다. 흠도 있다. 결혼할 당시에 나는 모아놓은 돈이 많지 않았다. 빚으로 혼수를 했다. 결혼하고 남편이 알뜰한 덕분에 빚을 갚고 새 인생을 살 수 있었다. 나는 정리도 잘 못한다. 물건을 둔 자리가 그 자리이고 정리정돈은 나에게 어려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상대를 맞추어 주는 것은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다. 그가 말하는 것은 최대한 집중해서 들어줄 수 있다. 나에게 수정을 요구하는 부분은 내가 할 수 있는 한 수정할 의사가 있다. 노력할 수 있다.
남편은 장점이 있다. 성격이 부드럽고, 착하고, 생활력이 강하다. 단점도 있다. 단점들 가운데 고치지 못하는 것은 술과 관련된 것이다. 술을 먹을 때 이성이 있는 상태로 가볍게 먹을 때보다 취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럴 때는 그 자신의 모습은 사라진다. 다른 자아가 나타난다. 신경질적이고, 비꼬는 말을 잘하는 다른 인물이 된다. 아주 한동안은 만취해서 나타는 자아가 내뱉은 말에 상처받고 다음날도 슬퍼한 적도 많았다. 그리고 이 기간은 8년 정도 지속된 것 같다.
처음에는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라는 별명을 주는 등으로 웃으며 넘겼다. 술에 취해 한 말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고 농담으로 해결하지 못할 감정상태까지 와 있다. 나는 술에 취해 나타나는 그분이 싫다. 어머님도 아버님이 때로는 아주 못되게 말씀하셔서 속상했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아버님은 술을 아예 못 드신다. 그런데 이건 그런 문제와는 좀 다른 것 같다. 아주 다른 인격체가 되어 비꼬는 말을 하는 사람은 내가 결혼한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말이나 대우를 받을 어떤 잘못이 없다.
대략 5년 전에는 자신이 갱년기라 힘들다고 봐 달라고 했었다. 지금은 그냥 힘들어 보인다. 그런데 그렇다고 모든 서포트를 다 하고 있는 내가 나를 완전히 소멸시켜야 할까? 미안하지만 난 그럴 만한 인내심이 없나 보다. 내가 다시 술 취한 존재가 한 말에 기분 상해하고 있는 모습을 보기가 싫다.
쓰레기를 던진다고 다 받으면 안 된다는 말도 떠 올려보지만 소용이 없다. 쓰레기 던지는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 이제는. 버티는 것도 이제는 좀 힘들어진 것 같다.
집에 있는 술잔과 남성기능에 좋은 약술이라는 것을 버릴 예정이다. 그리고 남편에게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이제 나는 참기가 힘들어진 것 같다. 이 말을 하는 것도 마지막일 것 같다. 힘도 빠지고, 인내심도 빠진 나의 말에는 더 이상의 분노가 없었다. 진짜 마지막으로 말했다. 술이 원인이라면 술을 제거하면 되겠는데, 그 이상이라면 나도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