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와인 - 상품 이야기 (3)

by 임태홍

2025년 10월 30일 목요일. <세계사를 바꾼 와인> 마지막 강의가 있었습니다. 강사는 인문학 살롱, 후마니타스 아카데미의 유혜선 선생님(<인문학 살롱 TV>). 강의 주제는 '변화와 혁신의 와인'입니다. 평범하지 않은, 독특한 와인을 소개한 시간이었습니다.


와인 상품은 1) <타나넬로>, 2) <캔달 잭슨>, 3) <샤토 몬테렐라>, 4) <샤토 디켐>, 5) <몽라쉐>.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동네 편의점 와인코너에서 구입한 6) 프랑스 산 화이트와인과 레드 와인을 함께 소개합니다.


선생님은 먼저 와인을 마시는 요령에 대해서 몇 가지 중요한 점을 설명하셨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와인은 공기와 접촉하면 맛이 더 좋아진다. 그래서 마시기 1시간 전에 미리 따서 공기 중에 노출시켜 두는 것이 좋다. 다만 미국산 와인, 특히 캘리포니아산 와인은 마개를 따서 바로 마셔도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있다.


② 서양의 코스 요리에서 와인 나오는 순서는 샴페인 → 화이트 와인 → 레드와인 → 입가심 와인(피니시finish, 혹은 아이스크림). 여기에서 화이트 와인과 레드와인은 메인디시와 함께 나옵니다.


③ 와인을 받을 때는 잔을 들지 않고 바닥에 놓고 받는다. 잔 밑을 가볍게 눌러 고정해 주는 것도 좋다. 와인 잔을 잡는 방법은 자연스럽게 잡으면 된다. 참고로 와인을 따라주는 웨이터는 고대시대에는 노예였다. 한 손을 뒤로하고 한 손으로 따라주는 예법은 노예들의 반란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에서 유래했다.


④ 와인의 건배는 잔이 아니라 눈으로 한다. 특히 서양 사람들과 와인을 마실 때는 눈을 마주치는 것이 좋다.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것은 관심이 없다는 표시라고 오해될 수 있다. 눈 마주치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상대방의 눈 아래 부분, 즉 턱이나 목을 응시하며 하는 것도 좋다.


⑤ 약 5미터 이상 먼 곳에 있는 상대와 건배할 때도 아이컨택(눈으로 건배)하면 된다.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과 건배를 하며 잔을 부딪힐 때는 와인 잔이 깨지기 쉬우므로 조심스럽게 볼(둥근) 부분을 살짝 마주친다.


(왜 서양 사람들은 눈 마주치기를 좋아할까요?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상대방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을 싫어합니다. 물론 고양이들도 눈을 빤히 쳐다보는 것을 싫어합니다. 공격적이라고 느끼는 것이지요. 술좌석에서 웃어른과 술을 마실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몸을 돌려 술을 마시기도 합니다. 이런 예법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우리 사회가 장유유서(長幼有序,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는 질서가 있다)라는 오래된 유교문화 가운데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싸울 때 상대방이 쳐다보면 "눈 깔아"라고 소리치는 것은 '내가 어른인데 어디 감히'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서양사람들에게는 없는 문화입니다. 서양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과 마주칠 때도 눈을 지그시 바라봅니다. 왜 이렇게 서로 다를까요? 서양 사람들은 서로 함께 모여 사회를 이룬 역사가 짧습니다. 로마 시대 후기 게르만족이 유럽 중심부로 이동한 뒤로(대략 5세기 이후), 수많은 이민족들이 서로 섞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000년쯤 지난 뒤인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사이에 비로소 오늘날의 국경선과 민족, 국가 정체성이 만들어졌습니다. 수많은 이민족들이 서로 만나서 충돌하는 과정에서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먼저 상대방이 나에게 적대적인지 아닌지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먼저 눈을 보고 그 의중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예법은 한 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입니다. 길거리에서 만난 상대방은 당연히 같은 종족이고 같은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상대방의 의중을 살펴볼 필요가 없고, 단지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것은 겸손한 태도입니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공경과 존중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손 아랫사람이거나 지위가 낮은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조심스러운 행동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⑥ 와인을 마실 때는 먼저 색깔을 보고, 조용히 흔들면서 향기를 맡고 나서 한 모금을 입에 담아 감상한다. 와인 잔 중에서 모양이 길쭉한 것은 샴페인 잔이다. 기포가 떠오르는 것을 감상할 수 있도록 그렇게 만든 것이다.


