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시련, 아! 바람이어라

면장이 되자,알아야 해먹을 수 있는…

by 장순영

장순영 콩트집

면장이 되자,

알아야 해먹을 수 있는…

c40d90bc0af8e794d0da53f4926d05ca.JPG

https://www.bookk.co.kr/book/view/133684





제1화

가혹한 시련, 아! 바람이어라

<이혼 위자료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


외과 의사 윤강호는 아내 김지혜로부터 이혼하자는 말을 듣고서도 아무런 변명조차 할 수 없었다. 간호사인 이미소와의 불륜을 아내가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함께 일하면서 꽃망울 벌어지듯 싹트기 시작한 정이었다. 긴 시간의 수술을 마치고 나면 윤강호와 이미소는 그 긴장감을 격정적인 섹스로 풀어내곤 했다.

윤강호는 아내와 두 아이를 마주 볼 수가 없었다. 그저 죗값을 달게 받겠다는 듯 처분을 기다릴 뿐이었다.

“이 아파트와 상가는 내가 갖겠어요. 그리고 아이들도 내가 데리고 살겠어요.”

아내는 화를 가라앉힌 후 억지로 밋밋한 억양을 만들어가며 최후통첩을 하는 것이었다. 아내의 말은 아이들의 부양조건으로 두 채의 부동산을 자신이 소유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다.

나머지 하나, 신혼 초 서울 교외에서 살았던 열세 평짜리 아파트 한 채, 지금은 전세를 내준 그 아파트만을 먹고 떨어지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확고한 아내의 의지를 꺾을 수도 없었거니와 아이들도 엄마와 살기를 원했으므로 윤강호는 침묵으로 아내의 말에 동조했다.

윤강호는 아내, 아니 이젠 남남이 된 김지혜와 헤어진 후 그동안 전세를 주었던 소형 아파트의 세입자를 내보내고 그곳으로 들어가 홀아비 생활에 적응해야만 했다. 5층짜리 상가 3층 전체를 사용하여 운영하던 병원도 아파트 근처의 변두리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병원을 비워주세요. 당신과 계속 볼 수는 없잖아요.”

졸지에 세입자 신세가 된 윤강호는 상가 주인이 된 김지혜의 냉정함을 되뇌며 한편으로는 분노가 치솟았다. 아무리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긴 했지만, 마지막 협상에서 너무 양보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 그래, 그녀의 내조가 없었더라면….

모든 재산이 아내였던 김지혜가 악착같은 생활력으로 모았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자신은 병원에서 의사 노릇만 했을 뿐 둘째를 낳기 전까지만 해도 아내가 병원 원무와 집안 살림까지 도맡아 재산을 불려 온 거나 마찬가지였다.

김지혜의 이혼소송을 받아들여 재산분할 청구를 했다면 이만큼까지 초라하게 쫓겨나진 않았겠지만 돈은 다시 벌면 된다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위안했다. 윤강호는 그렇게 생각하며 남은 소주를 들이켰다.

“아니, 이게 뭐야!”

1년여의 세월이 지났을 때 윤강호는 우편물 하나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세무서에서 발부된 고지서에는 무려 4억여 원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김지혜한테 준 아파트와 상가건물 두 채가 모두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에 해당하며 계산 결과 그만큼의 세액이 산출되었다는 것이다.

기절초풍할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가뜩이나 병원도 잘되지 않아 의사라는 직업이 무색할 정도로 군색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엄청난 액수의 세금이 고지되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윤강호는 세무서를 찾아가 담당자를 만났다.

“아하! 전 부인께서 소유권이전 등기를 하면서 문제가 생겼네요.”

하소연처럼 읊조리는 윤강호의 말을 들은 세무서 직원이 과세 서류철을 뒤적거리다가 안타까운 듯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죠?”

김지혜는 아파트와 상가를 자신의 명의로 이전등기를 하면서 이혼 위자료로 받은 것으로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게 왜…?”

