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의 5산 /1

불수사도북 5산 종주(5-1)

by 장순영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불수사도북 5 산 종주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딴 나라 사람들의 소재거리였다.

불암산과 수락산을 연계 산행해봤지만 그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산행의 적정선이라고 여겨왔다.

거기에 사패산을 다시 올라 도봉산과 북한산을 잇는다는 건 내가 넘볼 상대가 절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점점 불수사도북이란 용어가 뇌리에서 맴돌기 시작한다.


'한 번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꿈틀거리는 도전의식은 마치 욕정을 품은 수캐처럼 스스로를 감당할 수 없게 만든다. 어쩌랴, 타고난 기질이 맘먹으면 일단 부딪쳐봐야 직성이 풀리는 걸. 그렇게 해야만 내가 넘어야 할 산이 아님을 알고 깨끗이 포기하는 체질인 걸.

그 산들의 부드러운 품에 한껏 안기자. 그 산들의 관절 곳곳을 한껏 애무하자. 그렇게 해보자.

중도하차라는 오명은 자기 자신만 곱씹으면 된다. 누구에게 알릴 이유가 없다. 그런데...

혹여 심장발작 같은 사고라도 당한다면? 그래, 생명부지가 우선이다. 가까운 산우 B에게만큼은 알리자.

거기 덧붙여 그래도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 재산이랄 것도 없는 알량한 통장 두 개의 갈피에 비밀번호를 적은 쪽지를 꽂아놓고....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몇 번이고 읊조리며.... 배낭을 챙긴다.

세상에 태어나서 무얼 하고자 하는데 이처럼 떨린 적이 있었던가.

초등학교 시절 독감 예방 불주사 맞을 때보다 더 떨려온다. 처음 총각딱지를 뗄 때보다 더 긴장된다.

나다운 건지, 전혀 나답지 않은 건지 도대체 모르겠다.


어둠이 깔린 저녁 6시경, 집을 나서는데 제일 먼저 오르게 될 불암산은 이미 루비콘강이었다. 강물이 불어 되돌아갈 수 없는....




"넌 내가 지켜줄 터이니 아무 걱정 말고 네 길을 가거라."


오후 6시 50분 하계역 5번 출구로 나와 중계본동까지 걸어갈 요량으로 불암산 들머리 청록 약수터를 묻는데 버스를 타서도 20분이 넘게 걸린단다.


산행지도를 펼쳐보니 몇몇 구간은 생소했다. 한 번도 산행해보지 않은 등산로. 그래 어딘 들 태초의 인간이 밟은 땅이 있었던가.

그런데 이런 걸 해야 하는 이유가 뭐지?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체력 점검? 의지력 확인?

그 어떤 것도 대수로운 명분이 되지 못한다.

그래. 그런 의미나 명분조차 따지지 말자. 아담과 하와가 무얼 헤아려가며 선악과를 따먹었던가.


"오로지 거기 그 산들이 존재하므로 내가 간다.


버스를 타고 1142번 종점까지 와서 쉽지 않게 청록 약수터 진입로에 들어섰더니 예수님께서 더욱 떨리는 마음을 풀어주신다.


"넌 내가 지켜줄 터이니 아무 걱정 말고 네 길을 가거라."


이때가 정각 7시 30분


서울의 마지막 재정비구역, 반 이상이 빈집으로 곧 철거될 듯한다. 분위기가 도통 아니다.


불암산 들머리 250m 직전 지점


학도암

고시촌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고시공부를 하거나 경을 읽으며 정진하거나 다 무언가를 위한 고행이겠지.


점차 도심이 멀어지기 시작한다


저 불빛들마저 없었다면... 더 큰 두려움이 몰려왔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전력이여! 지난번처럼 정전사태를 일으키는 실수를 범하지 말기를..."


뇌까리는 것마다 기도다.


금맥을 캐들어가는 광부의 심정으로 한걸음 한걸음 끝을 보리라.


산은, 계절은 말할 것도 없고 시간만 달리해도 새로운 모습을 연출한다.


깜깜한 산이지만 보이는 게 무수하고 보이는 것마다 새롭다. 저처럼 넓은 곳을 밝혀주면서도 또 수많은 단점들을 가려준다. 정치력 부재, 몰염치한 행정부조리, 무능한 교육정책, 개그맨을 고소하는 국회의원 등등... 다 가려준다. 산이기에 그런 것들을 잊을 수 있도록 끔 한다.


