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산에 사는 우공愚公은 한자 풀이 그대로 어리석은 노인이란 뜻인데 나이 90세에 들어 산을 옮기고자 했다.
태항산과 왕옥산은 사방 700리에 높이가 만 길이나 되는데 기주의 남쪽과 하양의 북쪽 사이에 있었고 우공은 집은 그 두 산이 마주 보이는 곳에 있었다.
- 저 산을 옮겨버리면 다니기가 수월해질 거야.
외지로 나가려면 산을 우회해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무척 불편했던 우공은 집안 식구들을 모아놓고 가족회의를 열었다.
“우리 가족이 힘을 합해 앞산을 깎아내면 예주의 남쪽으로 직통할 수 있고 한수까지도 쉽게 다다를 수 있는데 너희들 생각은 어떠하냐?”
자식과 손자들이 찬성했는데 아내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이의를 제기했다.
“당신 나이가 90인데 저 큰 산을 어찌 깎아내린단 말이요. 설사 산을 파헤친들 거기서 나온 돌 덩어리와 흙은 어디다 버리겠소?”
그러자 모두들 말했다
.
“어머니, 그건 발해 끄트머리에 있는 은토의 북쪽에 내다 버리면 됩니다.”
아들들이 아버지 편을 들어 산을 깎아내기로 결정했다. 우공은 아들과 손자 셋을 데리고 곧바로 산의 돌을 깨고 흙을 팠다. 마을 과부의 일곱 살 난 아들까지 나서서 힘을 보탰다. 삼태기에 퍼담은 돌과 흙을 발해의 은토라는 곳으로 날랐는데 흙을 한 번 버리고 오는 데 한 해가 걸리는 먼 곳이었다.
이들이 하는 짓을 지켜보던 우공의 친구 지수가 걱정이 되어 타일렀다.
“우공, 명을 재촉하지 말게. 아무리 어리석다지만 저 큰 산을 어찌 감당하겠다고 이 난리를 펴는 건가. 산의 일부분도 허물기 전에 자네는 숨을 거둘 것일세.”
“걱정해주는 건 고맙네만 이 산은 깎아내고 말 걸세. 내가 죽으면 내 아들이 깎아낼 것이고 아들이 죽으면 내 손자가, 또 손자가 죽으면 증손자가 해낼 걸세. 자식이 자식을 낳아 내 자손은 대를 이어 불어나겠지만 산은 더 불어날 일이 없지 않은가. 그러니 언젠가는 평평하게 될 날이 오겠지.”
“자네 똥고집은 도대체 말릴 수가 없구먼.”
우공의 말을 들은 지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는데 정작 우공의 말에 놀라고 우려한 이들은 태항산과 왕옥산의 산신령과 발해의 바다신이었다.
“저 늙은이 말대로라면 우리가 설 자리가 없어지는 거잖아.”
“바다에 흙이 자꾸 뿌려지면 나도 쫓겨나겠는걸.”
“옥황상제께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요청합시다.”
옥황상제는 우공의 정성에 감동하여 하늘나라에서 가장 힘센 과아씨의 두 거인 아들을 불러 명했다.
“너희들이 힘 좀 써야겠다. 저들이 하는 일을 깔끔하게 처리해라.”
두 거인은 지상으로 내려가 각각 산 하나씩을 업어 태항산은 삭동으로 옮겼고 왕옥산은 옹남으로 옮겨놓았다. 이렇게 해서 기주 남쪽과 한수 남쪽에는 언덕조차 없는 평지가 되었다. 옥황상제가 편안한 웃음을 지으며 뇌까렸다.
“이렇게 됐으니 모두 WIN-WIN이 된 셈이겠지.”
열자의 ‘탕문湯問’ 편에 나오는 이 이야기 우공이산愚公移山은 꾸준히 노력하여 열심히 하면 산과 바다라도 옮길 수 있을 만큼 큰일을 이룰 수 있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과 뜻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겠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의미로 이 고사가 쓰이기도 했지만, 원문에 제감기성帝感其誠이라 하여 옥황상제가 우공의 정성에 감동했다는 내용이 있음을 볼 때 이 일화는 어리석음을 탓하기보다는 꾸준한 노력을 높이 평가하는 일화라 할 것이다.
우공이산의 고사를 들으면 전남 장성의 축령산과 함께 평소 존경해오던 한 분이 떠오른다. 산림청은 2001년에 조림가 임종국 선생의 공로를 기려 국립수목원 내 ‘숲의 명예전당’에 업적을 새겨 헌정했다.
1956년부터 1987년 운명할 때까지 21년간 임종국 선생은 사재를 털어 축령산 일대에 삼나무 62㏊, 편백나무 143㏊, 낙엽송 등 55㏊를 조림하여 벌거벗었던 산록을 전국 최대 조림지로 조성한 인물이다.
무려 253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니 좀처럼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의 수고로움으로 국민 보건 휴양 및 정서 함양을 위한 야외 휴양공간이자 쾌적하기 이를 데 없는 자연 교육장이 탄생하여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을 볼 때마다 출전 선수들의 훈련과정을 상상해보게 된다. 그들의 뼈를 깎는 훈련과 노력은 우공이산 못지않을 것이다. 메달 획득 여하에 불문하고 선수들의 의지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의 구절이 절실하게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