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대단하지 않은 날들의 기록

by 에시

음율이라는 가수의 ‘행복이론’이라는 노래를 들으면

이런 가사가 나온다.


“행복하기 때문에 상처 입는 거라면

차라리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나는 이 문장을 수년간 마음속에 품고 살아왔었다.

그래서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이상하게도 반가웠다.

누군가가 내 마음속 어딘가에 오래 놓여 있던 문장을

그대로 꺼내 노래해 주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통 행복을 목표처럼 말한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애쓰고,

더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마음을 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행복이 깊어질수록

동시에 두려움도 커진다.

그것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행복은 늘 무언가를 함께 데려온다.

기대와 애착, 그리고 상실의 가능성이다.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것을 잃을 가능성도 함께 생긴다.

무언가를 소중히 여기게 되면

그 대상이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함께 따라온다.

(그럴때면 좋은 곳에서 더이상 아프지 않고 편히 지낼

나의 소중한 반려묘 항상 떠오른다.)


그래서 때때로 생각한다.

처음부터 행복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아프지도 않았을 텐데.


행복은 마음을 열게 한다.

그리고 마음을 연다는 것은 동시에 방어를 내려놓는 일이다.

그래서 행복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아주 연약하다.

조금만 흔들려도 금이 가고,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깨져버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행복하지 않기를 원하는 것일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행복 자체가 아니라,

행복이 끝난 뒤에 남는 공허일지도 모른다.

한때 따뜻했던 온기가 사라진 자리를

견뎌야 하는 그 순간 말이다.


그래서 어떤 날에는 차라리 처음부터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아프지는 않았을 거라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사람은

다시 행복을 향해 마음을 연다.

다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고,

다시 어떤 순간을 소중히 여기게 된다.

그 끝에 상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어쩌면 행복은 상처와 함께 오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감수하면서도 선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여전히 행복을 원한다.


그래서 자주 이 가사가 떠오른다.

행복하기 때문에 상처 입는 거라면

차라리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그 말 속에는 아마도

여전히 행복을 포기하지 못한 마음이 숨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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