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농법으로 짓는 토종생강>

2023년 농부학교 수업일지

by 임태홍

겨울농사 학교 마지막 강의는 2024년 1월 13일, 생강 저장 토굴 답사와 함께 완주 현지 고산 자연휴양림 강의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강의 제목은 <전통 농법으로 짓는 토종 생강 이야기와 생강 저장 토굴 답사>입니다. 강사는 (사)완주생강 전통농업시스템 보존회 이사장 이민철 선생님이었습니다.


강의는 먼저 생강 농사와 관련한 동영상 시청부터 했습니다. 유튜브 <No.1생강채널 천년완주생강>에 공개된 영상 중 한편을 보았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밭고랑에 보리를 먼저 심고 키운 뒤, 밭두둑에 생강을 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에 생강풀이라고 하는 나뭇잎을 채취하여 생강을 덮어주는 것도 특이했습니다.


씨 생강은 4월 말쯤에 파종합니다. 그때쯤에는 지난해 가을에 고랑에 심어둔 보리가 무릎 정도까지 자랍니다. (보리 파종은 11월이나 해를 넘겨 2월 중순경에 할 수도 있습니다.) 파종할 때는 두둑에 자란 잡초를 제거하고 생강을 두세 마디씩 끊어서 심습니다. 씨생강 중심부의 두터운 부분은 2마디, 주변의 얇은 부분은 3마디씩 잘라 심으면 됩니다. 씨생강은 심기 전에 하루 정도 말린 뒤에 심으면 싹이 잘 나온다고 합니다. 심는 깊이는 호미 날 깊이, 즉 4-5cm 정도입니다.


씨생강을 파종하고 나서 10여 일 뒤, 즉 5월 중순쯤에는 인근 산에서 생강풀을 채취하여 생강 심은 두둑을 덮어줍니다. 생강풀이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떡갈나무나 굴참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등 참나무류의 이파리를 말합니다. 생강풀은 말하자면 생강을 덮는 나뭇잎을 말합니다. 나뭇잎을 채취할 때 나무 가지도 함께 채취합니다. 가지에 나뭇잎이 달린 채로 채취해 생강을 덮어야 그늘도 생기고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생강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썩어서 생강에 필요한 거름을 제공하고 벌레들을 끌어들여 건강한 땅을 만들어 줍니다.(주1)


6월 초 망종 즈음에 고랑에 심은 보리가 열매를 맺으면 먼저 열매를 맺은 윗부분만 잘라내고, 즉 목을 잘라내고, 나중에 뿌리째 뽑아서 생강 위를 덮습니다. 생강풀에 이은 두 번째 풀 멀칭입니다. 생강 풀은 가지채로 두둑에 놓아두었으니 생강풀과 보리 줄기 사이에 공간이 생기고 시원한 그늘이 만들어집니다. 생강은 이때쯤에 한 뼘 정도의 크기로 자랍니다. 생강 성장의 최적 온도는 25℃∼28℃입니다. 7, 8월의 한여름에 온도가 35℃를 넘어서면 발육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그때는 적절한 차광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키워서 10월 20일경, 상강 전후로 수확을 합니다.


수확한 생강은, 옛날에는 집안 구들 바로 밑에 구덩이를 파서 보관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생강굴을 인근 산 언덕에 파서 생강을 보관합니다. 강의가 끝나고 다음날 완주 봉동마을의 생강굴 견학을 갔습니다. 마을 안에 있는 전통 생강굴 구덩이는 깊이가 1.5m쯤 되었는데 마을 주택의 구들 밑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불을 때서 구들을 덮이지 않으니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또 마을이 개발되면서 아파트며 큰 건물이 들어선 뒤, 지하에 흐르는 물길이 변하고 지하수의 높이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고 합니다.


