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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순영 Jun 13. 2022

탑승지부터 종착역까지의 동반자

한나라에서 교훈을 얻다 6_ 조강지처糟糠之妻 

후한後漢을 세운 광무제光武帝가 아끼는 신하 중 한 사람인 송홍은 충직하고 반듯한 성품을 지닌 인물이었다. 

이 사람 송홍을 미망인이 된 광무제의 누나인 호양 공주가 흠모했다. 그런데 송홍은 유부남이었기에 왕족을 첩으로 들일 수 없으니 본처가 쫓겨나거나 첩으로 강등되어야 두 사람이 부부로서 혼인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왕의 누이라고 해서 혼담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래저래 두 사람이 부부가 되려면 송홍의 의중부터 파악해야 했다. 

광무제는 두 사람을 맺어 주고 싶은 마음에 누이를 병풍 뒤에 숨기고 송홍을 불러 넌지시 마음을 떠보았다.


“사람이 출세하면 친구가 바뀌고 부유하게 되면 아내를 바꾼다고들 하는데 그대는 어떠한가?”


송홍이 대답했다.


“어려울 때 사귄 친구는 잊어서 안 되고 가난할 때 술지게미와 쌀겨를 먹으며 함께 고생한 아내는 절대 내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여자기 이혼을 당해 쫓겨나는 일이 수치스러운 일이기도 했지만 경제활동이 전면적으로 막혔기에 생계까지 위협받을 수 있었다. 

성군인 광무제가 송홍의 속마음을 파악하고는 실망했지만 달리 취할 방도가 없었다. 

후한서後漢書 송홍전宋弘傳에서 유래된 조강지처糟糠之妻는 술지게미와 쌀겨로 끼니를 이을 만큼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낸 아내를 이르는 고사 숙어이다.

조강지처를 버리는 일은 한동안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소재거리였다. 실제로도 그런 사례가 왕왕 발발해서 법정 다툼으로 번지거나 자살소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던 것이다.

 



배부르고 등이 따뜻해지면 다른 생각을 먹게 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초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은 살아가면서 노상 염두에 두어야 할 명언인 듯하다.

조강지처를 내치는 건 비단 유교문화권에서만 비난받는 게 아니다. 서구 사회에서도 젊고 예쁜 여자에 혹해 명분 없이 본처와 헤어지는 걸 곱게 봐주지 않는다. 

요즈음엔 이혼을 하고 자식을 맡아 키우는 전처의 부양비마저 부도내는 전 남편이 허다하다는 뉴스를 접하곤 한다.

인륜의 도리를 저버리면서 무언가를 도모한다는 건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NhcPf1yhbi8&t=119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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