⑦ 와인은 단순한 술이 아니라 소통의 도구이자 협상의 도구다. 특히 서양에서 사업은 와인 파티장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서로의 마음을 떠보고 의중을 살펴보려고 할 때 와인 모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⑧ 와인의 문화는 느림의 미학이다. 천천히 마시고, 천천히 느끼는 술이다. 서양 요리도 이러한 와인 예법처럼 순서별로 천천히 차례로 나온다.(중국이나 일본도 이와 유사함.) 반면에 우리나라 음식상은 한꺼번에 나온다. 이러한 식문화의 차이는 사업 파트너끼리의 협상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외국인들은 천천히 와인을 마시듯, 혹은 요리를 먹듯이 협상을 진행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다 드러 내놓고 협상을 진행한다. 그래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⑨ 식사 전에 나오는 와인은 한 모금, 살짝 맛만 보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식전에 나오는 샴페인을 한꺼번에 여러 잔을 마신다. 그리고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부터 취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면 파티를 즐길 수 없다.


⑩ 서양사람들의 외교 무대에서는 와인이 빠지지 않는다. 공식적인 만찬 때는 꼭 와인이 등장하는데, 서양의 테이블 매너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메디치가에서 유래했다. 카트린 드 메디치(Catherine de' Medici, 1519-1589)라는 여성이 프랑스로 시집와서 전한 것이 테이블 매너의 기초가 되었다. 그녀는 16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났는데, 프랑스 궁정의 앙리 2세(1519-1559, 재위 1547-1559)에게 시집가면서 당시 이탈리아의 발달된 식사 도구와 문화 및 예절을 가지고 갔다. 예를 들면 포크의 도입, 개인 식기와 냅킨의 사용, 그리고 식탁보의 사용 등이 그녀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당시 프랑스 사람들은 식사할 때, 나이프와 손가락을 사용해서 식사를 하고 접시 하나로 여러 사람이 함께 식사했다. 카트린 덕분에 프랑스 궁전 식탁문화의 기초 토대가 확립되었는데, 이후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에 이르러서 오늘날과 같은 형식과 절차의 테이블 매너가 완성되었다. 참고로 카트린이 결혼 당시에 프랑스로 데려간 이탈리아 요리사들이 이후 프랑스 요리의 시발점이 되었다.



1) 이탈리아산 레드와인 <티나넬로(Tignanello)>


이탈리아 토스카나(Toscana)의 토착품종인 산지오베제(Sangiovese)와 외래품종인 까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을 가미하여 만든 레드 와인입니다. 가격은 25만 원 수준. 알코올 도수는 14도에서 15도 사이. 체리향이 풍부한 이 와인은 양고기, 갈비 요리, 훈제요리, 치즈 등 다양한 육류 요리에 잘 어울리며,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선물용으로 자주 선택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9년 산(빈티지) 타나넬로는 Wine Spectator 100대 와인 중 5위에 선정된 적이 있습니다.


