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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건 Sep 19. 2024

철학 배우기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Cogito, ergo sum)

철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전부터 계속해오던 생각이었지만, 오늘부터 (내일이 되기까지 22분 전이긴 하지만) 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양한 분야들의 학문이 있다. 과학, 수학, 철학, 음악사학, 경영학, 교육학 등등등...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학문이 있지만 왜 철학인가?

이유는 별거 없다. 배울 필요를 느꼈기 때문에. 어째서 배울 필요를 느꼈는가? 더 별거 없다. 영화나 책을 더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V




나는 영화 보는 것(혹은 책 읽기)을 굉장히 좋아한다. 이번 연휴 3일 동안 영화 4편을 보았다. 이 정도면 꽤 자주 본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영화를 보고 생각하는 것도 좋아한다. 생각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더더욱 좋아한다. 그리고 단순히 '스토리가 좋다. 연출이 좋다.'의 이야기가 아닌, 뭔가 더 구체적인, 감독의 의도를 파악한 것 같은 그런 멋지고, 철학적이고, 똑똑해 보이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런데 이런 똑똑한 이야기를 하려면, 아는 게 많아야 한다. 그리고 생각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이런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철학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오늘 '테넷'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가 매우 어렵다. 150분짜리 영화를 보고, 해석을 보는데 50분을 훌쩍 소비하였다. 영화는 물리학은 물론이거니와 할아버지 역설, 자유의지, 결정론에 관한 짧은 이야기도 나온다. 영화를 다 보고 너무 어려워서 이것저것 찾아보았다. 물리학, 엔트로피, 양자 역학 같은 이야기는 이해 못 할 것이 분명하니 넘겼고 자유의지에 관해서 찾아보게 되었다. 

몇십 페이지나 되는 양의 정보가 있다. 하나같이 다 어려운 얘기였다. 실존주의, 리벳실험, 결정론 등등 파고파고 들어가도, 끝이 없었다. 이걸 다 이해하려면 한 달은 걸릴 것 같았다. 분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궁금한 것은 바로 검색해 보는 습관이 있다. (아버지도 종종 그러시는데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검색을 해서 이해가 되면 기분이 좋다. 그런데 이해가 안 되면 분하다. 오늘은 그 분함이 오래가더라, 그래서 철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똑똑해지고(혹은 똑똑해 보이고) 싶었다.  그리고 철학을 공부한다면, 책이나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이유도 비슷하다. 철학은 사고의 영역을 넓혀준다. 애매모호, 추상적인 말이라고 생각할 수 또 있다. 그런데 정말 그렇다. 모든 지식의 바탕이 되어주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사고의 영역을 넓혀준다'를 쉽게 풀어서 써보면,  '생각을 더 잘할 수 있게 해 준다.'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생각하는 법, 뭐 별거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나도 대학교 들어가서 느낀 것 같다. 나의 생각하는 능력이 얼마나 빈약한지, 그리고 그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능력은 얼마나 더 빈약한지. 그래서 생각하는 능력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철학은 굉장히 넓고 깊숙하게 우리의 삶에 침투해 있다. 인생과 밀접한 학문이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에 왜?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시작하는 학문이다. 질문으로 시작하는 학문이다 보니, 생각의 그릇이 넓어질 수밖에 없다.  철학을 모르면 생각의 그릇은 작아지고, 인생의 반경도 좁아진다. 사고의 영역이 넓어지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서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꽤나 즐겁다.   


철학을 공부하기로 생각한 지 꽤 됐다고 앞서 얘기했었다. 가장 큰 영향은 하루키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 몇 년 전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책으로 입문해서 나의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된. 하루키의 책은 어렵다. 오늘 본 '테넷' 보다 훨씬 어렵다. 이데아, 관념, 자아 등 추상적인 개념이 하루키 소설의 토대가 된다. 이 사람의 책을 읽으면서, 모르는 점도 많았고, 책을 읽는 시간보다 관련 내용을 찾아보는 시간이 더 길었을 때가 있다. 철학에 친숙해지면, 하루키 소설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하루키 소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책과 영화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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