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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태홍 Aug 24. 2024

여름나무 돌보기와 농장 답사 - 나무학교 실습 네 번째

2024년 나무학교 학습일지

6월 16일 일요일, 오늘은 무주 토종과일나무학교에 가는 날입니다. 오늘 공부할 내용은 여름나무 돌보기 실습과 도구 사용법 실습입니다. 그리고 남은 시간에 정경식 선생님이 가꾸는 과일 농장을 답사합니다. 


이번에도 서울에서 출발합니다. 그동안은 지하철을 이용했으나 이번은 버스를 탑니다. 알고 보니 버스는 지하철보다 더 빨리 운행되어 새벽 5시 이전에도 차가 있습니다. 심야 자율주행버스라는 차는 11시 30분부터 4시 10분까지 움직이니 서울은 그야말로 24시간 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대전행 기차 중 더 빠른 것을 탈 수 있으나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6시 3분에 출발하는 대전행 열차를 타기로 합니다.


서울역에 도착하니 5시 30분. 대합실에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는 여행객들, 사이클을 들고 오는 남녀 커플, 역에서 밤을 새웠는지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노인, 음식을 나눠먹으며 잡담을 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외국의 커다란 기차역과 비교하면 작고 조용하지만 열차는 부지런히 들어왔다가 부지런히 빠져 나갑니다.


대전역에 도착하여 역을 나오니 7시 15분. 역 앞에서 201번 버스를 타고 복합 버스터미널로 갑니다. 이번에도 7시 10분에 무주로 출발하는 버스는 놓치고 8시 10분 출발 무주행 버스를 기다립니다. 휴일 아침의 여유로운 버스터미널, 시간이 40분이나 남아서 터미널 식당에서 비빔밥을 먹습니다. 그리고 8시 10분 차를 차고 무주로 떠납니다.


무주에 도착하여 무주 안성 가는 버스로 바꿔 타고 9시 30분경에 안성도착, 그리고 토종과일나무학교 장영란 선생님이 보내준 차를 타고 진도리 산촌마을에 있는 실습장으로 갑니다. 수업은 10시경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공생식물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강사는 장영란 선생님입니다. 공생식물이란 나무와 함께 살아가면서 도움을 주는 식물을 말합니다. 간단한 설명을 듣고 시험포에 나가 공생식물을 찾아 이름표를 만들어 꼽습니다. 씀바귀, 병꽃풀, 부처꽃, 철포백합, 한라감국, 정향, 헤어리비치, 참취, 부지깽이, 코끼리마늘, 용담, 층꽃나무, 영아자, 비비추, 잔대, 수영, 금낭화. 시험포에는 정말 많은 공생식물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이름을 처음 듣는 식물도 많습니다. 여기에 적어서 기억에 남도록 해봅니다.


공생식물 중에는 밀, 보리도 있습니다. 가을, 10월 중순 경에 밀, 보리를 파종하여 겨울 내내 키우면 봄에 거기에 진드기가 생기고 그 진드기를 먹으로 무당벌레가 모입니다. 과일나무로 가는 무당벌레를 이렇게 유인하도록 하는 것이 과수원에 밀, 보리를 같이 키우는 이유라고 합니다.

뿌리가 뭉쳐 있는 묘목

오른쪽 사진은 수업 중에 장영란 선생님이 보여준 묘목입니다. 뿌리가 땅속에서 잘 퍼져 자라지 못하고 뭉치거나 한 방향으로 뒤틀린 경우입니다. 묘목을 심을 때 구덩이를 넓게 파지 않거나 땅 속 상태가 너무 조밀해 뿌리가 잘 성장하지 못하면 이런 모습으로 자란다고 합니다. 나무가 이렇게 살아간다면 아무래도 이래저래 문제가 많겠지요. 이것을 보면 나무뿌리가 의외로 힘이 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묘목을 심을 때는 이 점을 잘 기억해 두어야겠습니다. 


 나무 관리의 요령은 잘 살피는 것입니다. 열매는 잘 크는지, 색깔은 좋은지, 병충해는 있는지, 있다면 어떤 벌레들이 주변에 있는지, 조사하고  필요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나무의 영양상태도 잘 살피고, 혹시 가뭄을 타고 있지 않은지 물 빠짐이 나쁜 것은 아닌지, 잡초에 깔려 있지는 않은지, 이것저것 잘 살피는 것이 요령입니다. 필요하면 가지를 유인하고 순을 지르고, 여름에도 쉬지 않고 나무를 관리해야 좋은 결실을 맛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외에도 각종 작물의 씨 받는 요령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일반 작물은 씨앗을 채취하여 잘 말린 뒤에 보관합니다. 그리고 일정기간 지난 뒤에 파종을 하지만 야생의 씨앗은 채종한 뒤 그 자리에서 바로 땅에 뿌려 줍니다.