<티냐넬로(Tignanello)>는 바디감이 뛰어난 와인으로 평가받습니다. '바디감(body)'이란 음료나 음식을 입에 넣었을 때 입 안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을 말합니다. 텍스처, 즉 물체에서 느껴지는 질감을 말하며 밀도를 뜻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감촉은 음료 자체의 성분이나 추출 방식에 기인한다고 합니다. <타냐넬로>의 바디감은 산지오베제와 까베르네 소비뇽 두 품종이 섞이면서 강화된 것입니다. 이 와인은 특히 풀 바디(full-bodied) 와인으로 분류되며, 한 모금을 입안에서 넣으면 입안을 꽉 채우듯이 묵직하고 풍부한 맛과 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탄닌(떫은맛)의 높은 함량과 강력한 알코올이 만들어낸 감각입니다. 탄닌은 숙성 과정에서 부드러워지고 복합적인 풍미를 갖게 합니다. 와인이 숙성되면서 탄닌끼리 서로 뭉쳐 목으로 넘길 때 느껴지는 부드러운 질감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와인꿀팁 탄닌!) 이러한 풀바디 레드 와인은 회나 생선요리와는 잘 어울리지 않으며, 묵직한 고기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참고로 와인은 오감으로 마셔야 한다고 합니다. 청각, 시각, 후각, 미각 그리고 촉각입니다. 와인이 잔으로 흘러내릴 때는 청각, 잔에 담긴 와인을 볼 때는 시각, 잔을 들어 냄새를 맡을 때는 후각, 그리고 입안에 한 모금 머금을 때는 미각, 목으로 넘길 때는 촉각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입안에서 느끼는 미각은 혀의 상하좌우 모든 곳을 활용해야 합니다. 혀 안의 미각 세포는 혀의 좌우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습니다. 혀끝에는 단맛 세포, 혀끝 양쪽에는 짠맛 세포, 혀 중앙 좌우에는 신맛 세포, 그리고 혀 안쪽에는 쓴 맛세포가 있습니다. 이 모든 곳을 골고루 통과시켜야 와인의 제대로 된 맛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젊었을 때 이런 정보를 알았어야 하는데, 그동안 마신 술이 아깝게 느껴졌습니다.



2) 미국산 레드와인 <캔달 잭슨(Kendall-Jackson)>


<캔달 잭슨>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재임: 2009-2017) 취임식 때 사용한 공식 만찬주로 유명합니다. 이 레드와인은 미국의 부동산 전문 변호사 제시 잭슨(1930-2011)의 이름을 따온 것입니다. 그는 34세가 된 1974년에 캘리포니아의 클리어 호수 서쪽 호반에 위치한 레이크포트에 널찍한 과수원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포도를 키웠습니다. 7년 뒤에 포도 생산이 너무 많아지자 그는 판매하고 남은 포도로 직접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2년 정도의 준비 과정을 거쳐 1983년에 잭슨은 자신의 와인 상품 ‘켄달 잭슨 빈트너스 리저브 샤르도네’를 시장에 내놨습니다. 이 상품은 미국 와인대회에서 최고상을 획득했으며, 그 후 20년 넘게 미국 시장에서 샤르도네 판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때문에 잭슨은 와인의 혁신가로 불리며, <캔달 잭슨>은 캘리포니아 와인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캔달 잭슨> 와이너리는 해안 지역에서 재배된 포도만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해안 지역의 높은 일교차와 새벽에 발생하는 안개는 포도의 빠른 숙성을 억제하기 때문입니다. 안개 덕분에 포도밭의 온도는 낮게 유지되며 포도알은 골고루, 천천히 익어갑니다. 덕분에 포도의 신선한 산도가 오랫동안 유지되며 포도의 풍성한 향기가 충분이 농축됩니다. 이 회사는 특히 프랑스에서 직접 만든 오크통을 사용하여 발효함으로써 프랑스산 와인의 맛을 갖춘 프리미엄 와인을 생산합니다.(참고: 캔달 잭슨 Kendall-Jackson, wine21.com) <캔달 잭슨> 레드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13도에서 14도 사이, 가격은 3만 원에서 20만 원 사이입니다.



3) 미국산 레드와인 <샤토 몬테렐라>


영화 <와인 미라클>의 소재가 된 와인입니다. 1976년 파리에서 열린 와인 블라인드 시음회, 즉 '파리 심판'에서 세계 최고의 와인으로 선정되어 와인 생산에 대한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최대한 끌어올린 전설적인 와인입니다. 당시 시음회에는 프랑스 명품 와인이 대거 참가했는데 캘리포니아 와인 <샤토 몬테렐라>가 레드와인, 화이트 와인 모두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심판으로 프랑스 와인의 독보적 지위가 무너지고 미국산 와인이 프랑스 와인과 함께 어깨를 겨루는 명품 와인 반열에 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파리 심판'이란 단어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합니다. 그리스 신화의 한 장면에 '파리스의 심판(Judgment of Paris)'이 있습니다. 신화 속에서 결혼 잔치가 벌여졌습니다. 테살리아의 왕 펠리우스가 바다의 님프 테티스와 결혼하는 날입니다. 테티스는 매우 아름다운 요정으로 신들의 제왕 제우스와 그의 형이자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이 이 요정을 사이에 두고 서로 자기 아내로 삼으려고 다툴 정도였습니다.


