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에 대한 변명

by 난화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불을 털어 햇볕 위에 눕히고,

그 안에 나를 눕혔다.

그게 오늘의 전부였다.


물잔에 물을 따라 마시고,

식탁 위 먼지를 본다.

그걸 닦지 않은 채 오래 바라보는 것도

가끔은 괜찮다고 믿기로 했다.


시간은 내가 무언가를 할 때보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더 천천히 지나가는 것 같아서

가끔은 그게 마음에 들기도 한다.


너무 오래 달린 구두가 닳듯,

너무 자주 웃은 얼굴엔 균열이 간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덜 예의바른 사람이 되기로 했다.

기지개도 펴지 않고,

알림도 끄고,

하루의 안부에만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게으름은 말이 없다.

그건 아주 느리게 미끄러지는 평화라서,

이럴 땐 죄책감도

이불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이런 날의 나도,

무너지지 않았고,

사라지지 않았다.

그냥 조금,

천천히 숨 쉬었을 뿐이다.

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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