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서 『농사직설』원문 강독>

2023년 농부학교 수업일지

by 임태홍

1월 12일, 겨울 농사학교 여덟 번째 수업이 있었습니다. 수업 제목은 <고농서 『농사직설』원문 강독>입니다. 강사는 고농서 공부모임의 권오상 선생님입니다.


『농사직설(農事直說)』은 정초(鄭招)와 변효문(卞孝文) 등이 편찬한 우리나라 최초의 농업서입니다. 세종 11년, 즉 1429년에 편찬되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우리나라 풍토, 특히 한반도 남부지역(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에 맞는 농사법을 정리하였는데, 주요 곡식에 한정되어 내용이 빈약합니다. 하지만 이후 조선에서 출판된 농서의 모범이 된 것으로 매우 중요한 서적입니다. 이 책의 번역문은 농촌진흥청 농업과학도서관에서 구해볼 수 있습니다.(주1)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자도서관에서도 원문과 번역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주2)


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서문

2. 곡식의 종자를 준비하기(備穀種)

3. 논밭 갈기(地耕)

4. 삼 심기(種麻)

5. 벼 심기(種稻)

5. 서속(黍粟) 심기 (서속은 기장, 조, 수수 등 알갱이가 작은 곡식을 말함.)

6. 피 심기(種稷)

7. 콩, 팥, 녹두 심기(種大豆小豆)

8. 보리와 밀 심기(種麥)

9. 참깨 심기(種胡麻)

10. 메밀 심기(種蕎麥)


이 수업은 원문 강독을 위한 시간이기 때문에 선생님의 설명은 한문을 번역하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래서 한문 단어 설명이 많았는데 주요한 것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掩草 엄초 : 풀을 흙과 함께 섞어 묻다 / 初耕 초경 : 처음 밭갈이

再耕 재경 : 재차 밭갈이 / 晩種 만종 : 늦게 뿌리는 씨앗

晩種 早熟 만종 조숙 : 늦게 심고 일찍 여물다 / 水田 수전 : 논

旱田 한전 : 밭 / 熟田 숙전 : 해마다 농사를 지어 잘 길들인 밭

美田 미전 : 비옥한 밭 / 薄田 박전 : 척박한 밭

蠶砂 잠사 : 누에 똥 / 連枝 杼葉 연지 저엽 : 가지가 붙어 있는 상수리나무 잎(갈잎)