모든 신들이 테실리아 왕의 결혼식에 초대되었습니다. 그런데, 여신 에리스만은 초정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그녀는 불화의 여신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화가 난 에리스는 연회 하는 곳에 들어가 황금 사과를 던졌습니다.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자에게"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습니다. 이 사과를 놓고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서로 자기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제우스의 부인이자 신들의 여왕으로 불리는 헤라는 결혼과 가정의 여신입니다. 아테나는 전쟁의 여신이면서 지혜와 공예의 여신이기도 합니다. 아프로디테는 로마 신화에서 비너스로 등장하는 여신으로 미와 사랑을 담당하는 여신입니다.


제우스는 여자들이 황금사과를 둘러싸고 서로 다투는 것을 보고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의 아들 파리스(Paris)에게 판정을 부탁했습니다. 왕자 파리스는 당시 카즈 산에서 양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여신들은 여러 가지 선물을 준비하여 파리스를 매수하려고 했습니다. 헤라는 파리스에게 아시아 제국의 군주 자리를 제안하고, 아테나는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운 여자를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결국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했습니다. 아름다운 여자가 무엇보다도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아프로디테가 말한 아름다운 여자는 당시 절세의 미녀로 알려진 트로이의 헬레네였습니다.


그런데 이 여성은 나중에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도움을 받아 메넬라오스가 자리를 비운 사이 스파르타를 방문하여 헬레네를 납치한 뒤, 트로이로 데려갔습니다. 아내를 빼앗긴 메넬라오스는 형인 아가멤논과 함께 트로이를 공격하였습니다. 이 전쟁이 10년간 이어진 트로이 전쟁입니다. 결국 파리스의 심판이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 셈이 되었습니다. 한편 파리스에게 앙심을 품은 헤라와 아테나는 그리스 연합군 편을 들어 트로이를 괴롭혔습니다. 트로이의 목마 아이디어도 헤라에게서 나온 것이었습니다.(결국 그리스 신화는 그리스인들 편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오늘날 튀르키에 지역에 속하는 트로이는 그리스 신들의 적입니다.) 이러한 '파리스의 심판'은 바로크 시대의 거장 루벤스가 1636년에 <삼미신>이라는 작품으로 '파리스의 심판'을 그려낸 적이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열린 와인 시음회도 이러한 그리스 신화의 이야기를 빌려 '파리의 심판'이라 불렸습니다.


와인 시음회였던 파리(Paris)의 심판과 그리스 신화 파리스(Paris)의 심판은 발음이 비슷하여 예상 밖의 결과를 낳은 사건으로 서로 함께 회자되었습니다. 신화에서 파리스가 아프로디테를 선택함으로써 트로이 전쟁이라는 결과를 낳았듯이, 와인 시음회 결과 미국산 와인이 선택됨으로써 프랑스 와인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미국 와인이 세계 와인시장에 두각을 나타내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와인 시음회는 조용히 잊힐 수 있었으나 1976년 당시 타임지 특파원이 파리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와인 시음회를 보도함으로써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는 파리의 심판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파리스의 심판에 빗대어 보도함으로써 두 사건이 빚어낸 커다란 파장을 상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결국 '파리의 심판'은 어느 경우나 역사적인 심판이 되었습니다.


