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봉산
덕구온천이 알려지기 전의 응봉산은 강원도 삼척과 경북 울진이 접하는 오지에 있는 무명의 산이었다가 지금은 산림청이 지정한 100대 명산에 어엿이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산 주변으로 전인미답의 여러 계곡을 끼고 있어 계곡 트레킹에도 적합한 산이다.
동익, 영만, 진관 세 친구와 주말 산행으로 멀리 울진 응봉산에 왔다.
초가을답게 높고 청명한 하늘을 머리에 이고 계단을 오른다.
송이향 폴폴 풍기는 소나무 숲길은 얌전하고 차분하다.
등산로 곳곳에 비치한 산불 초기진화를 위한 간이 소화수가 놓여있다. 담배 피우는 산꾼들을 위한 배려인가 보다.
바다가 하늘과 붙어버렸다.
참고운 가을빛이다. 엊저녁부터 말려 쨍쨍하게 눈부신 햇살을 뿌려준다. 보고팠던 응봉산 골짝에서 맞는 가을이라 더 곱고 더 아련한가 보다.
송이버섯의 산지답게 울창한 소나무가 계속 따라붙는다.
길었던 초록물 뚝뚝 떨어뜨리고 이 산도 곧 붉게 채색되겠지.
아직 걷어내지 못한 낙엽 위로 붉었던 이파리가 또 떨어질 테고.
솔향 그윽하게 풍기며 가을은 바다와 산과 또 우리와 마주했다.
무명의 오랜 설움을 떨쳐내고 싶었을까. 정상석이 엄청 크다. 해발 998.5m의 응봉산 정상, 2m가 넘는 정상석을 감안하면 응봉산은 세 자리 숫자를 초월하는 높이인 셈이다.
안내판에 울진 쪽에서 보면 비상하는 매의 형상을 하고 있어 매를 일컫는 응鷹자를 표기해 응봉산이라 명명했다고 적혀 있다.
모두 허기를 느낄 시간 하산길로 접어든다. 온정리 원탕 쪽 덕구계곡 방면으로 걸음을 옮긴다. 두 곳의 헬기장을 지나고 금강송에 둘러싸인 전망대부터는 경사가 급하다.
응봉산에는 우람한 소나무들이 많은데 특히 기둥 줄기 붉은 소나무들을 많이 보게 된다. 황장목이라고도 불리는 금강송인데 8만여 그루가 자생한다고 한다.
"얼마나 사랑했으면 저렇게 휘감아 안았을까."
등산로 옆 절벽으로는 금강소나무 군락지와 잡목 숲이 교차해서 나타난다.
가파른 너덜 길을 지나 계곡과의 합수점인 포스교에 이르자 콸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응봉산 원탕 하산로에는 열세 개의 다리가 있다. 세계 각국의 다리 모양을 본떠 만들었고 그 명칭을 인용하였다. 제13 교량인 영국의 포스교를 막 건너왔다.
온천수는 칼슘, 칼륨을 포함하여 열두 가지 성분이 함유된 섭씨 42.4도의 자연 용출 온천수이며 신경통, 당뇨병 등 각종 질환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3단 돌탑으로 세운 덕구온천 원탕은 분수처럼 온천수가 뿜어 오르고 있다.
약 600여 년 전 고려 말기에 큰 멧돼지를 발견한 사냥꾼들이 활과 창으로 큰 상처를 입혔는데도 도망가던 멧돼지가 어느 계곡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더니 쏜살같이 사라지더란다. 사냥꾼들이 그 계곡을 살펴보니 온천수가 용출되는 것을 발견하여 덕구온천이라 명명했다고 팻말에 적혀 있다.
내려오면서 두 번째 건너는 12 교량은 중국 최대 협곡에 설치된 연장 330m의 트러스트교인 귀주성 장제이교다. 응봉산 장제이교는 15m쯤 길이의 스테인리스 난간을 설치했다.
계곡을 한참 내려서서 효자 샘을 만난다. 특별할 만큼 건강에 좋다는 영험한 일화가 적힌 팻말을 읽으며 물맛을 음미한다.
11교랑 일본의 도모에가와교는 원래의 다리 모양처럼 아치교 형태로 만들어졌다.
10 교량 영국 맨체스터의 트리니티교를 건너 또 만나는 다리는 9 교량, 경주 불국사의 청운교와 백운교이다. 계단을 다리 형식으로 만든 특이한 구조물이다. 8 교량도 경복궁의 연못 향원지에 지어 향원정을 연결하는 목조 다리 취향교이다.
7 교량 스페인의 알라밀로교, 6 교량 스위스 모토웨이교에 이어 5 교량 독일 크네이교를 지나자 용이 되어 승천하기 전에 이무기가 살던 곳이라는 용소폭포와 마당소가 나온다. 미끈하게 기울어진 바위벽을 흐르는 용소폭포가 넓게 고여 마당소를 이루었다.
다시 다리들을 지나게 된다. 4 교량 호주 시드니의 하버교를 건너면서 선녀탕을 보게 되고, 그 주변 계곡에는 줄무늬가 있는 흰 바위들이 있는데 19억 년 전에 생성된 화강편마암이란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 많은 것을 익히게 하는 응봉산이다.
때 / 초가을
곳 / 덕구온천 - 모랫재 - 민씨 묘 - 제1 헬기장 - 제2 헬기장 - 제3 헬기장 - 응봉산 정상 - 온정골 - 포스교 - 원탕 - 효자 샘 - 용소폭포 - 덕구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