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한 향수(鄕愁)를 담은 향수(香水)

보틀부터 향기까지, 상상 속 노스탤지어를 담은 오디티 프래그런스

by 퍼퓸그라피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를 고를 텐가. 이 질문을 언제 받든 ‘지금’을 가장 좋아하는 나로서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야 한다. 과거에 대한 아쉬움이 없지만 애틋한 장면은 분명히 있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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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품에 안기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던 어린 시절, 그래서인지 까슬거리는 여름 잠옷을 입은 채로 나를 꼬옥 안아주었던 엄마의 가슴팍이 그 감촉 그대로 떠오를 때가 있다. 차가운 옷감 뒤로 은은하게 느껴지던 그녀의 온기와 심장 소리. 어린 나는 그 순간이 쑥스러웠는지 눈앞에 있는 금목걸이의 네모난 펜던트를 만지작거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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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놀이터 근처에서 마주치는 초등학생들을 보면 그때의 나를 떠올리곤 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기억보다는 상상에 가깝다.


모래가 잔뜩 묻은 손바닥, 주머니 속에서 진득하게 녹은 캐러멜, 혓바닥이 새빨갛게 물들도록 녹여 먹던 미끈한 막대사탕 단면, 아이스크림은 안되고 얼린 요거트는 되던 엄격한 간식 타임, 잘게 씹히는 딸기 씨앗과 함께 사각거리는 요거트의 식감, 햇살에 데워져 따뜻하지만 등을 대고 누우면 축축한 흙 내음이 천천히 올라오는 잔디밭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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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는 종종 그 순간의 감정과 추억, 그리고 그 시간 속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조향사 David Cheieze는 이 애틋한 질감을 델루루(Delulu)의 향기로 담은 듯하다.


이 향수를 뿌릴 때마다 어린 시절 달콤하고 행복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이 또한 기억보다는 상상에 가까울 수 있다. 그러나 이토록 마음이 뭉클한 이유는 분명 우리의 지난날에 있었던 감촉들이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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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러스라곤 오렌지와 레몬밖에 몰랐지만, 델루루가 건네는 베르가못과 만다린의 싱그러운 산미는 뭣 모르던 어린 시절의 생기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톡 쏘는 자극에 이어 몸서리치게 좋은 달콤함이 나를 그 향취 속으로 강하게 끌어 당긴다. 끈적이지 않는 스트로베리, 라즈베리, 블랙커런트의 과육이 거부할 수 없는 매력 포인트다.


작열하는 태양이 밉지 않은 한여름날의 밝은 장면이 떠오르지만, 당장이라도 바다에 빠지고 싶은 날보다는 해변 그늘에 앉아 반짝이는 윤슬을 바라보기 좋은 날에 어울린다.


상큼 달콤한 향기는 오래지 않아 편안하고 차분한 향으로 변하는데, 베이스에 보드랍게 깔린 머스크는 선선한 바람에 실려 오면 돌아보지 않을 수 없을 만큼 포근하게 느껴진다. 오디티 프래그런스가 특히 잘하는 포인트기도 하다.



낭만, 그리움, 애착, 추억.


이 단어들을 온몸으로 끌어안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잊을 수 없는 향기다. 이제는 하루가 얼른 가버렸으면 하는 어른이 되었지만,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던 때가 나에게도 있었다. 때로는 눈물도 흘리고, 어떤 날은 함박웃음을 짓기도 하면서 지금의 나를 만든 시간들. 그때를 떠올리면 괜히 힘이 난다.


이름 그대로 상상 속 노스탤지어를 아주 예쁘게 담아낸 오디티 프래그런스의 ‘델루루’. 이 향수(香水)가 불러일으키는 향수(鄕愁)는 결코 슬프지 않다.


Editor. Soni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