세무서 직원의 말을 듣고도 무슨 뜻인지 감을 잡지 못한 윤강호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정작 더욱 답답한 건 세무서 직원이었다. 짧게 깎은 스포츠형 머리의 세무서 직원이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일단 사시던 아파트도 1세대 2주택에 해당하여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되는 건 이해하셨죠?”

윤강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거기까진 충분히 이해했지만, 아파트와 상가를 돈 받고 판 것도 아닌데 증여세라면 모를까,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었다는 게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냥 준 거면 법적으로 증여에 해당하는 게 아닌가요?”

“만일 전 부인께서 증여를 등기원인으로 하여 소유권이전 등기를 했다면 당연히 증여세가 과세되죠.”

증여세는 증여받은 자가 세금을 내게 되므로 세금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굳이 등기상에 증여받은 걸로 표시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직원은 손가락으로 귀를 후벼 파더니 더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차라리 아파트만큼은 이혼하시기 전에 부인께 드렸더라면….”

그의 말은 들으면 들을수록 어려웠다. 윤강호는 자신이 의사가 아닌 법률 공부를 했더라면 분명히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을 거란 생각까지 미치고 말았다.

“사시던 아파트, 그러니까 넘겨주신 아파트는 6억 원이 채 못 나가더군요.”

배우자로부터 증여를 받았을 때 6억 원이 넘지 않으면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다는 게 직원의 말이었다. 배우자에 대한 증여재산공제로 6억 원을 해준다는 거였다.

더 어려운 건 김지혜가 등기하면서 그 원인을 증여로 했더라도 증여세를 물지 않으려면 또 하나의 조건이 붙는다는 말을 덧붙였을 때 윤강호는 머리가 부서질 것만 같았다.

“그 대신 이혼하시기 전에 증여를 했어야 한다는 거죠.”

이혼하고 난 다음에 증여하면 결과적으로 남편이 아닌 타인으로부터 증여를 받는 게 되므로 증여세를 물게 된다는 거였다.

젠장! 이혼할 걸 알았으면 아무리 조강지처라지만 누가 가진 재산을 나눠준단 말인가.

“에, 또 그건 그렇고… 합의 이혼을 한 경우에 이혼 당사자에게 위자료로 지급하는 것과 재산분할 청구에 따라 이전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게 이 세금 문제의 핵심입니다.”

세무서 직원은 법전을 펼쳐가며 다시 해당 내용을 요목조목 짚어주었다. 그는 민법과 세법을 번갈아 가며 설명했는데 내용을 이해한 윤강호는 한숨을 내쉬고 자신의 무지를 한탄했다.

민법상 재산분할 청구로 인하여 부동산의 소유권이 이전될 때는 부부가 공동으로 노력한 결과에 따라 얻어진 재산으로 간주하므로 이혼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재산은 애초의 자기 지분을 환원받는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건 양도나 증여에 해당하지 않아 어떠한 세금 문제도 생기지 않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위자료 조건으로 당사자 일방이 소유해오던 부동산을 이전하는 것은 그 부동산을 판 것과 다르지 않아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게 된다면서 스포츠머리의 직원은 세법 규정을 들먹였다.

“적은 재산도 아닌데 너무 후하게 넘겨주셨습니다.”

인심을 쓰더라도 알 건 알고 줘야 한다는 말. 바람피운 대가치곤 너무 가혹했다는 말. 세무서 직원의 말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처럼도 들렸고 비아냥거림처럼도 들렸지만 윤강호는 그저 멍할 따름이었다.




Tip - 관련 규정


소득세법 제88조 [정의] 이 장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개정 2021. 12. 8.>

1. “양도”란 자산에 대한 등기 또는 등록과 관계없이 매도, 교환, 법인에 대한 현물출자 등을 통하여 그 자산을 유상으로 사실상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담부증여 시 수증자가 부담하는 채무액에 해당하는 부분은 양도로 보며,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양도로 보지 아니한다.