4) 프랑스 보로도의 화이트 와인 <샤토 디켐>


<샤토 디켐>은 프랑스 보르도의 소테른(Sauternes)에서 생산된 와인으로, 살구, 꿀, 복숭아 같은 달콤한 과일향과 견과류 향이 풍부하고 높은 산미가 더해져 섬세한 균형감을 자랑하는 와인입니다. 최고급 만찬주로 유명하며, '신비의 묘약', '죽기 전에 꼭 마셔봐야 할 화이트 와인'으로도 명성이 높습니다. 이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13도에서 14도 사이이며, 가격은 대략 70만 원에서 150만 원 사이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판매 사이트의 광고 문구를 보면 2019년 산 <샤토 디켐>은 절인 살구, 복숭아, 꿀의 향기가 나고 말린 과일, 오렌지, 그리고 아카시아의 맛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마신 뒤에는 헤이즐넛과 캐러멜의 여운이 남으며, 블루치즈와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이 와인은 특히 귀부 와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귀부 곰팡이 때문에 병에 걸린 청포도, 즉 귀부병에 걸린 청포도로 만든 와인이기 때문입니다. 포도가 귀부병에 걸리면 포도 껍질에 미세한 구멍이 나고, 이 구멍 사이로 수분이 계속 증발됩니다. 그러면 포도가 건포도처럼 쭈그려 들면서 당도가 축적되는데, 이것으로 와인을 만들면 꿀처럼 달콤하고 산도가 높은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만든 와인은 200년 이상 숙성 보관도 가능하며 오래될 수로 그 가격은 더욱 비싸 집니다. 겨울에 포도를 얼린 뒤에 쪼글쪼글 해진 상태에서 곰팡이가 핀 포도를 발효시킵니다. 즉 포도에 귀부병을 일으키는 곰팡이가 생기도록 의도적으로 포도를 늦게 수확하며, 사람들이 직접 포도알을 하나하나 선별해서 곰팡이에 걸린 포도알만 골라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와인입니다. 그래서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와인입니다.



5) 프랑스 부르고뉴의 화이트 와인 <몽라쉐>


<몽라쉐>는 '화이트 와인의 여왕' 샤르도네(Chardonnay)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입니다. '몽라쉐(Montrachet)'는 프랑스어로 '볼품없는 민둥산의 언덕'이라는 뜻으로, 부르고뉴 지방에 있는 포도밭을 지칭하는데 이것이 화이트 와인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현재 <몽라쉐>는 세계 최고의 화이트 와인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으며, '부르고뉴의 보석', '<몽라쉐>를 마실 때는 모자를 벗고 무릎을 꿇고 경건하게 마셔야 한다'는 등 극찬을 받는 와인입니다.


참고로 화이트 와인에 사용되는 포도 3대 품종으로는 ① 샤르도네(Chardonnay, 샤도네이), ② 리슬링(Riesling), ③쇼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을 꼽습니다.


① 샤르도네는 화이트 와인 품종 중 대표적인 포도로 원산지는 프랑스 부르고뉴이며, 이 품종의 와인은 거의 모든 음식과 잘 어울리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번에 경주에서 열린 APEC의 만찬 와인으로 이 샤르도네를 사용한 화이트 와인이 올라갔습니다. 레드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을 사용한 와인이 선택되었는데 모두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트럼프 와이너리' 제품이었습니다. 이 와이너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이 소유한 것입니다. 참고로 APEC 정상회의 만찬 가운데 시진핑 등 각국 정상들이 와인 잔으로 건배한 술은 배혜정도가의 막걸리였습니다. 막걸리가 와인잔에 들어가니 새삼 고급스럽게 보였습니다. 술이름은 <호랑이유자 생막걸리>로 알코올 도수는 5도, 가격은 5,000원, 새콤달콤한 유자향과 톡 쏘는 탄산이 특징입니다.


② 리슬링은 독일 모젤지방에서 생산되는데, 높은 산도와 풍부하고 복합적인 향기(아로마)가 나며, 밋밋한(드라이) 와인부터 매우 달콤한 와인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울러 장기 숙성에 뛰어나며 숙성될수록 복합미가 더해지고, 포도밭 토양의 미네랄을 잘 담아내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소위 와인 끝 맛에 석판 냄새가 난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특성에서 나온 말입니다. 가벼우면서 은은한 꽃 향기가 매력적입니다.


