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지리산
지리산의 여름은 많이 후덥거나 크게 습하지 않다. 그런 날 형과 성삼재로 왔다.
노고단은 통제시간이라 오르지 못하고 쳐다만 본다. 지리산 산신이자 한민족의 어머니라고 전해 내려온 노고 할미의 유래가 있는 곳이다.
돼지령, 임걸령을 지나 노루목까지 왔다. 반야봉의 지세가 피아골 쪽으로 가파르게 흐르다가 잠시 멈춰 노루가 머리를 치켜든 형상과 흡사하여 명명된 노루목이란다.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의 접경인 삼도봉을 지나고 꽃이 활짝 핀다는 고갯마루, 화개재. 여기서 물물교환의 장터가 열렸다니 좀처럼 상상이 가지 않는다.
숲 속 개울물 줄기가 구름 속에서 흐른다고 하여 명명된 연하천은 그 명칭만큼이나 아름답다는 곳인데 오늘 밤은 연하천과 그 주변이 비박 인파로 북새통이다.
세석평전까지 왔다. 철쭉 대신 희열이 만발한 고원의 너른 품에 결코 호사스럽지 않게 피는 연분홍 철쭉의 멋들어진 풍광을 자아낸다.
눈을 붙이는 둥 마는 둥 선잠에서 깨어 어둠 속 촛대봉과 장터목을 지나 새벽바람 가르고 천왕봉에 이르렀다.
해발 1925m. 남한 내륙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정상은 일출을 맞이하려는 산객들로 붐볐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 일출이지만...
결국 일출을 보지 못하고 걸음을 옮긴다.
걸어온 길, 까마득히 보이는 노고단과 여인네의 풍성한 엉덩이 같은 반야봉을 바라보며 어제부터의 여정을 되짚어본다. 짚이는 곳마다 숨이 가쁘지만 의미 있는 여정이다.
써리봉을 내려와 시야에서 곧 사라질 지리 제1봉을 아쉬워한다.
이제야 구름을 벗어나 중천에 떠오른 해를 보게 된다.
산에 오르면 헤아리고 가다듬어 차곡차곡 쌓아두게 된다.
산에 오면 아쉬워 남겨두었던 것들 쓸어 모아 툭툭 던져버리게 된다.
눈에 가득 아름다웠던 날들, 감사했던 이들 여미어 담아두게 되고,
없어져도 그만일 욕구 부스러기들 훌훌 털어버리게 된다.
유평 날머리까지 이르렀다. 결과가 좋을 때 고행을 함께 겪은 이들은 공통된 행복감을 느낀다. 여기서 요기를 하고 대원사 주차장까지 천천히 걸어 내려간다.
때 / 여름
곳 / 성삼재 - 노고단 - 임걸령 - 노루목 - 삼도봉 - 화개재 - 토끼봉 - 연하천 대피소(1박) - 삼각봉 - 형제봉 - 벽소령 대피소 - 칠선봉 - 영신봉 - 세석 대피소- 촛대봉 - 연하봉 - 장터목 대피소(2박) - 제석봉 - 통천문 - 천왕봉 - 중봉 - 써리봉 - 치밭목 대피소 - 새재 갈림길 - 유평리 - 대원사 - 대원사 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