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경영학과 교수였다면

100가지 창의적인 비즈니스 시나리오 (8)

by 조은여울

마케팅의 고전이라 불리는 AIDA (Attention 주의 → Interest 흥미 → Desire 욕구 → Action 행동) 모델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인식하고 구매에 이르는 기본적인 사고 흐름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이는 한때 효율적인 판매 전환을 위한 핵심 프레임워크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소비자는 더 이상 단순히 '보는 순간 사고 끝내는' 존재가 아니다. 정보 탐색의 용이성과 소셜미디어의 발달은 소비자를 극도로 신중하고 능동적인 주체로 변화시켰다. 브랜드를 발견하는 순간부터, 수많은 대안과 비교하고, 실제 사용자들의 후기를 탐색하며, 구매 후에도 브랜드와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복잡다단한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이다. 고객 여정은 단순한 '구매 전환'을 넘어, 고객이 브랜드와 맺는 장기적이고 관계 중심적인 상호작용 전체를 조망하는 현대 마케팅의 필수 불가결한 프레임워크이다. AIDA가 단기적인 행동 유도에 초점을 맞춘다면, 고객 여정은 '브랜드 발견'부터 '재구매', 나아가 '추천'에 이르는 전 과정을 포괄한다.


고객 여정은 보통 Awareness → Consideration → Purchase → Retention → Advocacy의 다섯 가지 핵심 단계로 구분되며, 각 단계는 고객의 니즈와 브랜드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된다.


▷글로벌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로 보는 고객 여정의 다섯 단계


고객 여정의 첫 번째 Awareness(인지) 단계에서는 고객이 브랜드의 존재를 처음 인식한다. 광고, SNS 콘텐츠, 리뷰 등 브랜드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짓는 접점이 이 시기다. 스타벅스는 주요 도심이나 상업 지구 등 핵심 위치에 전략적으로 매장을 배치하여 높은 가시성을 확보한다. 시즌 한정판 컵 디자인이나 독특한 신메뉴 출시를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다음으로 Consideration(고려) 단계에서는 고객이 여러 브랜드를 비교하며 '이 브랜드가 나에게 맞을까?'를 고민한다. 검색, 후기, 유튜브 리뷰 등을 통해 브랜드의 진정성과 품질을 평가한다. 스타벅스는 매장 내에서 무료 Wi-Fi와 쾌적한 테이블 공간을 제공하여 '제3의 공간'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체험하게 한다. 또한 윤리적 원두 구매 정책(C.A.F.E. Practices)을 홍보하여 품질과 윤리성을 강조한다.


그 후 Purchase(구매) 단계는 고객이 실제 행동(구매)을 실행하는 단계이다. 편리하고 매끄러운 결제 경험을 제공하여 행동의 장벽을 최소하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벅스는 사이렌 오더(모바일 주문 및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여 고객의 대기 시간을 줄이고 편리성을 높인다. 스타벅스 카드를 통한 간편한 결제 및 충전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매 단계에서 소비자의 행동이 일어나지만,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Retention(유지) 단계에서는 좋은 경험을 통해 고객이 브랜드에 만족하고 다시 구매하도록 만든다. 이 단계가 바로 '충성도'를 쌓는 핵심 구간이다. '스타벅스 리워드' 멤버십 프로그램을 통해 음료 구매 시 별을 적립하게 하고, 등급별 무료 음료 쿠폰이나 생일 혜택 등을 제공하여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한다.


그리고 마지막 Advocacy(추천) 단계에서는 브랜드 팬으로 발전한 고객이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홍보하고, 다른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스타벅스는 한정판 MD(텀블러, 다이어리 등)를 출시하여 고객들이 이를 수집하고 인증샷을 SNS에 공유하도록 유도한다. 환경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며 브랜드 가치에 공감하는 팬덤을 구축한다.


