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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건 Aug 30. 2024

이상원 개인전.

을 다녀오며

감상문이 아니다. 일기이다.


그저께 어김없이 인터넷을 뒤지다가 한 릴스를 보게 되었다. 파란색 물감으로 칠해진 캔버스 한가운데 요트가 그려진 그림이었다. 작게 그려진 요트를 섬세하게 매운 자그마한 사람들의 모습. 평소에도 오밀조밀한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그 그림은 충분히 흥미를 느낄만하였다. 


이상원 작가

그 그림을 그린 작가의 이름이었고, 마침 경기도 하남에 있는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었다. 갤러리는 집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었다. 평소라면 절대 가지 않았을 나지만, 이번 여름까지 의미 있는 활동을 하지 않은 자신에 대한 반성일까, 곧바로 같이 갈 사람을 구하였다. 고등학교 때 친구가 흔쾌히 수락하였다. 같이 갈 사람을 구하지 않았다면, 혼자라도 갈 생각이었다. 막상 같이 갈 사람이 생기니 '혼자 가지 않아 다행이구나' 하며 되뇌었다. 혼자 다니면 외롭다. 즐거운 것을 보아도 이야기할 대상이 없으면, 쓸쓸하다. 그렇게 오늘 든든한 지원군과 함께 집을 나섰다. 


버스 타고 1시간, 전철 타고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버스를 놓쳐서 지하철을 타게 되었다. 점심때 즈음 만났기에 우리 둘은 밥을 먹기로 하였다. 몇 개 식당 리스트를 뽑아서 친구에게 보내주었고, 파스타를 먹자는 대답이 돌아왔다. 미사 역에서 내려서 우리는 파스타를 먹고 나왔다. 배부르니 기분이 좋아 우리는 갤러리까지 걸어가기로 하였다.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지만, 둘 다 걷는 걸 좋아하니 걸어가기로 했다. 사실 갤러리까지 가는 버스가 오기까지 40분이나 걸려서, 걸어가는 거였다. 

날씨는 맑음.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에 우리는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빛을 온몸으로 느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자 둘이 모이면 하는 흔한 연애 이야기, 이상형 이야기, 대학교 이야기, 취업 이야기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는데 기분이 좋았다. 미사역 근처에서 횡단보도를 기다리며 신도시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똑같이 생긴 아파트와 리버스울트라 어쩌고 칸트빌 등 별의별 영어를 다 붙인 아파트 이름, 똑같은 분위기의 상가들. 

둘 다 똑같음을 싫어하기에 구시렁구시렁거리면서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20분 정도 걸었을까 한적한 단독주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주택들을 보니 작년 초에 그 친구와 다녀온 일본이 생각이 났다. 20분밖에 안 걸었는데도 다른 분위기의 거리가 나온다. 걷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갤러리에 도착하고 그림을 감상하였다. 덥고 꽤 멀었지만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재밌는 화법이었다. (그림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물감을 캔버스에 짜서 덩어리감을 표현하는 기법이 재미있었다.

사람을 뭉개듯이 그리지만, 알아볼 수 있었다는 게 신기했다.  엄청나게 섬세한 그림이 있는가 하면, 무척 거친 작품도 있었다.  똑같이 물에 뜬 사람을 표현해도 어떤 사람은 바닷물과 섞이게 그리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덩어리째로 캔버스에 붙이듯이 그렸다. 그림을 다시 배우고 싶다는, 다시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에 잠긴 채 수영하는 사람과 튜브에 떠 있는 사람

이 두 사람을 그리는데 서로 다른 표현법이 사용되었다. 이게 전시회를 보는 데 계속 눈에 띄었다.

릴스에서 본, 여기에 오게 된 계기인 작품이다. 넓은 캔버스에 저 요트 한 척만 떡하니 있었다. 사진에 보이진 않지만, 낚싯대의 찌, 셀카를 찍는 사람의 휴대폰 등 그림을 코 앞에 두고 보아야만 보이는 섬세함이 숨어있었다.









이전 그림에는 섬세함이 숨어있었다면,  이 그림은 거친 느낌이 들었다. 가까이서 봤을 때, 솔직히 알아보기 힘들었다. 저기 서 있는 나시에 청바지를 입은 사람이 가수고, 여긴 콘서트 현장이구나 만 알아볼 수 있었다.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생각나는 그림이었다. 멀리서 보니 관중들이 보였다. 












전시회를 다 관람하고, 빈 손으로 나오기 뭐 해 엽서 하나를 샀다. 'floating family'라는 그림이 담긴 엽서 하나를 샀다. 친구도 똑같은 걸 샀다. 갤러리에 들어가기 전 생수를 샀던 편의점에서 하이볼을 하나씩 사서, 편의점 앞 의자에 앉았다. 아까 하다만 이상형 이야기가 나왔다.  내 이상형은 노래방 18번 곡이 이상은의 '언젠가는'인 여자이다. 친구는 '언젠가는' 이란 노래를 모른다고 말하였다. 그래서 들려주었다. 들려주니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다고 하였다. '언젠가는'을 노래방에서 자신 있게 부를 수 있는 여자라면 나와 통하는 게 많을 것 같다고.  알딸딸하니 내친김에 이상형 관련해서 내가 쓴 이야기도 보여주었다. 그게 내 첫 글인 "느낌"이다. 설렌다고 하더라, 그 말이 참 기분 좋았다. 아무래도 글 쓰는 거에 재미를 붙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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