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으로 조금 느려진 밤

대단하지 않은 날들의 기록

by 에시


오늘 이른 저녁, 서울에는 첫눈이 내렸다.

그새 길 위에 도톰하게 쌓인 눈은

가로등 불빛을 받아 잔잔하게 퍼지며

주변을 은근히 밝게 했다.

눈이 빛을 흩어 보내는 '확산 반사' 덕분에

어두운 밤도 마치 은은한 조명을 켠 듯

어쩐지 따뜻하게 보였다.



공기 중에 남아 있던 작은 수분들도

불빛을 만나며 가볍게 반짝이며

빛이 천천히 퍼져 나가

거리 전체가 부드러운 필터로

덮인 것처럼 보였다.



크게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이 눈 길 위에서 왠지 발걸음이 느려졌다.

하루 동안 복잡하던 생각도

눈 위로 흘러가는 빛처럼

조용히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첫눈이 내린 오늘 밤은 그렇게

부담 없이 마음을 눕히는

포근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