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산
산이라는 이름의 공간, 거기서도 가장 높은 곳, 제가 그곳에 오르는 이유는 결코 그보다 높아지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 높고도 웅장함 속에서 저 자신이 얼마나 낮고 하찮은 존재인지를 깨닫기 위함이 맞습니다.
그럼에도 그곳에서 내려와 다시 세상에 들어서는 순간 저는 거기서 얻었던 가르침을 까맣게 잊고 맙니다. 산과 함께 어우러져 세상 시름 다 잊는 행복감이 가물거리다 사라질 즈음이면 또다시 배낭을 꾸리게 됩니다.
시시때때로 자연의 위대함을 되뇌고 교만해지려 할 때 인자요산仁者樂山의 귀한 의미를 새기며 거기로부터 충분한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산에서의 행보를 기록해왔습니다.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 도봉산역이나 수락산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럼 많은 산객들이 오늘 가는 산에 대하여 그 산의 길뿐 아니라 그 산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 그 산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와 정보, 거기 더해 그 산에 관한 설화를 알고 산행하면 훨씬 흥미로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취지를 반영하고 그 산에서의 느낌을 가감 없이 옮겨놓은 글과 그림들의 묶음입니다. 일부 필자의 사견은 독자 제현의 견해와 다를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에둘러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다르다는 게 옳고 그름의 가름이 아니기에.
이 미진한 기록이 돌다리처럼 단단한 믿음으로,
햇살처럼 따뜻함으로,
순풍처럼 잔잔함으로,
들꽃처럼 강인함으로,
별빛처럼 반짝이는 찬란한 빛으로……
그런 계기가 된다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장 순 영
<차 례>
1. 궁예성터에서 고려 건국에 이르는 흥망사를 읽다
2. 부러질지언정 휘어져서 굽힐 수는 없다
3. 주초위왕 사건과 기묘사화로 끝내 뜻이 좌절되고
4. 내 비록 귀양살이를 할지언정 아닌 건 아니다
5. 제2의 한국전쟁, 북한의 침략이 코앞까지 다가왔었다
6. 근현대사를 소담스레 담은 익산의 숨결
7. 지네와 뱀의 싸움으로 파로호에 수장된 희생양들
8. "나의 죽음을 적이 모르게 하라. 싸움이 시급하다."
9. 오청취당, 그녀의 혼은 결코 기구하지 않기를
10. 남이장군의 요절과 그 죽음의 잔인성에 분노가 인다
11. 은인자중, 학문에만 몰두한 서인의 거두를 평하다
12. 시대 흐름에 굴절되지 않고 두문동으로 흘러들다
13. 병자호란, 병인양요, 신미양요의 처절한 상흔을 딛고
14. 김일성 왕조의 내리 세습을 이 산에서 예견하고
15. 그 시대의 다크 히어로와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
16. 역사의 위인들, 이 산에서 거듭나다
17. 내 평생 탐욕을 지녔었다면 내 무덤에 풀이 날 것이다
18. 역사와 설화 그리고 현실이 신비롭게 버무려져
19. 대원군과 녹두장군의 밀월, 그 결과는?
20. 남부군 빨치산의 상흔이 서린 백두대간 호남정맥
21. 의상대사를 능가하는 내공의 소유자, 홀로 돌탑을 쌓다
22. 신라의 천년 고도, 서라벌의 선명한 발자취
23. "배갯머리 송사로 나랏일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습니다."
24. 길고도 험난한 피난길이지만 와신상담, 이를 악물고
25. 그들이 도둑이 된 건 왕정의 잘못이지 그들 죄가 아니다
26. 형언키 어려운 감명, 불뚝 선 자존감 한산대첩의 재연
27. 귀주대첩, 거란을 물리친 고려 영웅
28. “죽음은 견딜 수 없으나 치욕은 견딜 수 있사옵니다.”
29. 도학굴과 오형돌탑을 보며 숙연해지다
30. 당대 최고의 선비, 멜로드라마의 주연으로 데뷔
31. 상아덤에서 칠불봉에 이르러 탄생한 신화적 역사
32. 수덕사에 도드라지는 신여성들의 강렬한 삶과 애환
33. “대왕께서도 문수보살을 보았다고 말씀하지 마시지요.”
34. 여긴 속세를 벗어난 신비경의 세상
35. 마지막 빨치산, 정순덕 여인의 삶과 이념의 괴리
36. 일개 범부가 취할 수 없는 극단의 판단과 행동
37. 내 아내 평강을 위해, 그리고 내 나라 고구려를 위해
38. 두 명의 천자를 낳을 수 있는 천혜의 묏자리
39. 충절인가, 애착인가! 살고자 시류에 편승할 수는 없어
40. 한강 유역을 빼앗기며 주도권을 고구려에 내어주다
41. 귀양살이의 불행을 고귀한 학식으로 승화시키다
42. 역사를 거슬러 올라서라도 세조의 왕위 찬탈을 막고 싶다
43. 승자는 신화를 만들되 패자는 우울한 야사를 지어낼 뿐
44. 성공한 쿠데타라고 혁명으로 미화 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