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국립농업박물관 견학

2023년 농부학교 수업일지

by 임태홍

5월 25일, 오늘은 오전 5시에 일어나 부지런히 김포로 달려갔습니다.

대기한 차량에 올라타고 오전 10시경에 도착한 곳은 수원의 국립농업박물관이었습니다. 예전의 농업진흥청 자리에 만들었다고 하는 이 박물관은 세운 지 얼마 안 되는지 건물 안이 매우 깨끗했습니다. 전문적으로 설명해 주는 분이 있어 여러 가지 설명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안내원이 맨 처음 소개한 곳은 스마트 팜이었습니다. 최신식으로 농사를 짓는 스마트 팜은 작물 선반이 고정된 곳과 움직이면서 회전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키우고 있는 작물은 이름이 생소한 로메인, 버터헤드, 롤로로사, 바타비아 등이었습니다. 상추나 고추, 깻잎 등이었으면 더 관심이 갈 텐데 모두 유럽의 식물로 이상한 거리감을 느꼈습니다.


여기서 키우는 작물은 맛은 좋으나 덜 질기고 연하며 쉽게 물러진다고 합니다. 아직은 개발단계로 여러 가지 점이 미흡하다고 하는데 양액관리, 기계관리, 그리고 양액의 누수와 기계의 고장도 가끔 발생한다고 합니다. 수직농장이라고도 부르는 이 스마트 팜은 아직은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작물을 키워서 3천만 원의 소득을 올렸는데 전기세 등 비용이 3천만 원이었다고 하니 쉽지 않은 일 같습니다.

마곡의 서울식물원 부근에도 이러한 수직농장이 있어서 들린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관리하는 사람들, 즉 '농사짓는 사람들'을 보았는데 농부가 아니라 의사의 모습이었습니다. 흰 가운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호미를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무슨 조사표 같은 것을 들고 있었습니다. 벌이나 나비 등 곤충도 날아다니지 않고, 흙도 없고 오직 LED 전등이 농작물 위에 켜져 있고 환풍기가 돌아가고 습도며 온도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 같았습니다. 농장에 있다는 느낌보다는 병원의 병실에 있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안내원이 다음으로 안내한 곳은 농업 관련 서적이나 도구들을 모아놓은 전시실이었습니다. 전시실 입구에도 커다란 화면에 영상이 소개되었는데 "오래된 미래 우리 농업", ''전통 농업에서 과학 기술의 농업으로", "진화하는 농업", "희망의 미래로 나아가는 농업" 등의 문구가 커다랗게 적힌 영상이 계속 흘러나왔습니다. 안내원의 설명에 따르면 그동안 농사와 관련하여 많은 혁명적인 변화가 있었는데 스마트 팜은 새로운 농사 혁명이라고 합니다. 영상과 각종 전시물에서 그러한 점을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구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온난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기후 변동도 극심해지니 스마트 팜과 같이 안정적인 환경 조성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작물 생산의 측면에서도 정책 입안자들에게 스마트 팜 농사는 매력적일 수 있을 것입니다. 돈이 많은 투자자나 기업가들에게도 스마트 팜은 또 하나의 사업 아이템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먼 미래에 지구 환경이 더 나빠져 인간이 달이나 우주로 이주를 해야 한다면 스마트 팜이 인류 구원의 농사법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땅에서 작물과 씨름하는 농부의 입장에서 볼 때 스마트 팜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농사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스마트 팜 안에 설치되어 육중하게 위아래로 돌아가는 작물 선반과 그것을 돌리는 철제 체인 그리고 수많은 전등과 양액 파이프가 농부보다는 엔지니어가 더 필요하게 느껴졌습니다. 현장에서 질문도 "선반 하나가 고장 나면 어떻게 고치는 가요? 전체 선반을 다 멈춰야 하는지 아니면 선반 하나를 뜯어내 고치는 가요?"라고 하여 농사일이 아닌 기계관리 관련 질문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업에 투자하는 기업의 사장이라면 농부보다는 엔지니어를 고용할 것 같습니다. 이익을 내는데 농사 기술보다는 엔지니어 기술이 더 필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안내원은 로봇농업, 정밀농업, 드론을 활용한 농업, 그린 바이어 등의 미래를 보여주는 전시물을 소개했습니다. 그곳을 지나면서, 기계가 아니라 흙과 작물에 매달려 거기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전시물이 어디쯤에 있을까 생각하면서 다음 전시실로 이동했습니다. 씨오쟁이, 겨리쟁기, 자리틀, 삼태기, 매통, 돌확, 나락뒤주 등 지금은 볼 수 없는 많은 전통 농기구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조선시대에 간행된 농서인 <농사직설>, 실학자 서유구의 <임원경제지> 등 서적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식물의 수분을 담당하는 곤충들을 전시한 곤충관, 그리고 열대 식물을 키우고 있는 식물관을 지나면서 박물관 견학이 끝났습니다.


마곡의 서울 식물원에도 제법 큰 열대 식물관(온실)이 있습니다. 그곳을 둘러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만, 우리나라 식물원에 열대관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앞으로 우리나라 기후가 열대로 바뀌게 된다면 학습차원에서 열대 식물을 미리 봐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좀 엉뚱한 생각이지만 식물원에 일부러 비싼 난방을 인공적으로 하지 않고, 그냥 우리나라 현재의 기온 상태 그대로 놔두고,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을 잘 키워서 보여주는 것은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국민학교, 중학교 다니던 시절에 식물원에 가면 커다란 선인장을 보고 신기해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50여 년 전의 일입니다. 그때는 인터넷도 없었고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한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이 발달하고 해외여행이 쉬워졌습니다. 신기한 외국 것보다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우리 것이 더 신기하게 느껴지는 시대입니다.


우리나라 식물 중에는 독초이면서 귀중한 약제로 쓰이는 애기똥풀부터 봄에 이쁜 보라색 꽃을 피워 올리는 개부랄 풀, 그리고 고부간의 갈등을 이름으로 말해주는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 등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긴 많은 식물들이 많습니다. 잡초들 중에는 현재 약품 원료로 사용되는 것도 있으며, 식용이 가능한 것도 있고, 외래종인 것도 있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도 있고, 모양이 괴상하게 생긴 것도 있습니다. 나무들 중에서도 정말 다양한 나무들이 있으며,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희귀한 나무들도 있습니다. 미스김 라일락, 미선나무 등이 그것입니다. 그런 것들을 전시하여 자라는 아이들에게 우리 식물의 소중함을 전하고 고령화시대에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사라져 버린 옛 풍경 속의 식물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그런 식물원 그리고 박물관은 어떤가 생각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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