 왼쪽 사진은 씨를 받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는 장면입니다. 선생님이 들고 있는 무는 가을에 캐서 겨울 동안 집안보관한 뒤에 봄에 다시 심어서 키운 것이라고 합니다. 무가 겨울에 월동을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 키워서 씨를 받는다고 합니다. 씨를 받을 때는 무 채로 캐서 거꾸로 매달아 놓고 마르면 씨앗을 골라 냅니다. 겨울에 월동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대로 두었다가 여름(6월)까지 키워서 씨를 받으면 좋겠지요. 받는 일이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실습시간에 콩 모종을 심어 보는 연습도 했습니다. 저는 콩을 그냥 밭에 묻어서 키웠는데 생각만큼 싹이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콩 모종을 만드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알려주었습니다. 


1) 먼저 조그마한 스티로폼 상자를 준비한다. 

2) 그 바닥에 구멍을 몇 개 뚫는다.

3) 상토나 흙을 채우고 물을 뿌린 뒤 콩을 심는다.

4) 위에 신문지를 덮고 물을 뿌리면서 관리한다.  

 

이렇게 하면 아주 효율적으로 모종을 키울 수 있다고 합니다. 시험포에서 실습해 본 상자와 콩을 집에 가져와 물을 뿌리고 지켜보니 정말로 거의 100% 싹이 났습니다. 이렇게 키워서 모종을 심어야겠습니다. 시험포에서 콩 모종을 심는 연습도 해봤으니 배운 대로 1) 구멍을 파고, 2) 물을 붓고, 3) 모종을 심고, 4) 물을 부은 뒤, 마른 흙을 덮어 키워 봐야겠습니다. 마른 흙으로 덮어주면 가물어도 일주일은 버틴다고 합니다.


무화과의 월동방법에 대해서도 잠깐 설명이 있어서 여기에 적어 둡니다. 저는 란타나와 백일홍을 좋아하는데, 이 두 식물은 우리나라 기후와는 맞지 않는지 겨울에 월동을 못하고 잘 죽습니다. 무화과도 그렇다고 하는데, 늦가을에 줄기를 짧게 자르고 그 위를 짚이나 비닐로 따뜻하게 덮어주면 겨울을 날 수가 있다고 합니다. 무화과도 월동을 못한다고 하여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란타나, 백일홍, 그리고 무화과를 함께 심어서 이런 방식으로 겨울을 나게 해 봐야겠습니다.


수업이 끝난 뒤에 밀을 불에 태워 먹는 밀사리를 했습니다. 달콤하면서도 맛있어서 정신없이 먹었습니다. 맛있는 점심이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면 본격적으로 먹을 텐데 아쉬웠습니다. 열심히 먹은 사람들을 보니 손도 까맣게 되고 입 주위도 까맣게 되어서 모두 아이들처럼 귀여웠습니다.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완두콩과 엉겅퀴 먹는 요령에 대해서도 잊을 수 없습니다. 시험포의 완두콩은 단 완두콩이라고 하는데 유독 달콤했습니다. 아직 덜 자란 어린 완두는 껍질채로  밥에 넣어 쪄 먹거나, 그냥 먹어도 맛있습니다. 씨앗을 받으려면 콩껍질이 노랗게 되어 바짝 마를 때까지 키워야 합니다. 보라색 꽃을 피우는 엉겅퀴는 이파리가 까칠까칠해 못 먹는 줄 알았는데, 새싹은 생으로 먹을 수 있어 샐러드 재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억세진 이파리는 국이나 매운탕에 넣어서 먹고, 뿌리는 차로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엉겅퀴를 보면 잘 봐뒀다가 씨앗이 맺히면 땅에 뿌려 번식을 시켜야겠습니다.


실습이 끝나고 개복숭아를 땄습니다. 저는 집에도 개복숭아가 자라고 있으나 열매가 많이 열리지 않아 한 봉지를 챙겨서 가방에 넣었습니다. 여문 보리 종자 몇 개, 그리고 파씨, 비비추 모종도 함께 넣으니 가방이 두툼해졌습니다. 



