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외설악 천불동 계곡에서의 아찔한 스킨십

<국립공원>설악산

by 장순영


시오리 계곡 넋 나간 채 올라

보이는 것마다 천국

굽이굽이 돌아 돌아 천의 불상

대할 때마다 극락

단풍 물들다 아예 불이 난갑다

봉우리마다 폭포마다

향내음 가득



201E68404F5F843F1D 골에 이르면 산도, 물도, 사람도 물들고 만다.


혼자 가든, 여럿이 가든 설악산에 들어서면 눈에 들어오는 것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설렘의 연속이다. 짝사랑하는 여인이 만나자는데 열 일 제치고 만나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 여인을 만나러 왔다. 만났다. 여전히 설렌다.


1377B13D4F5F84BB16 노랑과 초록으로 대강 구도 잡은 캠퍼스에 붉은 물감 붓질이 시작된다.


비선대를 지나 마등령이 아닌 왼쪽 천불동계곡으로 방향을 잡는다. 천불동은 산과 물과 사람, 이렇게 셋에 그치지 않고 가릴 것 없이 물들이며 온 세상을 적화시키는 중이다. 그렇게 가을과 설악과 한데 물들어가며 시나브로 넋을 내려놓는 중이다. 행복하다.


177239464F5F845F05 곱게 채색되는 건 물이든 바위든 가리지 않는다. 와선대, 비선대에 이르러서다.


1817474F4F5F86F708
1860603E4F5F853914

흔희들 지리산을 남성에 비유하고 설악산을 여성에 견준다. 장대하고 너른 지리산의 풍채, 지극한 아름다움의 여성미를 지닌 설악산, 아마도 그런 정도의 의인화擬人化 때문이겠지만 이는 설악산의 실상에 대해 미진할 정도로 간과한 측면이 있다.

가장 여성적이라는 외설악까지도 꼼꼼히 살펴보면 먼저 비선대에 이르러 우뚝 솟은 삼형제봉의 위용을 접하게 된다. 더 올라 공룡능선은 차치하고라도 톱날처럼 혹은 송곳처럼 하늘을 떠받치는 천불동계곡의 침봉들은 그 기세가 얼마나 드세고 강인한가.


136C06414F5F857735

그러나 강함은 유함에 속하므로. 그 강인함이 극도의 아름다움을 드러낸 설악의 풍광에 휘감겨있기 때문일게다. 가을 설악의 비상한 용모에서 이상적인 여인상을 보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건 아닐까.


1530AE454F5F85CB03

양쪽의 기암절벽이 천개의 불상이 늘어선 형상이라는 천불동千佛洞답게 봉우리들은 하늘이 무너질세라 쭉쭉 팔 내밀어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깊게 팬 협곡의 암반을 타고 흐르는 폭포수는 인위적으로 조경 한들 저리 꾸미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게 한다. 그 폭포가 잠시 머물러 거울처럼 비추다가 다시 애무하듯 바위를 타고 흐르며 보석처럼 빛을 발산하곤 한다. 보이는 것마다 살아있다.


1915C9444F5F86030B
1577F43D4F5F85A019
16215E4E4F5F86A01B
16204D4B4F5F86D930


설악산


설악산이여!

이 밤만 지나면

나는 당신을 떠나야 합니다.

당신의 품속을 벗어나

티끌 세상으로 가야 합니다.

마지막 애닯은 한말씀

애원과 기도를 드립니다.


설악산이여!

내가 여기와

흐르는 물 마셔 피가 되었고

푸성귀 먹어 살과 뼈되고

향기론 바람 내 호흡되어

이제는 내가 당신이요

당신이 나인 걸 믿고 갑니다.


설악산이여!

내가 사는 동안

무슨 슬픔이 또 있으리이오.

아픔이 있고, 외로움이 있고

통분할 일이 겹칠적이면

언제나 사랑의 세례를 받으려

당신만을 찾으리이다.


- 노산 이은상 -



146F124D4F5F871D10
1122534A4F5F86BD04
200FD7474F5F873C10 양폭산장
112A3C484F5F87580B


한동안 넋 내려놓고 올라오니 눈에 차는 것마다 아련한 그리움이다. 천 명의 부처 일일이 뵈어 깨우침 얻으니 담아지는 것마다 오묘한 비움이다.




때 / 가을

곳 / 설악동 매표소 - 신흥사 - 와선대 - 비선대 -문수동 - 오련폭 - 양폭 - 천당폭 - 희운각대피소 - 원점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