熟糞 숙분 : 썩은 거름, 썩은 인분, 혹은 잘 발효된 똥 / 尿灰 요회 : 오줌 재

掩耕 염경 : 갈아엎다 / 早種 조종 : 이른 파종, 빠른 파종

早稻 조도 : 올벼, 일찍 수확한 벼 / 晩稻 만도 : 늦벼

乾耕 건경 : 밭갈이, 물이 없는 마른 밭을 감 / 水荏子 수임자 : 들깨

大豆 대두 : 콩 / 小豆 소두 : 팥 / 黍 서 : 기장 / 胡麻 호마 : 참깨

大麥 대맥 : 보리 / 小麥 소맥 : 밀 / 蕎麥 교맥 : 메밀

火耕 화경 : 불을 놓아 밭갈이함. 화전 / 作付 작부 : 작물을 심음. 그루심기 혹은 경작

兩麥 양맥 : 보리와 밀 / 畝 무, 묘 : 이랑 / 壟 농 : 밭두둑 / 畝間 무간 : 고랑

畎 견 : 밭도랑, 밭고랑 / 溝 구 : 도랑, 고랑

點播 점파 : 씨앗을 점점이 뿌림. 점 뿌림 / 線播 선파 : 줄 뿌림 / 漫播 만파 : 늦뿌림

條播 조파 : 밭에 고랑을 내어 줄이 지게 씨앗을 뿌림

足種 족종 : 벼농사 방법 중 하나로 발 뒤꿈치로 흙을 밟아 눌러 종자를 뿌리고 오른발로 흙을 덮음

科種 과종 : 두둑에 구덩이를 만들고 그 속에 무, 배추 따위의 씨앗을 뿌림

壟種 농종 : 이랑 위에 씨앗을 파종 / 畎種 견종 : 고랑에 씨앗을 뿌림

縵種 만종 : 흩어 뿌림. 이랑이나 골 없이 땅을 평평하게 고른 후 뿌림

草木糞 초목분 : 풀과 나무 거름 / 草木灰 초목회 : 초목을 불태워 얻은 재

綠肥 녹비 : 녹색식물의 줄기와 잎을 사용한 비료 / 苗糞 묘분 : 식물 싹 비료

糞灰 분회 : 썩은 인분과 오줌 재를 같이 섞은 거름

曝根 폭근 : 햇볕에 뿌리를 노출시켜 말림 / 曝陽 폭양 : 햇볕에 쬠

耘 운 : 김매다 / 鋤 서 : 호미, 김매다 / 手耘 수운 : 손으로 김매기

隨熟隨刈 수숙수예 : 여무는 대로 즉시 베어냄

半熟卽刈 반숙즉예 : 반쯤 여물면 즉시 베어냄

耕 경 : 밭갈이 / 耒 뢰 : 논이나 밭을 가는 농구. 가래, 쟁기, 따비 등

熟治 숙치 : 밭을 곱게 가꿈. 흙덩어리를 잘게 부숨 / 摩平 마평 : 땅을 평평하게 고름

木斫 목작 : 써레 / 鐵齒擺 철치파 : 쇠스랑

檑木 뇌목 : 곰방메 / 輪木 윤목 : 남태 / 栲栳 고로 : 도리깨

撈 노 : 끙개. 끌개. 씨를 뿌린 뒤 씨앗이 흙에 덮이게 하는 농기구. 예개(曳介)

板橯 판로 : 씨앗 파종 뒤에 흙을 덮어 주는 농기구. 번지(翻地 )라고도 함

把橯 파로 : 밭고무래, 고미래 / 推介 추개 : 밀개 / 木斫背 목작배 : 등써레, 써레등

鎌 겸 : 낫 / 大鎌 대겸 : 자루가 긴 큰 낫 / 箕 기 : 키, 삼태기

蒿篅 호천 : 빈주머니 / 布囊 포낭 : 베주머니 / 瓮 옹 : 독, 항아리

槽 조 : 물통 / 木槽 목조 : 나무통 / 苫薦 점천 : 비개(飛介)


이어서 『농사직설』의 서문을 읽었습니다. 수업에서는 원문으로 읽고 문장구조, 한자 단어의 의미, 한문 해석 방법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었으나 여기서는 선생님이 배포한 자료의 번역문과 원문을 바탕으로 서문에 어떤 내용이 쓰여있는지 살펴보는데 그칩니다.


<농사직설 서문>

(임금은) 총제 정초 등에게 명령을 내려 농사직설을 편찬하게 했는데,(命摠制鄭招等, 撰農事直說) 그 서문에 이르기를(其序曰) , "농사라는 것은 천하국가의 큰 근본이다.(農者, 天下國家之大本也.) 예로부터 어진 임금은 이에 힘쓰지 않을 수 없었다.(自古聖王, 莫不以是爲務焉) 황제 순임금은 9명의 장관과 12곳의 지방관리에게 명하기를,(帝舜之命, 九官十二牧也) 먹는 것은 오직 시기를 생각해야 하며,(首曰, 食哉惟時) 정성스레 제사 지낼 때 쓰는 젯밥과, 사람을 낳고 기르는 물자가 농사 없이는 될 수가 없다.(誠以粢盛之奉, 生養之資, 捨是無以爲也.)"라고 하였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태종 공정대왕은 일찍이 신하들에게 명하여,(恭惟, 太宗恭定大王, 嘗命儒臣) 옛 농서에서 절실하게 쓰일 말들을 가려내 취해서 우리말로 뜻풀이를 달고,(掇取古農書, 切用之語, 附註鄕言) 목판으로 출판해서 널리 배포해, 백성들이 농사에 힘을 쓰도록 가르쳤습니다.(刊板頒行, 敎民力本)


우리 주상전하(세종대왕)에 이르러, 밝은 이치를 이어서 다스리기를 도모함에, 더욱 백성의 일에 뜻을 두었습니다.(及我主上殿下, 繼明圖治, 尤留意於民事) 각 지역의 풍토가 같지 않기 때문에 나무를 심고 재배하는 방법은 각기 그 마땅함이 다르므로, 옛날 책과 모두 같을 수는 없습니다.(以五方風土不同, 樹藝之法, 各有其宜, 不可盡同古書) 이에 모든 지방의 관리에게 명하여, 주와 현에 있는 나이 든 농부를 방문해서, 지역에 따라 이미 시험해 본 경험을 상세히 아뢰도록 했습니다.(乃命諸道監司, 逮訪州縣老農, 因地已試之驗具聞)


또 정초에게 명하여, 순서와 조리를 보태도록 했습니다.(又命臣招, 就加詮次.) 그래서 정초와 종부소윤 변효문은 살펴서 가려내고 참고해서, 중복된 것을 없애고, 절실히 필요한 것은 취해 한 편을 편찬했는데, 제목이 농사직설입니다.(臣與, 宗簿小尹臣卞孝文, 披閱參考, 袪其重複, 取其切要, 撰成一編, 目曰 農事直說.) 농사 외에 다른 말은 섞이지 않게 하고, 간결하고도 바르게 되도록 노력하여, 산하의 백성들로 하여금, 환하게 알기 쉽게 했습니다.(農事之外, 不雜他說 務爲簡直, 使山野之民, 曉然易知.)