즐거운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각자가 가져온 반찬을 내놓고 함께 먹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특별한 메뉴가 있습니다. 제주도식 된장 냉국입니다. 시원한 얼음물에 된장을 풀어놓고 식초, 참기름, 고춧가루를 조금씩 넣고 고추, 오이, 양파, 깻잎, 상추 등 각종 채소 넣어서 만든 것인데 그 맛이 일품입니다. 된장과 오이만 넣어서 만들어 먹어도 맛있다고 하니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날 국을 끓일 필요도 없이 딱 좋은 반찬입니다.


식사 후에 또 실습입니다. 이번에는 전정 도구 사용법에 대한 실습입니다. 강사는 주영식 선생님. 지난번 인터넷으로 이론 수업을 한 것에 대한 실습으로, 전지 가위 날을 세우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을 정리해 보면 전동 가위는 사용할 때 조심해야 됩니다. 자동으로 자르는 것이라서 잘못 실수를 하면 자기 손가락을 자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동 가위를 하나 살까 생각했으나 잠시 보류를 해야겠습니다. 손가락 하나쯤 없어도 될 때, 아니면 과일나무가 내 손가락보다 소중하게 느껴질 때, 그때 사야겠습니다. 


그리고 전지 가위 날을 세울 때는 사포를 작은 막대기에 둘둘 말아서 사용하면 좋습니다. 날을 갈 때는, 날이 내려가는 방향으로 살살 밀면서 날을 세웁니다. 왕복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날을 갈면 안 됩니다. 날카로운 부분이 잘못 갈려나가 오히려 무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나무를 자르는 데 사용되는 여러 종류의 가위와 톱을 보았는데 잘 기억했다가 필요에 따라 구입해서 사용해야겠습니다. 



실습수업이 끝나고 시험포를 떠나 무주 안성면의 동쪽, 덕유산의 서편 자락에 있는 정경식 선생님의 농장 답사에 나섰습니다. 우선 농장 규모가 굉장히 커서 놀랐습니다. 몇백 평 수준이 아니라, 몇천 평 몇만 평 수준이니 나하고는 차원이 다르구나 하면서 둘러본 과일 농장 답사입니다. 혼자서 이렇게 큰 농장을 가꾸려면 포클레인 등 여러 가지 중장비를 잘 사용해야겠습니다. 


이 농장은 서양 자두 푸룬과 천도복숭아 등을 키우는데 나무의 수형이 주로 개심형입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가지가 사방으로 넓게 펴지는 형태입니다. 나무들이 마치 햇빛을 마음껏 받기 위해서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린 모습입니다. 나무 사이사이에 서 있는 철제 막대기는 지지대입니다. 전체적으로 원추를 거꾸로 세워놓은 듯한 역삼각형 모습의 수형입니다. 보통 잘 큰 나무는 높이는 4, 5m 정도이고 폭도 그만큼 넓게 자랐습니다. 워낙 과수원 터가 넓으니 이렇게 크게, 높게 키워도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런 형태는 나무 중앙에 햇빛이 가득 들어오고 공기가 잘 통하는 장점이 있지만 나무 아래에서 쉬는 공간은 거의 없습니다. 작은 과수원에서는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수형입니다. 


제 과수원에서는 3, 4년 키워도 나무들 크기가 이렇게 크지 않습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이곳은 나무 묘목을 심을 때, 우선 중장비로 나무를 심을 곳을 넓게 파준다고 합니다. 뿌리가 들어갈 자리를 넓게 파주고 묘목을 심으니 묘목의 뿌리가 마음 놓고 사방으로 뻗어나가, 이렇게 크게 잘 자란다고 합니다. 저는 겨우 묘목 뿌리만 담글 정도로 구멍을 파는데 앞으로는 좀 더 넓게, 깊게 파줘야겠습니다.  


