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
나는 코네티컷에 오기 전 하와이주립대 University of Hawaii at Manoa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며칠 전 아현시장에 있는 막걸리 양조장에서 전통주 시음을 했는데 우연히 만나 콜로라도에 온 할머니, 할아버지와 합석을 하였다. 그런데 이 할머니는 하와이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동문이었다. 코네티컷에서 9년 간 살면서 하와이주립대 동문을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는데 아현시장에서 하와이 동문을 만나다니 참으로 What a Small World이다.
한국에 살 때는 와인이나 유럽맥주를 참 좋아했었는데 외국에 살다 보니 이제는 한국 전통주도 너무나 그립다. 그리하여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전통주 체험 프로그램을 신청하였다. 2호선 아현역에 내려 전통시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천장이 완전히 막혀있어서 참으로 마음에 든다. 비가 오면 이용하기 불편한 전통시장이 전국적으로 너무나 많다. 가능하면 전통시장을 리모델링할 때 천장을 완전히 막는 편을 좋을 듯하다.
그렇게 겨우겨우 도착한 작은 막걸리 양조장, 백구생. 1인 업장이라 아주 작은 양의 막걸리를 사장님 혼자서 수작업으로 양조하신다. 나는 유럽을 여행할 때 가능하면 현지에서 제조된 술을 마신다. 물론 가성비를 생각한다면 대기업 공장에서 제조되는 술이 최고지만, 모든 식당이 비슷비슷한 술을 파는 국가는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다양한 전통주를 설명하시는 친절한 사장님. 스파이가 한 명 숨어있다.
개인적으로 화요나 고구마 소주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겨울이라는 이름의 소주는 대만족이었다. 이런 훌륭한 술들이 유통망이 없어서 소비자들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조금씩 조금씩 마셨는데도 10잔 정도 마시니 취기가 올라왔다. 그렇게 취기가 올라오고 참석자들끼리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는데, 어이없게도 내 옆에 계셨던 콜로라도 할머니가 대학원 동문이었다. 세상 참 좁구나.
우리 두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
What a Small World!
술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다. 프로그램의 마지막이 되니 분위기가 아주 화기애애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