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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태홍 Oct 30. 2023

3월 25일, 감자심기

2023년 농부학교 경작일지

2023년 3월 25일 토요일, 

김포도시농부학교 오리엔테이션과 실습이 있었습니다.


화창한 봄, 농악놀이와 지신밟기, 그리고 천지의 신에게 금년 농사를 처음 보고하는 제사가 인상 깊었습니다. 요즘은 시골에서도 보기 힘든 전통 의례인데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텃밭 가꾸기 정도로 간단하게 생각하고 참가한 농부학교인데 마음이 경건해지고 농사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실습시간에는 감자심기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강사님은 이호 곳간지기님입니다. 감자는 땅속 줄기의 일부이며 그래서 씨감자를 심을 때는 그점을 염두에두고 줄기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두둑을 만들고 10Cm 정도 깊이로 묻어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2년 전엔가 감자를 맨땅에 심은 적이 있는데, 6월 쯤 되니 풀속에 파뭍혀 한알도 수확하지 못한 적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두둑을 만들어 심어야 한다는 말은 들었는데 넓이 50Cm 정도이상, 높이는 20-30Cm로 두둑을 만들고 두둑 한쪽에 쏠리게 파종구를 만들고 20-30Cm 간격으로 심는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책을 보고도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지나쳤는데 실지로 내자신이 직접 그런 두둑에서 감자를 심어보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물줄 때는 두둑의 정상에 홈길을 내서 뿌리고 풀이 올라오면 고랑에서 흙을 끌어올려 덮으면서 쌓는다는 강사님의 설명을 듣고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혼자서 끙끙거리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일을 면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감자를 캘 때까지 잘 지켜보고 참여하면 감자 농사에서 망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수업을 듣고 씨감자를 인터넷으로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몇개는 물속에 담가보고, 몇개는 하우스 안에 심어보고 또 몇개는 작은 스치로폼 상자에 넣어 흙으로 덮고 물을 잔뜩 주었습니다. 결과는 모두 실패했습니다. 감자들이 싹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썩기 시작했습니다. (감자는 아마도 물을 싫어한 것 같습니다.)

 

산광최아(散光催芽)라는 말이 생각나서 햇볕에 말려봤습니다. 말리면 싹이 나는 줄알았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산광'이란 직사광선이 아니라 '흩어지는 햇빛'이었습니다. 직사광선이 없는 밝은 곳에 두고 싹틔우기를 하라는 뜻이었습니다. 결국 씨감자로 산 감자는 2주 가까이 싹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먹으려고 산 감자 몇개에서 싹이나 그것을 밭에 심었습니다. 감자를 사서 거실에 두고 몇개씩 삶아 먹었는데, 그중에 남은 감자 몇개에서 싹이 난 것입니다. 아마도 감자 싹을 틔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사광선이 없는 곳, 그리고 조금은 따뜻한 곳, 그리고 건조한 곳에 두는 것 같습니다. 


농부학교에서 나누어준 교재를 보니 건조한 곳이 아니라 습도가 80-90%되는 곳이 좋다고합니다. 그리고 3주정도 기다려야하고, 싹이 1Cm정도 자라야한다고 합니다. 지금은 많이 늦었지만 실패하고 남은 씨감자를 그런 식으로 싹틔우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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