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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순영 May 24. 2022

친구는 부모, 고향, 향수와 동의어

남북조시대를 되새기다 2_ 죽마고우竹馬故友

동진晉시대 때 진나라 8대 황제인 간문제帝는 환온이 촉 땅을 평정하고 돌아온 위세에 힘입어 점점 권위가 드세지자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간문제는 은호를 불러들이기로 했다.


“과인을 도와 나라의 힘이 되어주시게.”


은호는 학식이 높고 재주가 뛰어나 많은 이들이 그를 천거했고 또 조정에서도 여러 차례 중용하려 했지만 은호는 매번 정중하게 거절하고 초야에 묻혀 지냈다. 하지만 황제가 친히 나서 벼슬을 청하자 이번엔 거절하지 못하고 건무 장군 양주자사의 직위를 받아들였다.


“어렸을 때부터 내 비위를 맞춰왔던 은호가 황제의 부름을 받아들였단 말이지?”


은호가 벼슬길에 나선 후 환온은 노골적으로 시기심을 드러냈다. 두 사람이 정적이 되어 반목하자 왕희지가 중재에 나섰으나 두 사람은 화해하지 않았다.


“지금이야말로 오랑캐들한테 빼앗긴 땅을 되찾을 절호의 기회다.

 

그 무렵 오호십육국 중 하나인 후조後趙의 왕석계룡이 죽고 호족豪族 간에 분열의 조짐이 보이자 진나라는 중원 땅을 회복하기 위해 병력을 집결시켰다. 

중원 장군에 임명된 은호가 군사를 이끌고 출병했다. 그런데 적진으로 가는 도중에 말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변변하게 전투를 치르지도 못하고 대패하고 말았다. 


“은호야, 너 때문에 내 속이 많이 문드러졌었다. 내 맘고생도 끝났고 너 인생도 끝났어.”


이를 구실 삼아 환온은 은호를 규탄하는 상소를 올렸다. 패전의 엄연한 과실이 있기에 황제도 은호를 감싸 줄 수만은 없었다. 결국 은호는 변방으로 유배되었다.


“내가 어렸을 때 죽마 타고 노는 걸 좋아했는데 은호는 내가 타다 버린 죽마를 주워서 놀았다. 그러니 그가 내 밑에서 머리를 숙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환온은 대나무로 만든 말 형상의 장난감을 거론하며 어린 시절 친구인 은호를 비하하며 자신의 입지를 합리화했다. 

세월이 흘러 환온은 옛정을 생각해 은호를 불러들이기 위해 그에게 편지를 보냈다. 은호는 감사한 마음으로 정성껏 답장을 썼는데 실수로 편지 글은 빼먹고 봉투만 보냈다.


“이놈이 뒤끝이 길구나. 다시는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


자기를 우습게 본다고 여긴 환온은 크게 화가 났고 그 후로 은호와 완전히 결별했다. 결국 은호는 유배지에서 생을 마감했다. 

유래가 된 중국 고사는 어둡고 침울하지만 어릴 때부터 같이 놀며 자란 친한 벗을 일컫는 죽마고우竹馬故友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친근하고 정겨운 용어로 가슴에 자리하고 있다. 기죽지교騎竹之交, 막역지우莫逆之友도 비슷한 의미이다. 

죽마竹馬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건 후한서 곽급전郭伋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곽급이 후한 광무제 때 곽급이 병주에 부임하자 아이들이 죽마를 타고 절을 하면서 곽급을 맞이했다고 한다. 


동심의 세계에서 죽마고우들과 어울려 놀던 동심의 세계를 회고하노라면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죽마고우라는 숙어 자체가 아련하고도 애틋하게 와닿는 건 어린 시절의 추억이 그만큼 정겹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아이들이 뛰어놀면서 옷에 흙 묻힐 일이 없겠지만 매번 흙 묻은 옷을 빨랫감으로 벗어놓던 시절이 있었다. 고향의 의미가 흐릿한 서울에서 오래전 뿔뿔이 흩어져 연락이 불명된 그 시절의 친구들이 마냥 그리워진다. 친구라는 개념은 부모, 고향, 향수와 동의어처럼 그런 단어를 연상시키는 존재가 아닐 수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Uhh-YZuCh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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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hanlimwon.tistory.com/entry/방동약수아침가리골진동계곡-코스 [등산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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