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릉과 암릉의 이음길,
관악산 6봉 능선과 8봉 능선

관악산

by 장순영


진달래 철쭉 모두 졌으나 이 산

생동감 더욱 강하기만 하네.

골짜기 짙게 드리우던 녹음 모두 옷 갈아입었으나

또 다른 온화함이 살포시 감싸안네.

이른 가을 햇살 딛고 오른 연주대에서

초록물 빠지더니 주홍 물 들고 만다네




등산로에 들어서면 관악산 정상이 보인다


엄청난 부피 구름도 손에 잡힐 만큼 가깝고 저 멀리 도심 지붕도 사뿐 들어 올릴세라 가붓하다.


경기 5악岳에 드는 관악산은 서울 남부의 관악구, 금천구와 경기도 과천시, 안양시, 의왕시, 군포시 등을 가르며 도심 한복판에 솟아 있다. 관악산은 왼 편에 좌청룡의 형국인 청계산(옛 명칭 : 청룡산)과 오른편에 수리산(옛 명칭 : 백호산)이 우백호로 자리하고 있으니 지역 사령관으로서의 면모 또한 제대로 갖추었다고 할 수 있겠다.

빌딩과 대단지 아파트가 내려다보이는 도심 속의 숲, 관악산의 숱한 갈래길 중 암릉 산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6봉과 8봉 능선이 발을 잡아끈다.


조선 개국 후 한양 천도를 할 때 무악대사는 관악산에 화산의 기가 있으므로 그 화기火氣를 누르고자 광화문에 해태상을 세워 제왕의 터전을 보호하려 했다. 그러나 그리 많은 세월이 흐르지도 않아 이방원이 주도한 왕자의 난, 세조의 왕위 찬탈 등으로 경복궁은 수차례의 화마에 휩싸인다.


과연 이걸 관악산 탓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인가. 관악산은 거기 그 자리에서 그들의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 싸움에도 고개 돌리지 못하고 그대로 냄새 맡고 있을 뿐이었는데. 차라리 무학대사가 풍수지리학 이상의 식견이 있어서 한양이나 궁궐만의 위기의식을 초월한 국가적 안목을 지녔다면 임진왜란이나 을사조약 등의 대수난을 피해 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고인다.


난도는 높은 편이지만 고소공포증 없고 등산화 밑창만 닳지 않았다면 바위 릿지를 만끽할 수 있는 명품 코스이다.


두 손, 두 발을 바위에 밀착하여 슬랩 구간을 기어올라 봉우리를 건너며 능선을 지날수록 골산으로서의 명산 요소를 두루 갖춘 관악의 참모습을 보게 된다.



국기봉 아래 갈림길, 불성사를 아래로 두고 8봉 능선이 이어지는데 6봉에서의 도심권 조망과 달리 여기서는 관악산 깊은 산세를 두루 감상하며 봉우리들을 넘게 된다.


관악산 곳곳에 물동이를 묻어 만일의 화재 사태에 대비토록 수선을 피웠으나 관악산에 화기가 있다는 무학의 주장은 전혀 맞지 않다.


관악산에서의 화기라 함은 불타오르는 가을 단풍과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형상의 석화성石火星 산세 그뿐이다.


능선을 걸을수록 골산으로서의 명산적 요소를 두루 갖춘 관악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뾰족한 돌올 침봉들과 급준한 경사면의 바위벽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매끄러운 바위마다 사람들의 손자국이 묻어나는 것 같다.


손자국들은 다시 짜릿한 전율을 일으키게 한 된다. 아무렇게나 들쭉날쭉 솟은 바위들을 새겨 보면 정연한 질서가 있음을 알게 된다.


있어야 할 자리, 놓여야 할 위치를 제대로 찾아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관악산에서는 그다지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6봉과 8봉, 열네 봉우리 모두 올라 거친 바위마다 눌러 밟으니 그 느낌 어찌 이리 정겨운가.

발밑 세상 오염찌꺼기 죄다 덮이는 듯하고 구름 위 거닐듯 가볍기 그지없다.


조심스러운 6봉에 비해 8봉은 수월한 편이다. 모처럼 만에 8봉 국기봉의 앉은뱅이 명품 소나무와 만난다. 여전히 푸르고 숱 많은 솔잎을 펼쳐 보이며 건강한 자태를 유지하고 있다.

올랐다가 내려서고 다시 오르기를 반복하게 되지만 8봉은 힘들다거나 지루하지 않다. 그만큼 아기자기하면서도 산행의 다양한 맛을 보게 한다. 비탈 바위 곳곳에 튼튼하게 밧줄이 설치되어 양방향 산객들이 안전하게 비껴갈 수 있도록 해놓았다.


뒤돌아 지나온 8봉 능선과 그 왼편으로 학바위능선을 치고 올라 기상대와 연주대까지 가을이 짙게 깔린 걸 보고 마지막 밧줄 구간을 내려서면 무너미고개에 이른다.




때 / 여름

곳 / 과천 정부청사 - 문원폭포 아래 - 6봉 진입로 - 6봉 능선 - 국기봉 - 8봉 능선 - 무너미 고개 - 서울대 입구






https://www.youtube.com/watch?v=4wAg9ckA9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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