가. 「도시개발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환지처분으로 지목 또는 지번이 변경되거나 보류지(保留地)로 충당되는 경우

나. 토지의 경계를 변경하기 위하여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제79조에 따른 토지의 분할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과 절차로 하는 토지 교환의 경우

다. 위탁자와 수탁자 간 신임관계에 기하여 위탁자의 자산에 신탁이 설정되고 그 신탁재산의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이전된 경우로서 위탁자가 신탁 설정을 해지하거나 신탁의 수익자를 변경할 수 있는 등 신탁재산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소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6. “1세대”란 거주자 및 그 배우자(법률상 이혼을 하였으나 생계를 같이 하는 등 사실상 이혼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이 호에서 같다)가 그들과 같은 주소 또는 거소에서 생계를 같이 하는 자[거주자 및 그 배우자의 직계존비속(그 배우자를 포함한다) 및 형제자매를 말하며, 취학, 질병의 요양, 근무상 또는 사업상의 형편으로 본래의 주소 또는 거소에서 일시 퇴거한 사람을 포함한다]와 함께 구성하는 가족단위를 말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배우자가 없어도 1세대로 본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151조 [양도의 범위] ①법 제88조제1호를 적용할 때 채무자가 채무의 변제를 담보하기 위하여 자산을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다음 각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계약서의 사본을 양도소득 과세표준 확정신고서에 첨부하여 신고하는 때에는 이를 양도로 보지 아니한다. <개정 2017. 2. 3.>

1. 당사자간에 채무의 변제를 담보하기 위하여 양도한다는 의사표시가 있을 것

2. 당해 자산을 채무자가 원래대로 사용ㆍ수익한다는 의사표시가 있을 것

3. 원금ㆍ이율ㆍ변제기한ㆍ변제방법등에 관한 약정이 있을 것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계약을 체결한 후 동항의 요건에 위배하거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당해 자산을 변제에 충당한 때에는 그 때에 이를 양도한 것으로 본다.

③ 법 제88조제1호 각 목 외의 부분 후단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담부증여(負擔附贈與)의 채무액에 해당하는 부분"이란 부담부증여 시 증여자의 채무를 수증자(受贈者)가 인수하는 경우 증여가액 중 그 채무액에 해당하는 부분을 말한다. 다만, 배우자 간 또는 직계존비속 간의 부담부증여(「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4조에 따라 증여로 추정되는 경우를 포함한다)로서 같은 법 제47조제3항 본문에 따라 수증자에게 인수되지 아니한 것으로 추정되는 채무액은 제외한다. <신설 2017. 2. 3.>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3조 [증여재산공제] 거주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부터 증여를 받은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금액을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한다. 이 경우 수증자를 기준으로 그 증여를 받기 전 10년 이내에 공제받은 금액과 해당 증여가액에서 공제받을 금액을 합친 금액이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초과하는 부분은 공제하지 아니한다. <개정 2011. 12. 31., 2014. 1. 1., 2015. 12. 15.>

1. 배우자로부터 증여를 받은 경우: 6억원

2. 직계존속[수증자의 직계존속과 혼인(사실혼은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중인 배우자를 포함한다]으로부터 증여를 받은 경우: 5천만원. 다만, 미성년자가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를 받은 경우에는 2천만원으로 한다.

3. 직계비속(수증자와 혼인 중인 배우자의 직계비속을 포함한다)으로부터 증여를 받은 경우: 5천만원

4. 제2호 및 제3호의 경우 외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으로부터 증여를 받은 경우: 1천만원

[전문개정 2010. 1. 1.]

예규 46014-93, 1995.2.21. 요점

부부가 이혼하면서 그중 일방이 다른 일방으로부터 위자료조로 부동산을 받았으나 그 후 쌍방이 합의하여 재결합하게 되어 그 부동산을 당초의 소유자에게 환원한 경우 증여세가 과세된다.



https://www.bookk.co.kr/search?keyword=%EC%9E%A5%EC%88%9C%EC%98%81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서산 아라메길, 황금산과 서산 팔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