농장 한쪽에는 요즘 주목을 받는 엘더베리 군락지가 있었습니다. 엘더베리는 열매의 생김새나 맛이 블루베리와 비슷한 것으로 유럽딱총나무 열매입니다. 서양인들에게는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져 있는 유명한 약제라고 합니다. 처음 보고 처음 듣는 신기한 나무입니다. 또 한쪽에는 높이가 30m는 될법한 뽕나무가 있었는데 그 아래에서 오디를 실컷 따 먹었습니다. 나무가 워낙 크다보니 20명 가까운 사람들이 전부 달려들어 따먹었는데도 별로 흔적이 없습니다. 농장이 크니 이렇게 커다란 나무가 있어도 용납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뽕나무가 이렇게까지 크는 줄 모르고 텃밭에 뽕나무 묘목을 3그루나 심었는데 걱정입니다. 나무가 잘 자라는 것은 좋은데 조그마한 미니 과수원을 꾸미려는 입장에서는 나무의 성장을 얼마나 잘 억제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요즘 저는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과일나무를 키워서 각 가지들이 약 50도에서 70도 각도로 사방으로 잘 퍼지게 되었다면 그다음에는 어떻게 하냐는 것입니다. 그대로 키운다면 가지는 계속해서 옆으로 자라게 되는데 언제까지 그렇게 자라게 놔둘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끝을 잘라버려야 하는지, 아니면 그대로 놔두어서 축 늘어지게 할 것인지 궁금했는데, 정선생님 농장은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위 사진을 보면 과일나무 위에 사각의 철제 틀을 만들었습니다. 사람 키보다 조금 높게, 마치 포도밭의 사각 틀처럼 만들고, 가로지르는 막대에 과일나무의 가지를 묶어 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가지가 자람에 따라서 그 철제 막대를 따라서 자라고 거기에서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 방법입니다. 그렇게 되면 철제 틀 아래는 시원한 그늘이 생기고, 손을 뻗치면 열매를 쉽게 딸수 있어 일거양득입니다. 가지 끝은 열매 맺는 것을 봐서 계속 자라게 놔두거나 아니면 적당히 잘라주면 될 것 같습니다. 

   

정경식 선생님의 사과밭 모습( 맨왼쪽 사진은 Ⓒ차오르는 달, 토종과일나무학교, 2024. 6. 3 )

정선생님이 관리하는 사과밭에는 또 다른 모습의 철제 틀이 있었습니다. 높이 5m쯤 되는 1자형 틀을 여러 개 세워놓고 거기에 맞추어 사과나무를 키우는 것입니다. 옆에서 보면 사과나무를 납작하게 키우는 방식입니다. 벽면형이라고도 부르는 데, 나무의 주간을 바짝 눕히고 거기에서 나오는 가지를 위로 뻗게 하여 키우는데 2축형, 4축형 등 다축형 재배방법이라고 합니다. 나무를 2차원 평면에 키우니 나무가 차지하는 면적을 극도로 절약할 수 있고 햇빛과 바람은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가지치기나 과일 따기가 편하며, 가운데에 넓은 길을 확보하여 농기계나 차량 통행이 가능하도록 하여 관리 작업의 능률을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미니 과수원에 딱 어울리는 방식으로 한번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잠깐 사과밭 옆의 복숭아 밭을 구경했는데 3년 키운 복숭아나무 높이가 역시 4, 5m에 달해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크고 튼튼하게 키웠습니다. 이러한 나무가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 정말 많이 열리겠지요. 그런데 이 복숭아 밭에 얼마 전에 병충해가 돌았답니다. 3일 만에 병충해가 창궐하여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하니 과일나무 키우는 일이 정말로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루라도 눈을 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곳이 과일나무 농장입니다. 대신 그렇게 고생하니 돌아오는 대가는 적지 않겠지요. 오늘 본 나무들이 모두 잘 자라서 매년 가을마다 탐스러운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기를 기원해 봅니다.


정선생님 농장 견학을 마치고 내려오면서 나무학교에서 같이 공부하는 한 학생의 텃밭을 방문했습니다. 최근에 그 텃밭을 구입했다고 하는데, 이전에 살던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시설을 잘 만들어놔서 이미 완성된 주말농장이었습니다. 이 텃밭은 서쪽을 향하고 있는데 키 큰 호두나무는 북쪽에 배치하였고, 보리수 등 키 작은 나무는 남쪽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서쪽은 오후 늦게까지 해가 잘 비치도록 넓게 뚫려있고 지대가 높은 동쪽과 북쪽에 농막, 임시 쉼터, 닭장, 개집, 도구 보관 창고 등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주로 나무를 이용해 이것들을 지었는데 페인트 칠을 잘 해놔서 보기가 좋았습니다. 역시 목재로 만든 시설은 페인트 칠이 필수인 것 같습니다. 저는 나무의 순수한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 좋다고 목재 시설을 그대로 사용하는데 2, 3년이 지나니 거무튀튀해져 보기가 흉합니다. 주말 농장을 계획하고 꾸밀 때 모범이 될 만한 곳이었습니다.    


