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순영 May 02. 2022

기우가 기우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된다면?

제자백가에서 익히다 7_ 기우杞憂 

열자의 성은 ‘열’이고 이름은 ‘어구’이다. 그의 이름을 딴 고전인 열자는 장자, 노자와 함께 도가 사상의 삼서三書로 꼽히는데 그 내용은 장자의 무위 사상보다는 노자의 현실주의 쪽에 가까운 편이다. 

열자 ‘천서天瑞’ 편에 기杞나라에 관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춘추시대에 멸망한 하夏나라의 후속 국가로 알려진 기나라를 당대의 다른 나라 사람들은 가벼이 여겨 이러한 고사가 나왔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저 하늘이 무너지면 내 머리는 박살 나고 말겠지.” 

    

사내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렇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늘이 무너지기 전에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이 먼저 꺼질 것 같아.”

    

사내는 근심은 더욱 심해져 밤에는 잠도 못 자고 낮에는 밥도 못 먹을 지경이었다. 보다 못한 그의 지인이 그에게 일렀다. 

    

“우리가 온종일 저 하늘의 공기 속에서 움직이며 숨을 쉬는데 어찌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을 하는가?”

“해도 밤이 되면 떨어지고 달과 별도 날이 밝아오면 떨어지지 않는가.”
“해와 달과 별도 두터운 공기 속에서 반짝이는 것이라 떨어져도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는다네.”

“그럼 땅이 꺼지면 어떡하나?”
“자네가 농사짓느라 아무리 곡괭이를 휘둘러도 땅이 꺼지든가. 땅은 아주 깊은 곳까지 두껍게 쌓여서 절대 꺼지지 않는다네.” 

    

기우杞憂 혹은 기인지우杞人之憂라고도 하는 이 말은 이렇게 생겨났다. 기나라 사람의 터무니없고 쓸데없는 근심거리를 빗댄 고사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라는 우리 속담처럼 일어날 가능성이 아주 희박한 일들을 지나치게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행태를 가리킨다. 

    

당시의 기나라 사람이 요즘 세상에 살면서 화산이 폭발하고 지진이 발생하며 도심 한가운데가 꺼지는 싱크홀 현상을 보았다면 주변에서 아무리 설득해도 근심이 사라지지 않았을는지도 모르겠다.

기우가 기우에 그치지 않고 현실로 나타나는 천재지변의 초자연현상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다수 재난은 사람의 부주의나 자연 경시에 따른 인재人災에 해당한다. 우리는 해마다 보고 듣고 겪고 있다. 내가 사는 곳과는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산불로 이재민이 되고, 사후약방문처럼 수해를 당한 후에야 복구에 급급해하는 것을. 

환경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지구인 전체가 기나라 사람처럼 식음을 전폐하면서라도 우려하고 신경 써야 할 큰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https://www.bookk.co.kr/aaaing89



출처: https://hanlimwon.tistory.com/entry/국립공원-100경-중-제4경-지리산-뱀사골 [등산의 모든 것]  

매거진의 이전글 링도 아닌 달팽이 뿔 위에서 싸울수는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