작업이 끝나자, 주자소(鑄字所 활자로 책을 찍어내는 곳)로 내려보내 약간의 책을 인쇄해서,(旣進, 下鑄字所, 印若干本) 장차 조정과 민간에 모두 배포해, 백성을 이끌고 삶을 풍요롭게 함으로써, 집에는 보태고 사람에겐 풍족하게 이르게 하고자 합니다.(將以頒諸中外, 導民厚生, 以至於家, 給人足也.) 신 정초가 시경을 살펴보니, 주나라 왕실이 농사로써 나라를 이뤘고, 8백여 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보냈습니다.(臣竊觀周詩, 周家以農事爲國, 歷八百餘年之久.) 지금 우리 전하가 은혜롭게 이 백성들을 다스리고, 나라를 위해 길게 생각하니, 이 어찌 농경의 신 후직과 주나라 성왕과 같은 모범이 아니겠습니까?(今我殿下惠養斯民, 爲國長慮, 豈不與后稷成王同一規範乎.) 이 책은 비록 작지만 그 이익됨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을 것입니다.(是書雖小, 其爲利益, 可勝言哉.)


서문을 읽어보니 '농사직설'이 '농사직설'인 이유를 알겠습니다. 저술 방침이 '농사 외에 다른 말은 섞이지 않게 한 것'이라고 합니다. 조선 시대 학자들은 대개가 성리학자들이었기 때문에 글을 쓸 때는 자기들이 알고 있는 성리학적 지식을 최대한 동원했습니다.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무의식 중에 주자며 공자, 맹자의 말과 사상을 빌려옵니다. 그런 현학적인 지식은 최대한 배제하였다고 하니 그야말로 실용서적인 '농사직설'입니다.


또 서문 가운데는 각 지역의 풍토가 다르기 때문에 작물의 재배 방법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언급한 대목이 보입니다. 농사법을 조사하면서 각지 농부들의 재배법을 참고한 것은 바로 이런 정신에 입각한 것이었습니다. 『농사직설』이 담고 있는 기본 정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업 말미에 질의 응답 시간이 있었는데 이때 중국에도 호미가 있는지, 호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인지 하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중국은 넓은 나라이기 때문에 어딘가에 있을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중국 농법은 기본적으로 서서하는 농사이기 때문에 호미가 발달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쭈그려서 하는 농사이기 때문에 호미가 발달했다고 합니다. 어느 말이 맞는지 확인할 수 없으나 호미를 표현하는 중국 한자대한 중국사이트(바이두)의 이미지 검색에서 호미를 닮은 도구가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호미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농기구인 것 같습니다.


호미를 나타내는 중국 한자는 鎛(호미 박), 䥓(호미 기), 鎛(호미 박), 耨(호미 누), 鋤(호미 서), 鎡(호미 자), 鏃(호미 착), 钃(호미 촉), 欘(호미 탁), 錃(호미 피), 鎒(호미 호) 등 아주 많습니다. 이말은 우리나라 호미에 딱 맞는 중국 호미가 없다는 뜻이겠지요. 중국식 호미들은 대개 자루가 긴 것을 보면 황토밭을 일구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푸석푸석한 황토밭은 서서도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루가 짧은 호미는 필요가 없었겠지요. 대신 우리는 기본적으로 화강암에서 떨어져 나온 거친 흙을 갈거나 자갈밭을 갈고, 거기에서 자라는 잡초를 뽑아내려면 짧고 튼튼한 호미가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수업시간에는 시간이 부족하여 『농사직설』전체를 함께 다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서속, 즉 기장과 조 심기에 관심이 있어서 나중에 선생님이 배포한 번역문의 이 부분을 읽어보았습니다. 기장과 조는 옛날에 쌀, 보리보다 널리 심었던 곡식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건강에도 좋은 곡식으로 알려져 있고 값도 비쌉니다. 그리고 이 곡식들은 우리 민족의 형성과도 깊은 관련이 있답니다.(주3) 기회가 되면 제 밭에 심어 보려고 알아보던 중에 『농사직설』의 '서속 심기'를 흥미 있게 읽었습니다. 여기에 그 번역문을 소개합니다.


