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삶과 사람과 3
산이라는 이름의 공간, 거기서도 가장 높은 곳, 제가 그곳에 오르는 이유는 결코 그보다 높아지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 높고도 웅장함 속에서 저 자신이 얼마나 낮고 하찮은 존재인지를 깨닫기 위함이 맞습니다.
그럼에도 그곳에서 내려와 다시 세상에 들어서는 순간 저는 거기서 얻었던 가르침을 까맣게 잊고 맙니다. 산과 함께 어우러져 세상 시름 다 잊는 행복감이 가물거리다 사라질 즈음이면 또다시 배낭을 꾸리게 됩니다.
시시때때로 자연의 위대함을 되뇌고 교만해지려 할 때 인자요산仁者樂山의 귀한 의미를 새기며 거기로부터 충분한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산에서의 행보를 기록해왔습니다.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 도봉산역이나 수락산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럼 많은 산객들이 오늘 가는 산에 대하여 그 산의 길뿐 아니라 그 산에 관한 설화, 그 산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 그 산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와 정보를 알고 산행하면 훨씬 흥미로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취지를 반영하고 그 산에서의 느낌을 가감 없이 옮겨놓은 글과 그림들의 묶음입니다. 일부 필자의 사견은 독자 제현의 견해와 다를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에둘러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다르다는 게 옳고 그름의 가름이 아니기에.
강원도, 경기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의 5도에 소재한 산들을 도 단위로 묶어 감히 다섯 권의 책으로 꾸며 세상에 내어놓는 무지한 용기를 발휘한 것은 우리나라의 수많은 명산을 속속 들여다보고 동시에 이 산들이 주는 행복을 세세하게 묘사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산이 삶의 긍정으로 이어지고 사람과의 인연을 귀하게 해 준다는 걸 표현해내고 싶었습니다.
김병소, 김동택, 박노천, 박순희, 유연준, 유호근, 윤선일, 윤창훈, 이남영, 임영빈, 장동수, 최동익, 최인섭, 황성수, 홍태영, 강계원 님 등 함께 산행해주신 횃불 산악회 및 메아리 산방 산우들께 진정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미진한 기록이 돌다리처럼 단단한 믿음으로,
햇살처럼 따뜻함으로,
순풍처럼 잔잔함으로,
들꽃처럼 강인함으로,
별빛처럼 반짝이는 찬란한 빛으로……
그런 계기가 된다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장 순 영
<차 례>
1. 37년 넘도록 감춰두었던 비경, 가야산 만물상
2. 거제도 바닷길 따라 남에서 북으로 다섯 산의 종주
3. 삼대 기악에 꼽는 청량산의 기암 묘봉을 두루 관람하다
4. 사량도 지리산, 산을 걸으며 또한 바다를 부유하다
5. 물길 3백 리 한려해상 지킴이, 통영 미륵산
6. 포항 내연산, 땀에 젖고 열두 폭포수에 젖어
7. 팔공산 종주, 150개 구빗길에서 108번 번뇌하다
8. 거침없이 성공하는 길상지, 직지사를 품에 안은 황악산
9.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 경북의 소금강, 주왕산
10. 백두대간 설원에 흩날리는 눈발, 겨울 황학산과 백화산
11. 비록 황장목은 사라졌지만 거듭 태어난 황장산
12. 가야산 국립공원의 금강산 축소판, 매화산 남산제일봉
13. 소백산, 설국열차 타고 하얀 눈밭을 누비다
14.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유일한 산악 공원, 남해 금산
15. 연홍의 하늘 지붕, 화왕산에서 관룡산 거쳐 구룡산까지
16. 나는 새도 쉬어 넘는 험산준령, 조령산과 주흘산
17. 정유재란의 한, 이념의 깊은 괴리, 황석산과 거망산
18. 정족산 거쳐 원효대사의 위업 생생한 천성산으로
19. 희양산, 두루두루 내어주고 보태주는 양택의 명당
20. 용호상박, 천구 만별의 바위, 금정산에서 백양산으로
21. 다가오는 봄을 맞으러 문경새재, 둔덕산에서 대야산으로
22. 황매산, 선홍 물결 넘실대는 황매평전의 풍광
23. 성숙 청정 고매한 연蓮과의 인연, 연화산
24. 동해에 솟은 성스럽고 불가사의한 봉우리, 울릉도 성인봉
25. 물기둥과 물보라 속 수중 산행, 지리산 한신계곡
26. 경주 남산, 천년 신라의 고도를 탐사하다
27. 1000m급 일곱 개의 고산 준봉, 영남알프스 태극종주
28. 비슬산, 하늘 가까이 흐드러진 참꽃 화원을 걷다
29. 저녁놀 황금빛 까마귀의 날갯짓, 금오산
30. 백록담, 남한 최고봉의 분화구가 점점 말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