결국 AIDA가 '구매 전환' 중심의 단기 모델이라면, 고객 여정은 '관계 중심'의 장기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 마케팅의 초점은 단순히 구매를 유도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고객이 브랜드와 어떤 경험을 하고, 다시 돌아오며,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게 만드는가. 이것이 진정한 마케팅의 힘이다. 브랜드는 고객 여정을 이해할수록 더 정교하고 인간적인 마케팅 전략을 설계할 수 있다.


Roadmap.png 스타벅스로 보는 고객 여정, 이미지 출처 www.starbucks.co.kr


▷글로벌 히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로 보는 고객 여정의 다섯 단계


애니메이션 산업, 특히 '귀멸의 칼날'과 같은 강력한 IP(지식재산권)를 가진 콘텐츠는 고객 여정 모델을 설명하는 데 매우 훌륭한 예시가 된다.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팬덤 구축'이라는 관계 중심 마케팅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1. Awareness(인지)

'귀멸의 칼날'의 인지 단계는 제작사(유포터블)의 압도적인 작화 퀄리티 자체가 바이럴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면서 시작된다. 고객들은 화려한 액션과 영상미에 대한 입소문이나, 신규 시즌 및 극장판 개봉 시 진행되는 대규모 예고편 공개를 통해 콘텐츠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다. 글로벌 OTT 플랫폼(넷플릭스 등)을 통한 동시 배포는 접근성을 높여 인지 효과를 극대화한다.


2. Consideration(고려)

이 단계에서 고객은 콘텐츠 시청 여부를 결정한다. 귀멸의 칼날은 유튜브 클립이나 팬들의 '인생 애니' 추천 등 실제 시청 경험에 대한 강력한 후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복잡하지 않은 전투 시스템과 명확한 스토리텔링으로 '진입 장벽'을 낮추어 새로운 고객이 쉽게 시청을 시작하도록 유도한다.


3. Purchase(구매)

고객이 콘텐츠에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는 단계이다. 이는 TV 방영분 시청을 넘어, 극장판 특별 상영(4DX 등)을 통해 프리미엄 콘텐츠 경험에 지갑을 여는 행위로 나타난다. 정식 만화책이나 공식 OST를 구매하는 것 역시 콘텐츠에 대한 소유욕을 충족시키는 구매 행동이다.


4. Retention(유지)

콘텐츠에 대한 몰입을 유지하고 다음 시즌을 기다리게 만드는 단계이다. 귀멸의 칼날은 시즌 간의 공백기에도 팝업스토어, 특별 전시회 등을 열어 팬들이 '세계관' 속에 계속 머무르도록 만든다. 특히 다양한 캐릭터 상품(굿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여 팬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고 팬덤을 강력하게 유지한다.


5. Advocacy(추천)

열렬한 팬이 되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홍보하고 새로운 고객을 유입시키는 단계이다. 팬들은 코스프레, 팬아트, 밈(Meme) 등을 제작하여 소셜 미디어에 끊임없이 공유하는 UGC(User-Generated Content) 마케팅을 극대화한다. 친구나 지인에게 적극적으로 시청을 권유하는 강력한 구전 효과는 새로운 잠재 고객에게 가장 설득력 있는 추천으로 작용한다.


결론적으로, 귀멸의 칼날 사례는 고객을 단순한 시청자(Customer)에서 브랜드를 대변하는 팬(Advocate)으로 전환시키는, 콘텐츠 IP를 활용한 '관계 중심'의 마케팅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장에서 살펴본 AIDA 모델이 단기적 구매 전환에 초점을 맞춘 고전적 프레임워크라면, 이번 사례를 통해 본 고객 여정은 현대 마케팅에서 요구되는 장기적 관계 관리와 팬덤 구축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는 곧 경영학, 특히 마케팅 분야에서 시대가 흐르면서 기법이 점점 진화하고 복잡해진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하지만 전통적 기법 역시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토대가 되며, 이를 기반으로 더 정교하고 효과적인 전략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현재의 마케팅 이론은 서로 보완적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내가 만약 경영학과 교수였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