<농사직설의 서속 심기>

3월 서리 기운이 꺾여 없어질 때 좋은 밭을 고른다. (수확시기가 빠른) 올기장과 올조는 3월 상순, (수확이 늦은) 늦기장과 늦조는 3월 중순에서 4월 상순까지 파종할 수 있다 가는 모래와 검은 흙이 서로 반씩 섞인 것이 좋다. 기장과 조는 성질이 높고 건조한 곳이 적합하고, 낮거나 습하면 적합하지 않다.


먼저 팥을 사용해 드문드문 흩어뿌리고 밭을 간다. 그다음에 이랑을 따라 좌우로 발꿈치를 교대로 밟고, 들깨나 기장 또는 수수를 서로 섞어, 들깨 1푼과 기장 또는 조 3푼을 파종한다. 좌우로 발을 교대로 움직였으니, 이미 복토가 완성된 것이다.


모가 자라면 그 사이에 잡초가 생기고 포기가 조밀해진 곳은 김매기로 제거하고, 흙으로 뿌리를 북 준다. 김매기는 3번에 이르고, 풀이 없어도 김매기를 멈춰서는 아니 된다. 줄기가 성장하기를 기다리고, 두 이랑 사이에 잡초가 무성해지면 소 한 마리를 (새싹을 먹지 못하게) 그 입에 그물을 씌워서, 천천히 밭 갈기를 하되, 줄기가 손상되지 않도록 한다. 이렇게 해서 이랑 사이에 잡초를 없애고 흙은 줄기뿌리를 돋아준다.


기장이 반쯤 익으면 즉시 베고, 조는 충분히 누렇게 익기를 기다려 벨 수 있다. 기장은 익으면 쉽게 떨어지고 바람을 맞으면 수확을 잃는다. 밭이 만약에 척박하면 잘 썩은 똥거름이나 오줌재를 쓰고 파종한다. 기장과 조 2~3되마다 똥거름 또는 오줌재 1석을 섞어 만든다. 조는 또 늦게 심고 일찍 익는 게 있는데, 청량(우리말은 생동차조)이란 종자가 그것이다.


흙은 두텁고 오래 묵은땅을 골라 씨앗을 심는다. 숲과 나무를 베어 없애면 가장 좋고, 오래 묵은 밭이 그다음이며, 보리를 뿌리째 뽑아낸 것은 하급이다. 5월에 풀을 베고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불로 태워 재가 아직 식지 않을 때, (재가 식으면 거미가 지면에 거미줄을 널리 퍼뜨려 종자가 땅에 닿지 않는다.) 조를 내던지듯 흩뿌리고 쇠스랑으로 흙을 일궈 씨앗을 덮는다.


그러면 풀베기 힘을 줄이고 나오는 것은 통상의 배가 된다. 대개 밭을 가꾸는 방법은 가을에 갈이하고 겨울을 보내는 게 으뜸인데, 조밭은 더욱 그러하다. 수수(우리말 당서)는 지대가 낮고 습해야 적합하고, 높고 건조하면 적합지 않다. 2월에 일찍 파종하고, 김매기를 두 번 하지 않더라도 수확은 많다.


이상은 『농사직설』의 조, 기장, 수수 심기 부분이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600여 년 전 기장과 조, 수수를 직접 수확해서 그것으로 밥을 해 드시던 어르신들의 말씀입니다. 똑같이 해보고 배워야겠습니다.



주1) 농촌진흥청 농업과학도서관 사이트(https://lib.rda.go.kr/main.do)의 소장자료 검색에서 '농가집성'을 검색하면 청구기호 630.951 ㄴ95ㄴKㄴ 자료임.(https://lib.rda.go.kr/search/mediaView.do?mets_no=000000140919). 본문은 208쪽부터 226쪽까지임. 원본은 노재준·염정섭·윤태순·홍기용 옮김, 《농가설·위빈명농기·농가월령·농가집성》(고농서 국역 총서 7), 농촌진흥청, 2004.

주2)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사이트(https://www.krei.re.kr/krei/index.do) 전자도서관에서 '농사직설'을 검색하면 김영진이 번역한 『농사직설』 번역문(원문포함)을 다운 받을 수 있습니다.

주3) 강석기, 「기장의 재발견」, <동아사이언스>,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51035, 202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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