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도사수불 5산 종주(5-2)
<도봉산 구간>
북한산을 내려와 송추 구간 둘레길로 접어들면서 두 번째 도봉산행이 이어진다. 이때가 새벽 3시 40분.
하산했다가 다시 또 하나의 산을 오르는 건 극심한 피로를 느끼게 한다. 남들이 말하는 미친 짓,
그 미친 열정이 없으면 이 밤중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여성봉에 오를 무렵 날이 밝아온다. 도봉산의 새벽녘도 여전히 덥다.
여성봉에 이르렀을 때는 날이 밝았다. 여성봉을 배경으로 찍는 셀카가 어색하다.
일찌감치 잠에서 깬 다섯 형제가 반가이 맞아준다.
"우리가 다시 만나는 게 두 달가량 됐지?"
"그려. 지난봄에 왔다가 그대 다섯 형제들한테 식사 대접받고 갔잖아요."
"그랬지. 아직 많이 남은 길 조심하게나."
여명의 붉은 꼬리가 가야 할 사패산 위로 길게 누워있다.
지나온 북한산의 노적봉과 백운대가 아득하다.
"오늘도 많은 방문객들이 올 텐데 푸근히 맞아주에요."
5산 종주의 정석대로 걸었다면 우이동 입구에서 우이암을 거쳐 이리로 올라왔을 터였다.
"힘 내게!"
북한산 최고봉의 격려가 가까이서 들리는 듯하다.
멀리 우이암이 보이고 그 양쪽으로 우이암 능선과 보문능선이 갈라져있다.
서울 강북구 일대의 도심이 아침나절부터 짙게 깔린 연무로 흐릿하다. 미세먼지 인지도 모르겠다.
도봉산 사령부도 800m 앞으로 좁혀졌다.
지나온 봉우리들을 아직도 수없이 뒤로 돌려세워야 하겠지.
그래야만 저어기 오른쪽의 불암산에서 완주의 희열을 맛볼 수 있으리라.
신선대에 누군가 먼저 올라가 있다.
계단 오르는 게 아주 힘들 지경에 이르렀다.
또다시 보게 되는 자운봉이 아직 선잠에서 깨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신선대는 언제 올라와도 늘 신선하다. 힘들게 먼 길을 와서 돌아보는 그 산은 마치 지난 인생을 회고하는 기분이다.
언제 보아도 만장봉의 뒷모습은 먹잇감을 노리는 암사자의 순간 멈춤처럼 야성적이다.
또 가자. 저기 포대능선의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사패능선으로.
도봉산 바위능선은 겨울이든 여름이든 언제 봐도 멋지다.
석수에 능통한 장인이 다듬어 새워놓은 것 같은 바위들과
매끈하게 기울어진 단애
거대한 바위들의 훌륭한 전시장이다.
Y계곡으로 건너뛰기엔 힘이 빠져 자신이 없다.
포대능선과 사패능선 끝으로 사패산 정상이 보인다.
민초샘 옆의 층층 바위를 지난다.
뒤돌아본 도봉 3봉, 선인봉, 자운봉, 만장봉이 배웅해준다.
이 길이 늘 까다롭다.
능선마다 봉우리가 뚜렷이 구간을 구분한 도봉산이다.
산불감시초소에서 한 번도 감시원을 본 적이 없다.
사패산으로 가는 내리막 계단길을 무겁게 내디디게 된다.
다시 사패산으로 오른다.
목표한 5산 종주의 5분의 3 이상은 마쳤지만 체력은 거의 바닥나기 시작했고 더위가 몰려오는 시간이라 지금부터가 훨씬 힘들 것이다.
"신이시여! 끝까지 가고 못가고의 여부는 신께 맡기겠나이다. 다만, 제 의지가 포기하는 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힘을 주소서!"
곳 / 송추 - 오봉탐방지원센터(1.9km) - 여성봉(2.0km) - 오봉(1.2km) - 오봉 고개 - 칼바위 - 주봉 -
자운봉(1.7km) - 신선대 - 포대능선 - 사패능선 - 회룡골 갈림길(2.5km) / 총 9.3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