생강은 물 빠짐이 좋아야 하며 지하수면도 낮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마을 안에 있던 생강 밭과 생강굴은 사용할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겨울에 구들 난방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온기 확보를 위해 생강굴을 깊이 뚫어야 하는데 그러면 지하수면과 만나게 되어 생강을 보존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니 산으로 올라가 깊은 생강굴을 뚫은 것입니다. 인근 산에 있는 생강굴 주변에 생강밭이 많았습니다. 마을 안에 있던 생강 경작지가 생강굴을 따라 그곳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산 언덕 위에 있는 생강굴 깊이는 6-7m는 족히 되어 보였습니다. 그 깊은 곳에서 토굴은 다시 수평으로 나뉘어 들어가, 여러 갈래의 토굴방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한겨울의 쌀쌀한 날씨인데도 토굴의 온도는 14도 정도였습니다. 생강은 15도 이하에서 성장을 중지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 상태로 있다가 봄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지면 그 때 싹이 나겠지요. 생강을 보관할 때는 온도도 중요하지만 충분한 수분이 필요하고 곰팡이 억제를 위한 황토 피복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관리를 통해서 씨생강이 건강하게 겨울을 나는 것입니다.


이민철 선생님은 실지로 이곳에서 생강농사를 지은 분으로 생강밭 경작을 위해 상세한 지하 수로 지도를 작성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수업시간에 그 지도를 보여주는데, 봉동마을 주변의 만경강 물길과 인근 마을의 지하 수로가 아주 상세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발간된 수많은 지도를 참고하여 합성하였다고 하는데 그 정성이 대단합니다. 봉동마을의 생강은 이순신장군도 선물로 받은 적이 있고, 1900년대 초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생강이 생산되었다고 하니 선생님의 자부심과 노력이 이해할 만합니다.


이곳 봉동마을은 만경강과 연결되어 있는 평야지대로 동쪽으로는 산간지역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산간지역에서 내려오는 수분과 거름기가 이곳으로 모여 생강재배에 필요한 수분과 영양분을 제공합니다. 만경강은 금강 바로 밑에 있는 강으로 전주시와 완주군의 북쪽지역을 흐르는 강입니다. 봉동마을 앞을 지나는 만경강의 수로는 군산 앞바다로 이어집니다. 봉동마을은 풍부한 일조량과 지하에 있는 모래자갈층의 배수 조건, 그리고 표층 1미터 두께의 기름진 사질 토양이 생강 재배에 최적이라고 합니다.


생강굴 견학을 마치고 유기종 토종 생강 1kg을 2만 원에 샀습니다. 집에 돌아와 손질하면서 봤더니 생강 안쪽 색깔이 푸르스럼했습니다. 보통 생강은 노란색인데 이상하다 생각되어 인터넷을 뒤져보니 전통 토종 생강은 그런 색깔이라고 합니다. 노란색은 개량종으로 중국산일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토종 생강은 매운 맛과 향이 개량종보다 더 강하지만, 생산량은 적은 편이라고 합니다.


생강 이파리는 마치 대나무 잎과도 같습니다. 몇 년 전에 제가 서울에 살 때 옆 집에서 화분에 생강을 키웠습니다. 옆집 노인은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길가 한쪽에 20여 개의 화분을 늘어놓고 생강을 키웠는데 저는 처음에 대나무를 키운 줄 알았습니다. 물을 열심히 주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이른 봄부터 가을 늦게까지 생강은 혼자서 잘 컸습니다. 대나무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생강도 대나무만큼이나 알아서 잘 자라는 작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생강이 뜨거운 열을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그 도시농부의 솜씨 덕분이기도 했겠지요.


생강 수업과 견학에 참가하고 난 뒤 저도 생강을 키워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생강은 특히 건강식품이고, 김치를 만들 때 필수적인 재료이며 생강차, 생강 편강, 생강시럽, 생강피클, 그리고 생강장아찌도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매력있는 작물입니다. 생강에 대해서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견학 수업에 대해서도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생강 매력을 발견한 견학 여행입니다.



주1) 전통농업연구소 안철환선생님의 보충설명에 따르면, 이렇게 산에서 나뭇가지와 이파리를 채취해서 거름으로 사용하는 풍습은 우리나라 농사법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라고 합니다. 미국인이 한중일 삼국을 돌아보고 지은 『4000년의 농부』(F.H. 킹 지음, 곽민영 옮김, 들녘, 2006, 337쪽)라는 책에서도 1900년대 초기 우리나라 농촌의 이러한 거름 사용에 대한 목격담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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