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리는 무슨 맛을 추구할까?

by 임태홍

오늘(2023년 10월 27일)은 청량리 수산시장을 다녀왔습니다. 김장 때 쓸 생선을 조금 사려고 했지요.

마침 점심시간이라 생선구이하는 식당을 찾았습니다. 시장 주변에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삼겸살집, 찜요리 전문점 등 돼지고기, 소고기 집이 많았습니다. 수산시장에 올 정도면 생선은 충분히 많이 먹으니 여기 와서는 육고기를 드세요 라는 뜻일까요? 수산시장 옆에 있는 생선구이집은 신선하고 좋은 생선을 쓸 것이라고 생각하고 한참 찾았습니다.


찾다 찾다 생선구이를 꼭 먹어야겠기에 일본요리 전문점을 보고 거기로 들어갔습니다.

생선구이 모둠을 하나 시켰습니다. 15,000원입니다. 요즘 점심 식사 값이 보통 1만 원 정도 하니 조금 비쌉니다. 하지만 이 식당이 일본요리 전문점이니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닙니다. 식당 안을 둘러보니 조그만 이 식당은 꽤 오래된 식당 같습니다.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다리던 모둠 요리가 나왔습니다.

꽁치 반 마리, 전어 작은 것 한 마리, 갈치 작은 것 한 토막, 고등어 한 조각, 그리고 뼈가 굵직한, 커다란 볼락 한 조각, 거기다 알 수 없는 생선 한 조각 등이 커다란 접시에 가득했습니다. 가격에 비하면 충분히 많은 양입니다. 와사비가 담긴 간장 한 종지도 같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밥 한 공기, 미소 된장국 한 그릇, 배추김치 조금, 파김치 조금, 그리고 노각무침도 조금 나왔습니다.


천천히 생선을 발라 먹는데 소금 간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이것은 한국식 생선구이와 다른 점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고등어구이는 간이 잘 베어 딱 먹기 좋게 짭짤합니다. 전어구이는 굵은소금이 전어 여기저기에 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식당의 생선 모둠 구이는 간이 안돼 있으니 와사비를 푼 간장에 찍어 먹어야 합니다.


이 생선 저 생선을 먹으면서 느끼는 것은 각종 생선의 원래 맛을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생선 자체가 가지고 있는 순수한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꽁치는 꽁치 자체의 맛, 전어는 전어 자체의 맛, 갈치는 갈치가 원래 가지고 있는 맛, 또 고등어는 고등어 그 맛, 볼락은 또 볼락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그 맛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자연의 순수한 그 맛이 그리고 그 맛이 서로 다른 데서 오는 풍성함이 일본식 생선구이 모둠요리의 핵심이었습니다.


저는 일본에서 10년 가까이 살았지만 항상 일본 요리가 추구하는 맛의 핵심 정신은 무엇일까 궁금했었습니다. 오늘 여기에서 느낀 점은 일본요리는 맛의 순수함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자연 그대로의 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요릿집의 요리사가 일류는 아닌 것 같습니다. 미소 된장국이 일본에서 맛보았던 그 맛이 아닙니다. 색깔도 거무튀튀하고 그 안에 담긴 재료도 어설픕니다. 그렇지만 일본 요리가 어때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생선을 먹으면서 같이 나온 파김치와 배추김치, 그리고 노각무침을 맛보았습니다. 역시 이 집 요리사는 일본요리 전문가이지 한국요리 전문가는 아닙니다. 노각 무침이 흐물흐물합니다. 노각은 껍질을 벗긴 뒤 잘게 썰어 소금에 약간 절여야 합니다. 그리고 물기를 꽉짜서 양념을 하면 탱글탱글하면서 씹는 맛있습니다. 소금에 절이고 물기를 꽉짜내는 과정이 빠진 것 같습니다.