이것으로 오늘 답사일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시간은 벌써 오후 5시 30분이 넘었는데 태양은 아직 높이 솟아 있습니다. 저는 장영란 선생님의 차를 타고 가다 안성 버스터미널에서 내립니다. 마침 6시에 출발하는 무주행 버스가 출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차는 10명 정도가 타는 미니버스입니다. 중학생 교복을 입은 오빠와 여동생이 급히 차에 오르자 차가 출발합니다. 실습과 견학을 무사히 마치고 많이 배워서 마음 한편으로는 뿌듯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직 멉니다. 


6시 30분. 무주에 도착하니 대전으로 가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조사하기로는 7시 30분에 대전 가는 차가 있는데 이상합니다. 차편이 늘어난 모양입니다. 안성에서 막 도착한 승객들이 차에 타자마자 버스는 곧 출발합니다. 차창으로 보이는 들판은 아직도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대낮입니다. 7시 20분경에 대전 복합터미널에 도착해서 대전역으로 갑니다. 해가 많이 길어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5일 후면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입니다. 7시가 훨씬 넘었는데도 대전역 지붕 위에 해가 걸려 있습니다. 


대전역 앞 거리 노점상들이 귀가 준비를 합니다. 급히 찐 옥수수 하나와 떡 하나를 삽니다. 대합실로 들어가는데 임대료 문제로 요즘 연일 뉴스에 나오는 성심당이 보입니다. 여기는 항상 사람들로 바글바글합니다. 그래도 들어가서 튀긴 소보로 하나, 부추빵 하나를 사서 들고 나옵니다. 그리고 물 하나를 사들고 천안행 기차를 탑니다.  


서울 가는 차는 아주 많습니다. 모두가 서울로 서울로 올라가니 서울 가는 차는 갈수록 늘어나고 차편도 많아집니다. 기차는 5분마다 혹은 2분 걸러 있기도 합니다. 그것도 대개는 좌석 매진입니다. 다행히 거의 모든 열차는 입석을 판매하니 그 점은 좋습니다. 기차 통로 한쪽에 서서 저녁을 먹습니다. 이번에 나무학교에 다니면서 성심당 빵을 먹어본 것은 좋은 경험입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몰랐으나 몇 번 다니다 보니 대전역에 성심당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시간 여유가 있다면 거기에 줄을 서는 것이 좋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보문산 메아리'라는 빵이 제일 인기가 있다는데 다음에는 그것을 먹어봐야겠습니다. 


8시 40분, 천안역입니다. 천안역에는 예산 가는 장항선 기차와 전철이 있습니다. 기차는 1시간에 1대꼴로 있는데 10시쯤이면 끊어집니다. 전철은 1시간에 2대꼴로 늦게까지 있습니다. 그동안은 기차를 이용했는데 오늘은 전철을 타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전철은 순천향 대학이 있는 신창역까지만 있습니다. 그다음은 버스를 타야 합니다. 신창역에 9시 조금 넘어서 도착했습니다. 역 근방에 버스가 있는 줄 알았는데 버스 타는 곳은 3km쯤 떨어진 전혀 다른 곳에 있습니다. 택시를 타면 10분 거리, 걸어가면 40분 거리입니다. 이곳은 대학이 두 곳이나 있습니다. 하나는 순천향 대학 또 하나는 한국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입니다. 말하자면 신창역 부근은 커다란 대학촌입니다. 


두 대학 사이로 3km를 걸어가면 집으로 가는 버스가 있습니다. 노란 등불의 가로등이 켜져 있는 큰길을 따라 걷습니다. 그런데 일요일 밤이라서 그런지 학생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거리에는 킥보드가 어지러히 널려있습니다. 가로등도 희미하고, 커다란 캠퍼스에 모든 불이 다 꺼져 있습니다. 잰걸음으로 달리다시피 하여 30여분 만에 버스 타는 곳으로 왔습니다. 


저는 한 달에 한 번씩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데 오늘 밤 마라톤 연습을 제대로 했습니다. 이곳에 오니 전체적인 지형을 알겠습니다. 신창역 주변은 대학촌의 후문이고 신창 버스정류장 쪽, 즉 읍내리 쪽은 대학촌의 정문입니다. 정문 쪽에 오니 젊은 학생들이 밤늦은 시간에 많이 보입니다. 거리의 편의점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학생들, 식당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젊은 남녀. 대도시의 대학촌 분위기가 이곳에 살아 있습니다. 버스표를 파는 사람도 아르바이트하는 외국학생입니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 덩달아 젊어집니다. 이렇게 해서 집에 오니 11시 가까이 되었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19시간을 바쁘게 살았습니다. '녹초가 되었다.'는 말의 뜻을 알겠습니다. 2일 정도는 계속 잠을 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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