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눈이 많이 왔다.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방 안에 누워 계셨다.
가만히 떠나는 순간,
밖에는 폭설이 내리고 있었고,
그 눈 속에 할머니의 목소리만 남은 듯했다.
나는 그것을 기억하려 했고,
그것이 내게 남아 있었다.
할머니의 방,
나는 그 방을 그대로 두고 싶었다.
공기 속에는 여전히 할머니의 손끝,
온기와 웃음이 떠돌고 있었다.
그 방이 열려 있으면,
할머니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싶어
문을 열어두곤 했던 시간들.
하지만 이제 그 방은 비어 있었다.
여름이 되어,
햇살이 너무 무겁게 내려앉는다.
나무는 푸르게 자라고,
길은 눈부시게 환해진다.
하지만 그때마다
할머니의 방을 떠올린다.
빈 의자와 빈 침대,
그리고 그 방을 가득 채우던 기억들이
내게는 여전히 존재한다.
할머니는 떠났지만,
그 방에 남겨진 것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기억 속에서,
나는 여전히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그 손끝에서 나는 따뜻함을 느낀다.
그 방에 들어가면
할머니의 온기가 나를 감싼다.
할머니의 방은 이제
내가 지키고 있다.
그 방을 지키며
나는 조금씩 살아가고,
할머니가 남긴 그 사랑을
이제 내가 이어받고 있다.
누군가를 잃고 나면,
우리는 그 자리를 비워두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빈자리는
더 이상 비어 있지 않다.
그 자리는 사랑으로 채워지고,
시간은 그 사랑을 간직한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가 남긴 그 사랑을 믿는다.
할머니의 방은 비어 있지만,
그곳에서 나는 다시
할머니를 느낀다.
그 방을 떠올리면
어딘가에서 할머니의 미소가
빛처럼 퍼져 나오는 것 같다.
그 미소가 나를 부르고,
나를 감싸고,
내가 다시 그리워하는 모든 것을
한 번 더 품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