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德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그 신하를 임금이 중용하는 것, 재주가 보잘것없는데도 높은 직책을 주는 것, 공을 세운 바 없는데도 후한 상을 내리는 것.
「회남자淮南子」(유안)를 보면 이 세 가지는 임금과 나라를 망하게 하는 위험요소라 기록되어 있다. 정치나 기업 경영이 그다지 다르지 않은 법. 이 세 가지 유형에 해당하는 인물이나 친인척을 요소요소에 배치하는 건 마치 아름드리나무를 화분에 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뿌리를 뻗지 못하는 나무는 더더욱 위로 자랄 수 없다. 뿌리를 붙드는 건 싱싱한 가지를 자르는 것보다 훨씬 나쁘다.
덕을 갖추지 못한 장수는 휘하 병졸을 다스리는 데 오직 명령뿐이다. 매번 명령을 내려 지시대로 이행시켜야 하므로 그 조직은 생동감이 있을 수 없다. 능력이 없음에도 중책을 맡은 자는 오로지 보이기 위한 일에만 매달린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위치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또 공功이 없음에도 다른 사람의 공에 묻어 무임승차하게끔 하는 식의 논공행상論功行賞은 공을 더 세울 수 있는 이들까지 무능하게 만든다.
「삼국지三國志」의 고사 중 하나, 읍참마속泣斬馬謖. 유비의 촉나라는 조조의 위나라를 치기 위해 제갈공명을 앞세워 기산으로 진격 중이었다. 제갈공명은 가장 아끼는 부하 장수 마속에게 군량미의 보급로를 굳게 지킬 것을 명한다.
그러나 마속은 제갈공명의 명을 어기고 적극적인 공세로 사마의가 이끄는 위나라 군사들에 대항하였고, 결국 대패하여 얼굴을 들 수 없을 지경에 처하고 만다. 많은 휘하 장수들의 진언에도 불구하고 제갈공명은 마속의 목을 베도록 했다.
“마속은 훌륭한 장수임에 틀림없고 내가 너무나 아끼는 장수지만 대의를 바로잡기 위해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제갈공명은 마속의 죽음을 지켜보며 소매로 얼굴을 가렸다. 그를 죽여야 하는 슬픔을 참지 못해 울었고, 대의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군사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했음이다.
제갈공명은 삼국지의 여러 장면에서 공과 사를 구별하여 공을 세운 이에게 후한 상을 내리고, 큰 죄를 지은 자에게 벌을 주는 모습을 보인다. 뛰어난 지략과 엄격한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적용으로 처음 그를 가벼이 보았던 관우와 장비까지 휘어잡을 수 있었고, 그를 아는 수많은 이들에게 추앙받는 재상으로 각인된다.
상을 주어야 할 때 상을 주고, 벌을 내려야 할 때 벌을 주는 것은 어느 조직사회나 다르지 않다. 논공행상, 신상필벌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으면 반대세력이 생겨나기 일쑤다. 역시 국가발전을 저해하고, 경영성과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권을 내놓고 나면 여지없이 친인척 비리로 이어지는 게 예정된 코스였던 우리 시대였다. 새로 출범하는 정권, 혹은 조각組閣에 맞춰 중책을 맡은 이들, 벌거벗기 듯한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여 어렵게 나랏일을 맡게 된 이들이라면 회자해 볼만한 대목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