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앞을 지나는 모든 이가 나한테 배움을 청하면 좋겠는데 그냥 지나가니 아쉽기가 그지없다. 그런데 향원鄕原만은 전혀 아쉽지 않다.”
전국시대 당시 최고의 교육자였던 공자는 향원에 대해 이렇게 말했었다. 향원이란 그들이 속한 집단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꼽는 이들로 뭇사람들에게 칭송을 듣는 이들을 일컫는다.
“보편적으로 향원鄕原은 어느 집단에서도 우수하다고 인정받는 사람들일 텐데 공자님은 생전에 왜 그들을 가르치고 싶지도 않다고 하셨을까요?”
100여 년의 세월이 지나 만장이 스승인 맹자에게 질문을 했다.
“그들은 고결하고 충직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꾸며 선비로서의 자격을 지니지 못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맹자는 후덕하고 믿음직하다고 평이 난 향원이 실제로는 세속의 이익에 연연하는 위선자임을 강조하면서 공자 말씀을 들려주었다.
“나는 겉과 속이 다른 이들을 경멸한다. 말을 교묘하게 꾸며서 하는 사람이 듣는 이로 하여금 정의롭게 보일까 봐 경계하고, 잡초에 불과한 가라지가 벼의 틈바구니에서 혼동을 일으키기 때문에 싫어하며, 보라색은 붉은색과 혼란을 일으키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향원을 미워하는 것은 그들이 진정한 명예와 덕을 더럽히는 게 불안하기 때문이다. 군자는 오롯이 떳떳한 도리에 따라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민심도 얻게 되고 세상의 사악함도 사라지게 된다.”
맹자의 ‘진심 하盡心 下’ 편에 공자가 사이비자似而非者를 경멸한다는 말에서 유래하였다.
전혀 덕이 없고 불량한 이들보다 무서운 건 교묘한 처세술로 선량하고 덕이 있는 것처럼 위장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나눠주고 싶고 재산을 처분해서라도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르다는 의미의 사이비는 대개 종교의 수식어로 많이 붙어 다녔다. 그만큼 대중을 현혹하는 유사 종교단체들이 횡횡했기 때문이다.
영어 단어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 어원은 한자어인 사시이비似是而非이다. 흡사하지만 단순히 다른 게 아니라 고의적으로 진짜인 척하는 가짜를 표현하는 고사 숙어이다.
정치적 목적이나 상대편을 비방할 목적으로 퍼뜨리는 요즈음의 가짜 뉴스는 대표적인 사이비라 할 수 있겠다.
영리 목적으로 환자들을 속여 의사 행세를 하는 돌팔이, 정품을 모방하여 비싼 값에 판매하는 짝퉁 등이 사이비의 사례이다.
사이비 종교, 사이비 언론, 사이비 교수 등 현대 사회는 사이비가 실제보다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거짓이 진실을 이기는 사회가 된다면 얼마나 어둡고 참담한 세상이겠는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믿음이 사라지는 세상, 그 누구도 가까이하기가 꺼려지는 세상이라면 아마 거기보다 더 심한 지옥은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