③ 쇼비뇽 블랑의 원산지는 프랑스입니다. 특히 쇼비뇽 블랑은 높은 산도(신맛)와 함께 자몽, 허브 등과 같은 신선하고 상큼한 향이 특징입니다. 밋밋하고 가벼운 바디감을 지니며, 다양한 요리와 잘 어울리고, 청령한 느낌의 마시기 쉬운 와인을 만듭니다. 특히 향이 진한 음식과 토마토 요리와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6) 편의점 프랑스 와인 <앙시아땅>과 <음! 까베르네 쇼비뇽>


와인 강의가 끝나고 밤늦게 집에 가다 마을 부근에 있는 편의점에 들렀습니다. 독일의 모젤 지방에서 생산된 리슬링 청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을 찾았습니다. 수업 중에 문득 그 맛이 궁금해졌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가격표만 있고 상품은 없었습니다. 대신 프랑스산 화이트 와인 <앙시앙땅>과 레드 와인 <음! 까베르네 쇼비뇽>을 구입했습니다. <앙시아땅(Ancients Temps 2022)>은 알코올 도수 12.5도에 가격은 16,900원, <음! 까베르네 쇼비뇽(mmm! Cabernet sauvignon 2020)>은 알코올 도수 13.5도에 가격은 7,900원이었습니다.


<앙시앙땅>은 프랑스 남부 랑그독 루씨용(Languedoc Roussillon)에서 생산된 와인이며, 사용된 주요 포도 품종은 샤르도네 (Chardonnay) 50%와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50%입니다. 이 와인은 연어 샐러드나 살짝 데친 해산물 혹은 바닷가재 스튜 등과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앙시앙 땅(Anciens Temps)'이라는 프랑스어는 '과거로부터 이어진 오랜 시간'이라는 뜻으로, 와인을 만들 때, 유럽의 오래된 전통적인 와인 제조 노하우와 전통을 존중하면서, 다른 지역의 현대적이고도 새로운 양조 기술을 결합했음을 강조하는 뜻이라고 합니다. 원래 가격은 3만 원에서 4만 원 사이인데 50% 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했습니다.


<음! 까베르네 쇼비뇽>도 프랑스 남부 랑그독의 와인입니다. 떫은 맛이 강한 와인으로 프랑스 산 카베르네 소비뇽 100%이 사용되었으며, 바디감은 풀 바디, 당도는 거의 없는, 드라이한 레드 와인입니다. 만원이 안되는 저가이지만 목넘김이 좋다고 하며, 맛과 여운에 대한 평가가 좋은 레드 와인입니다.

이렇게 구입한 와인 두 병은 다음에 시집간 딸 집에 놀러 갈 때 가지고 가서 선물로 내놓아야겠습니다. 그리고 화이트 와인 한잔과 레드 와인 한잔을 얻어마셔 봐야겠습니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화이트 와인에는 꽃 향기가 나고, 레드 와인은 과일향기가 난다고 하는데 정말로 그런 향기가 나는지 입안의 오감으로 시음해 봐야겠습니다. 로제 와인은 색깔이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의 중간이고 향기는 더욱 진하다고 하는데 다음 기회의 선물 목록으로 적어 놓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와인 잔도 세트로 주문을 했습니다. 수입산이라고 하는데 어느 국가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샴페인용 기다란 잔 2개, 작은 와인 잔 2개, 그리고 볼이 커다랗고 둥그런 잔 2개, 각각 8천 원씩 모두 48,000원 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와인을 마실 생각은 아니고, 선물용입니다.


금년 9월과 10월, 2개월 동안 매주 한차례 씩 진행된 <세계사를 바꾼 술, 와인이 바꾼 세계사> 강의를 들을까 말까 고민하면서 걱정한 것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혹시 이러다 술독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쓸데없는 기우였습니다. 물론 앞날은 장담할 수 없으나, 이 수업을 들으면서 술을 마시는 방법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분의 선생님들로부터 들은 술에 대한 충고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술은 취하려고 마시는 것이 아니다. 그 맛을 음미하려고 마시는 것이다."

"꽃은 반쯤 피었을 때가 가장 아름답고, 술은 살짝 취했을 때가 가장 즐겁다.(채근담)"

"세상에 가장 쉬운 일은 공부하는 일이요, 그보다 어려운 일은 친구를 사귀는 일이요, 그 보다 더더욱 어려운 일은 이성을 사귀는 일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술을 마시는 일이다.(김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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