불암산 정상 아래의 두꺼비바위가 밤이라 그런지 눈물을 글썽이며 무언가를 호소하는 듯 보인다.


조금 밑으로 내려가면 최불암 씨가 불암이란 이름을 빌려 쓰며 불암산을 칭송한 글이 있지만 막 녹화 마치고 잠든 최불암 씨가 깰까 봐 거긴 들리지 않기로 하자.


헬기장 너머의 도심 야경이 곧 겨울이 올 것을 알리는 양 스산하다.

"꾸룩꾸룩" 불암산 꼭대기에서 두꺼비 울음소리를 이명처럼 귀에 담고 수락으로 향한다.


불암산 정상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애국가 가사는 오자가 없더라.


쥐바위

총 도상거리의 1/20도 못 왔으나 시작이 반이라지 않던가. 따끈한 커피 한 잔에 스스로를 위로하고 가야 할 방향을 잡는다.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 쪽에서 두 개의 불빛이 보이고... 나 홀로 산행을 할라치면 가끔은 혼자일 때보다 사람을 만날 때 더욱 겁이 나는 경우가 있더라. 아무 탈없이 새벽이 훤히 반겨줄 거라는 산우의 격려 메시지를 떠올리며 하산길을 재촉한다.


수락산으로의 이음길 덕릉고개 방향은 잘 잡았는데

30여분을 잘 내려가다가 길을 잘못 들어 헤매다가 야구장 불빛만 보고 빠져나온 곳이 3.16관이라는 곳이다.

젠장! 기도원 마을로 내려온 모양일세.


3.16관에서 약 1km를 지방도로로 걸어오니 덕능마을의 흥국사 입구가 나온다.


'짜증 내지 말자. 자책하지 말자.'

예정에 없는 언덕 차로를 추가로 걸으며 마음을 달랜다. 심신이 모두 피로해지면 안 되기에.


그래도 얼굴에 심통이 난 건 감출 수가 없고.


3km 이상을 더 걸어서야 나타난 덕능 고개 동물 이동통로

왼쪽이 불암산이고 오른쪽이 수락산 방향이고 여기가 노원구와 남양주의 경계라는 걸 알게 됐다.




덕능 고개 동물이동통로를 올라 수락산으로


여기 오지 않았다면 지금쯤 저 불빛 속 어딘가에서 처음처럼에 취기가 오르는 중이 아니었을까.


불빛을 벗 삼아 반딧불이처럼 스스로 발광發光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도솔봉에 닿았다.


도솔봉에서 그다음 진입로가 안 보여 잠시 헤매다가 조심조심 바위를 돌아 개구멍처럼 드러난 소로를 발견한다.


도솔봉 아래부턴 다시 넓은 길이 나오고 이어 수락계곡 갈림길까지 무난히 왔다.


치마바위를 지나 야경을 바라보며 잠시 땀을 식히니


뿌옇게나마 구름 사이로 달빛이 보인다.


"한가위도 아닌데 달빛이 이렇게 반가울 수도 있구나."


코끼리바위까지 왔다.


달은 좀 더 높이 솟고 좀 더 밝아져서 다소나마 몰려드는 외로움을 덜어준다. 달빛을 오른팔 삼고 보무당당하게 어깨를 펴본다.

철모바위

수락산엔 바위도 참 많다. 여긴 철모바위다. 바위 모양을 봐선 이 철모를 쓰는 군인은 상당히 짱구일 거란 생각이 든다. 야간산행을 할라치면 노상 생각이 단순해지더라.






하계역- (Bus) - 1142번 종점 - 중계 복지회관 - 청록 약수터 - 학도암 - 봉화대 - 두꺼비바위 - 불암산 정상 - 폭포 약수터 갈림길 -*사회인 야구장 - 3.16관 - 기도원 입구 - (지방도로) - 덕능마을 - (지방도로) - 흥국사 입구 - (지방도로)* - 덕능 고개 - 송신탑 - 도솔봉 - 치마바위


*사회인 야구장 - 3.16관 - 기도원 입구 - (지방도로) - 덕능마을 - (지방도로)* - 흥국사 입구 - (지방도로) *

: 길을 잘못 들어 알바를 한 구간



https://www.youtube.com/watch?v=TLvWFjrbsaI&t=14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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