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태홍 Mar 22. 2024

대중교통으로 무주 여행 - 군내버스와의 만남

2024년 3월 17일, 오늘은 무주군 하오동에서 토종과일나무학교 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수업은 오전 10시에 시작합니다. 어제는 저녁을 먹고 오늘의 무주 여행 계획을 세웠습니다. 자가용이 있으면 2시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이지만, 대중교통으로는 아주 복잡하고 먼 길입니다.


예산읍에서 장항선 기차를 타고 천안을 거쳐 대전으로 간 뒤, 거기에서 버스로 무주로 가는 방법이 있지만 기차 시간이 잘 맞지 않아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새벽에 일어나 예산 버스터미널로 갔습니다. 이곳에서 대전까지는 하루 4차례(7:10, 10:45, 17:05, 18:15) 시외버스가 있습니다. 7시 10분에 대전 복합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요금은 8,100원 1시간 20분이 걸립니다. 


8시 30분경에 대전 복합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에서 무주까지 가는 버스는 많습니다. 하루에 19차례나 있습니다. 30분을 기다려 9시 차를 탔습니다. 요금은 5,500원입니다. 무주에 도착하니 시간이 벌써 9시 47분입니다. 수업은 10시인데 시간 안에 도착하기는 틀렸습니다. 무주 안성면 하오동에 가려면 다시 안성 버스 터미널까지 가는 시외버스를 타야 합니다. 버스 매표소에서 안성 가는 시외버스표를 사려는데 다른 완행버스가 있다고 합니다. 전혀 알지 못했던 버스 편입니다. 그래서 걸리는 시간이나 멈추는 정류장 등을 물어보려고 하는데 매표소 직원이 버스가 곧 출발하니 타서 물어보라고 합니다. 버스를 타고 보니 농어촌 버스 혹은 시골버스라고 불리는 군내버스입니다. 


인터넷 검색에는 10시에 무주에서 안성 가는 직통 시외버스가 있다고 나오는데 군내버스는 몰랐습니다. 현지에 와보니 이런 버스가 무주군, 진안군, 장수군에 40대나 있어서 수시로 군내를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버스에 타서 기사분에게 버스 번호는 몇 번인지, 하루에 몇 차례 다니는지, 첫차는 몇 시인지, 무주 안성까지는 얼마나 걸리는지 물었습니다. 너무도 기본이 안된 질문이라 돌아오는 답도 신통치 않았습니다. 군내버스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몰랐기 때문입니다.


결국 휴대폰으로 '군내버스', '농어촌버스', '시내버스' 등 검색어로 무주군 군내버스를 조사했습니다. 도시의 시내버스와는 다르게 버스 번호가 없고 출발시간이 정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나, 아주 많은 운행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도착시간이나 운행 편수 등 관련 정보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동안 잘 몰랐던 농촌 버스의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가고자 하는 곳의 지리를 숙지하고 있으면, 농어촌 버스가 아주 편리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안성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이미 수업시간이 지났고, 급히 택시를 잡아 타고 하동면 나무학교로 갔습니다. 결국 1시간이나 지각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다시 예산군으로 돌아오는 길은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이미 오후 4시가 되었기 때문에 교통편이 많이 줄었습니다. 시골에서 오후 4시는 도시 시간으로 저녁 8시쯤 됩니다. 무주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나 대전에서 서울 가는 기차는 아주 많지만, 다시 시골인 예산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고역입니다. 무주에서 대전으로 올라와 거기에서 기차를 타고 천안으로 가서 예산으로 가는 장항선을 겨우 탔습니다. 그것도 입석입니다. 집에 도착하니 밤 9시가 되었습니다. 


오늘 경험으로 예산군에서 무주군에 있는 나무학교를 대중교통으로 다니기는 너무도 힘들고, 1박 2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시골 생활의 어려움 중 하나입니다. 서울에서는 교통편이 많기 때문에 무주에서 충분히 일을 보고도 왕복이 가능합니다. 서울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면 대중교통으로 무주 하오동까지 9시경에는 도착할 수 있고 저녁 8시까지 일을 보고 출발해도 서울에 11시까지는 도착할 수 있습니다. 서울 사는 것이 편리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시골생활이 마냥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한 가지 좋은 점은 도시에서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다닐 때, 바깥 구경을 할 수 없거나 삭막한 도시 풍경을 바라봐야 하지만, 시골에서는 바깥 풍경이 볼 만 하다는 것입니다. 계절에 따라서는 무척 아름답기도 합니다. 대전에서 무주로 그리고 안성으로 가는 길은 깊은 산악지대인 덕유산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에 산세가 다양하고 변화가 심해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앞으로 나무 학교에 8번 정도를 더 가야 하는데 다음에는 서울에서 출발하거나, 유명한 무주 구천동에 가서 하룻밤을 자거나, 아니면 근방의 좋은 여행지를 골라서 여행 삼아 다녀야겠습니다. 시골 군내버스에 대해서 알게 되었으니 잘 이용해야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토종과일나무학교 등교 첫날 - 접목 실습과 나무 관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