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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순영 May 05. 2022

모순된 정책은 그럴싸한 포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다

제자백가에서 익히다 11_ 모순矛盾

전쟁이 끊이지 않던 초楚나라 때 장사꾼이 창과 방패를 팔고 있었다. 


“이 방패는 고래 심줄보다 질기고 단단해서 아무리 날카로운 창이라도 막아 낼 수 있습니다.”


자나 가던 사람들은 귀가 솔깃해져 모여들었다.


“이 창도 보통 창이 아닙니다. 아무리 단단한 방패라도 단숨에 뚫어 버립니다.”


장사꾼이 창과 방패를 선전하며 호객행위를 하는데 구경꾼 중에 한 사람이 나서서 제동을 걸었다. 


“여보시오, 그 창으로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는 거요?”


그러자 장사꾼이 아무 변명도 못하고 창과 방패를 챙기더니 자리를 떴다.

이 장사꾼의 말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에 창을 뜻하는 ‘모矛’와 방패를 뜻하는 ‘순盾’을 합해 모순이라고 한다. 

자상모순自相矛盾이라고도 하는 이 이야기는 한비자의 ‘난일難一’이 그 출처이다.

초나라 장사꾼이 좀 더 신중했더라면 어떤 창이든 막는 방패만 먼저 팔고 시간이 지난 후에 어떤 방패라도 뚫는 창을 팔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 사이에 창 제작 기술이 발전하여 그 방패도 뚫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면 어땠을까. 이때는 창과 방패가 앞뒤가 맞지 않는 의미의 모순이 되지 않는다. 

또 창과 방패를 홍보한 장사꾼의 말은 둘 다 진실이 될 수는 없지만 둘 다 거짓일 수는 있다. 둘 다 거짓이라면 이때도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란 의미하고는 다르다. 

무엇이든 녹이는 화학약품을 개발했다면 이를 상품화하여 큰 부자가 될 수 있을까. 그러려면 그걸 담을 수 있는 용기도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어떤 물질에도 녹지 않는 용기와 무엇이든 녹이는 약품은 모순이다. 

다만, 화학약품을 기화시키거나 동결해서 녹이는 물질로 사용하게 한다면 모순이 되지는 않지만 큰돈을 벌게 될 거라고 장담하지는 못 하겠다. 

모피를 입고 동물보호운동을 하는 이율배반二律背反적 행위, 자기 생각이나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거나 자기 자신에 해가 되는 자가당착自家撞着,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식사량을 줄이고 간식으로 배를 채우는 아이러니irony 등이 모순과 유사하게 쓰이는 용어들이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되 부동산 거래는 활성화하겠다면서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을 과하게 책정해놓고 물가 오름세는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뜬구름 같은 정책은 이제 너무나 식상하다. 

국민들로 하여금 정부 행정의 모순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건 정책자들 입장에서는 잘하는 정치 기술일지는 모르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기만을 당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넘어가는 시대는 훨씬 지났다는 걸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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