파김치도 흔히 먹는 파김치가 아닙니다. 고춧가루를 소금에 버무린 양념을 파 무침한 맛입니다. 파와 양념이 따로 놉니다. 아무래도 액젓이나 젓갈은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 같고, 양념을 무칠 때 양념이 고루고루 베이도록 잘 버무려주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양념 맛이 파에 잘 스며들거나 서로 잘 어울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배추김치도 양념은 많이 보이는데 숙성된 맛이 없고 또 깊은 맛이 없습니다. 고춧가루 묻힌 샐러드와 같았습니다. 그러므로 이 집 요리사는 일본요리 전문가입니다. 한국 음식도 일본식으로 만든 것이지요.


일본에서는 떡을 만들 때 소금을 섞지 않습니다. 신에게 바칠 떡을 만들 때 부정한 것을 넣지 않아야 한다는 금기가 있어 소금을 넣지 않는데 그런 전통이 일반의 떡에도 적용된다고 합니다. 일본의 모찌를 생각해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떡에 소금 간을 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먹기 좋게 한가운데 앙꼬(팥으로 만든 속, 팥소)를 넣습니다. 생선구이도 그런 원칙이 적용된 모양입니다. 소금 간을 하지 않고 자연의 순수한 맛 그대로 먹는다는 것이지요. 일본의 초밥도 식초는 조금 치지만 소금 간을 하지 않습니다. 최대한 자연 그대로 밥 위에 얹어서 간장에 찍어 먹지요.


그러고 보면 일본 김도 우리와 다릅니다. 참기름 칠을 하거나 소금 간을 하지 않습니다. 일본 김은 두껍고 투박하고 맛은 그냥 김 그대로의 맛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상품으로 파는 구운 김은 대개 기름이 칠해져 있고 소금이 뿌려져 있어 먹기 좋습니다. 그러나 이런 김은 일본의 요리 정신에서는 매우 이질적인 것입니다. 우리나라 요리 혹은 음식 자체가 일본인들에게는 매우 이국적인 것입니다. 요리가 추구하는 사상이 서로 아주 다른 것이지요.


그럼 왜 일본요리는 순수한 맛을 추구할까요? 종교적인 의미는 앞에 소개했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을까요? 우리나라 음식은 왜 순수하지 않는 맛을 추구할까요? 발효음식이고 저장음식이기 때문에 맛이 복잡합니다. 자연의 소재가 시간과 어우러져서 맛이 변한 것을 우리는 추구하지요. 혹시 계절이나 기온과 관계되지 않을까요?

일본은 국토가 좌우로 깁니다. 동쪽은 북으로 올라가 홋카이도의 중심도시 삿포로는 위도가 매우 높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와 비슷합니다. 도쿄와 나고야는 우리나라 부산과 위도가 비슷합니다. 날씨가 비교적 온화하다는 것이지요. 일본의 근대 이전, 문화의 중심지였던 교토와 오사카 그리고 규슈지역은 위도가 훨씬 더 아래입니다. 이 지역은 겨울에도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매우 드물지요. 교토가 이중에서도 위도가 높은 편인데 겨울에 한참 추울 때도 영하 2, 3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습니다. 섬나라이니 주변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도 많습니다. 그러니 우리처럼 음식을 저장해 놓을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우리는 영하로 내려가는 겨울이 3개월에서 길게는 5, 6개월이나 됩니다. 강원도 같은 경우는 3월에도 날씨가 영하로 떨어집니다. 국토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북한 지역의 겨울은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니 저장음식이 발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겨울에는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에서 바로 채취한 순수한 음식 재료보다는 보존된 음식을 발전시킨 것입니다. 일본은 다르지요. 자연 그대로 채취해서 먹는 것을 택한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그것이 가장 좋겠지요. 그러나 그럴 수 없으니 우리는 김치를 만들고 젓갈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의 맛에는 없는 독특한 발효의 맛을 갖게 된 것이지요. 시간의 맛, 기다림의 맛입니다. 우리 눈에는 볼 수 없는 온갖 미생물이 만들어낸 맛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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