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 없이 흐르는 초전도체

by 난화

나는 전기 요금 고지서를 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한 달 사이에 만 원이 더 나왔다. 어디서 새는 걸까? 전기 요금을 보면 늘 그런 생각이 든다. 세상엔 왜 이렇게 저항이 많은 걸까?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전선 속에는 전기 저항이 있고, 사람들 사이에는 감정의 저항이 있다. 말에는 오해가 있고, 마음에는 벽이 서 있다. 왜 우리는 이렇게 마찰을 피할 수 없는 걸까? 그런데, 정말로 ‘저항이 없는 상태’가 존재한다면?


초전도체의 마법

‘초전도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저 멋진 말인 줄 알았다. ‘전기가 마찰 없이 흐르는 물질’, 그것만으로도 신기하게 들렸다. 전기는 물처럼 흐를 수 있을까? 마치 빛처럼, 사랑처럼, 끝없이 이어질 수 있을까?


초전도체는 바로 그런 물질이다. 전기가 흐를 때, 아무런 저항 없이, 마치 물이 흘러가듯이, 영원히 흐를 수 있는 물질. 만약 이 물질이 우리 손에 들어온다면, 모든 전기 시스템은 혁명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저항 없는 세상?

우리는 흔히 전기가 흐를 때마다 전선에서 열이 발생하는 걸 본다. 그 열은 바로 전자들이 전선 속 원자들과 부딪히며 손실되는 에너지다. 이것이 바로 전기 저항이다. 전선은 전기를 잘 흐르게 하지만, 그 흐름을 막는 저항도 함께 가진다.


그런데 초전도체는 다르다. 초전도체는 전자가 ‘쿠퍼 쌍’이라는 특별한 형태로 묶여서, 전선 속을 아무런 방해 없이 지나간다. 이때 전기는 완전히 저항 없이,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유롭게 흐른다. 하지만 이 마법은 특정 온도 이하에서만 일어난다. 초전도체는 보통 -200도에서만 그 특성을 나타낸다. 이 온도에서는 물질이 전자와 전자가 충돌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상온 초전도체의 발견

그런데, 얼마 전, 상온에서도 초전도체가 가능하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상온 초전도체라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 발표는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상온에서 전기가 저항 없이 흐를 수 있다면, 우리가 아는 모든 전력 시스템이 바뀔 수 있었다. 배터리 충전 속도는 폭발적으로 빨라지고, 전력 손실도 없어지고, 고속 열차는 공중을 떠서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열광은 잠시였다. 며칠 뒤, 그 발견이 오류였다고 발표되었다. “잘못된 계산이었다.” “재현되지 않는다.” 연구 결과는 결국 다시 얼음장 속에 갇혔다. 과학계는 잠시 숨을 고르며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왜 초전도체인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믿는다. 언젠가는 정말로 상온 초전도체가 등장할 것이라고. 왜냐하면 그것은 단순한 전기의 문제가 아니다. 초전도체가 현실이 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전기’라는 문제로 고민하지 않게 된다. 우리는 전기를 다루는 방식이 아니라, ‘에너지 효율’을 다루게 될 것이다. 상온 초전도체가 가능해지면, 전력 손실은 사라지고, 기차는 하늘을 나는 것처럼 빠르고, 우리의 기술은 마법처럼 발전할 것이다.


전기와 관련된 기존의 문제들이 해결되면, 우리는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기차는 마찰 없이 공중을 떠서 빠르게 달리고, 전기는 손실 없이 전달되며, 배터리는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충전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우리의 삶을 더 적은 에너지로 더 편리하게, 더 빠르게 만들어 줄 것이다.


저항 없는 흐름을 꿈꾸며

나는 여전히 고지서를 들고 있다. 손끝에 느껴지는 작은 저항이, 마치 이 세상에서 나도 그 일부분인 듯하게 느껴진다. 전자들이 전선 속에서 마찰을 일으키며 흐를 때, 그 에너지가 우리에게 열로 돌아온다.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가며 이런 저항을 마주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 모든 저항이 사라질 날이 올까?


세상은 여전히 저항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상온 초전도체의 발견이 이루어진다면, 세상은 조금 달라질 것이다. 전기가 흐를 때, 저항 없이 흐르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도, 세상과 나 사이에도 마찰 없이 흐를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그날이 오면, 우리는 더 이상 지치지 않고, 영원히 흐를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우리는 초전도체처럼 마찰 없이 연결될 것이다. 그날이 바로 우리가 기다려온 ‘저항 없는 세계’가 될 것이다.


초전도체. 아직 오지 않은 온도의 이름. 세상을 변화시킬 가능성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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