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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태홍 Nov 04. 2023

4월 15일 텃밭 만들기, 쌈채류 파종과 포도농장 견학

2023년 농부학교 경작일지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조금씩 내렸습니다. 

3주 전, 첫 번째 실습 시간에 심어놓은 감자는 아직도 싹이 올라오지 않았는데, 오늘 내린 비는 두둑 깊숙이 들어있는 감자에게는 달콤한 비가 될 것 같습니다. 다음 주쯤에는 싹이 바깥으로 올라오길 기대해 봅니다.     


두 번째가 되는 오늘 수업은 텃밭 만들기와 쌈채류 파종이 있었습니다. 강사는 이종준 선생님입니다.     

제 작년 초겨울에 저는 월동 식물을 키워보려고 급히 밭 한쪽에 텃밭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옆집이 만든 밭의 흉내를 내고, 월동 배추며 시금치를 심었습니다. 그런데 싹은 나는데 봄이 되도록 1cm 이상 크지를 않았습니다. 제가 만든 텃밭에 뭐가 잘못되었는지... 오늘은 그래서 기대가 많이 되었던 수업이었습니다.    


강사님은 병 두 개를 가지고 오셨고 그 안에는 작은 알갱이 구슬들이 차 있었습니다. 같은 양의 알갱이들인데 한쪽은 더 많이 보이고 다른 한쪽은 적게 보였습니다. 그 차이는 한쪽은 알갱이들이 몇 개씩 모여서 큰 덩어리가 되어 덩어리들 사이에 빈 공간이 많았습니다.(이런 것을 떼알구조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부피가 더 많게 보인 것입니다.      


그 빈 공간 곳곳에 물이며 공기가 들어 있어야 좋은 흙이 된답니다. 제가 만들었던 텃밭은 그런 공간이 없었고 거기에 물을 뿌리니 마른 뒤에는 딱딱하게 굳었습니다.       


저는 물을 뿌리는 것도 호스를 사용하였습니다. 강사님 말씀은 물 뿌릴 때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가능하면 잎에 물이 튀지 않게 하며, 물 조리개를 사용하고 겉에만 주지 말고 적어도 세 차례에 걸쳐 안 깊숙한 곳까지 물이 충분히 스며들 때까지 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텃밭을 만들고는 그 위로 지나 다지니 않아야 한다는 것도 반성할 점입니다. 저는 텃밭 간격을 너무 넓게 잡아서 한 발은 텃밭을 디디고 넘어 다녔습니다. 밭의 흙이 마치 솜이불처럼 푹신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식물의 뿌리가 매우 강한 줄 알았는데, 그것은 야생에서 자란 식물들이 그렇고 우리가 텃밭에서 키우는 식물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은 텃밭의 이랑이 큰 것을 만들었습니다. 지난번 감자밭은 두둑이 50cm 정도 고랑이 20cm 정도였는데, 오늘 만든 상추 텃밭은 1m 20cm 정도의 두둑과 20cm 정도의 고랑이었습니다. 두둑의 넓이는 자신의 손이 미치는 범위를 생각하여 1m 이상 폭으로 만들면 된답니다. 너무 넓어서 발을 디뎌야 하거나 손을 짚어야 한다면 안 됩니다.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식물은 넓은 이랑을 만들고 물을 적게 먹는 식물, 즉 건조하게 키워야 하는 식물(감자나, 고구마, 고추 등)은 좁은 이랑을 만듭니다. 농사 경험이 없는 저에게는 성경 말씀과도 같은 가르침입니다.     

저희 밭은 돌이 많아서 자갈을 구분해서 제거하는데 힘이 드는데, 강사님 말씀 중에 주먹 반보다 작은 돌들은 밭에 그냥 두어도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 돌들이 공극을 만들고 물을 저장하고 또 밭이 건조하게 되는 것을 막기도 한다고 합니다. 요즘은 시간이 돈인데 이러한 지식은 저에게는 큰 금액의 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텃밭을 만들 때 바닥에 넣는 비료, 즉 기비는 어느 깊이로 하면 좋은지 많은 질문과 강사님의 답변이 있었습니다. 명확한 답변은 하지 않으셨으나 너무 깊이 파면, 예를 들면 20-30cm 정도를 파면 그 안에 살던 좋은 미생물이 다 죽는답니다. 그러므로 10cm나 15cm까지만 파고 비료를 묻고 그 아래는 미생물들이 스스로 흙을 만들어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저는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결국 흙 사이에 공간이 충분이 확보되도록 하여 거기에 물을 담고 공기를 담게 하려면 인간의 힘보다는 자연의 힘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야겠습니다. 액비를 뿌리고 em 섞은 물을 뿌리고 또 뿌리가 깊이 자라는 식물을 함께 심거나 하여 몇 년에 걸쳐 좋은 흙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러 종류의 상추 씨앗을 밭에 뿌리는 연습도 하였습니다. 아주 상추 작은 씨앗에 흙을 섞어서 분량을 늘리는 것은 신기했습니다. 씨앗의 3배 이하 깊이로 묻어야 하며, 조그만 씨앗들은 깊이 묻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냥 밭에 뿌려서 햇빛을 직접 보게 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상추는 광발아를 한답니다. 오늘은 줄 뿌리기와 흩어 뿌리기 실습을 하였습니다.


줄 뿌리기에서 줄 사이의 간격은 상추 크기 정도, 즉 15cm 정도가 좋고 상추가 자라면 속아내면서 관리를 합니다. 봄 파종 시에는 잘 자라난 상추부터 솎아내서 먹고 가을 파종 시에는 잘 못 자라난 상추부터 솎아내 먹는 답니다. 솎아내는 일도 큰일인데 유의해야 할 방법입니다.     


지금은 상추 씨앗을 심는 시기이고 모종은 5월 5일경부터 한다고 합니다. 그쯤 되면 날씨가 확실히 따뜻해지기 때문이지요. 지금은 가끔 쌀쌀하기도 하니 모종이 냉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고추나 가지 등은 직접 씨앗부터 뿌려서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나 그러기 위해서는 2월부터 준비를 해야 되고 비닐하우스에 열선까지 갖추어야 하니 보통일이 아닙니다.     


퇴비도 함부로 쓰면 안 되고 미숙퇴비인지, 완숙퇴비인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미숙퇴비는 2주 정도 완숙 기간을 거쳐서 사용해야 됩니다. 이 세상에 간단하고 쉽게 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옛날에는 모든 국민이 농부였고 누구나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농사일은 안 그런 줄 알았는데, 역시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실습수업을 마치고 포도농장 견학을 갔습니다. 하우스 포도 농장인데도 넓어서 그런지 통풍이 잘되고 시원했습니다. 포도나무 두께에서 놀라고, 그 규모에서 놀랐습니다. 또 나무 하나를 높이 1m 정도 길이 3m 정도로 질서 있게 배열하여 마치 군대에서 병사들 다루듯이, 공장에서 상품을 만들듯이 포도를 생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반주(반칸) 분량의 포도를 분양받았습니다. 저는 지인의 소개로 캠벨 포도 1칸(7만 원)과 청포도 1칸(10만 원)을 별도로 신청했었습니다. 농장에 가니 청포도는 선정에서 탈락했답니다. 그래서 5만 원을 더 내고 베니바라드(적포도)를 분양받았습니다. 포도 농장에 자주 가지는 않지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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