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귀환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귀환과 반환의 기록에 부쳐

by 난화

약탈당했던 부석사 '관세음보살좌상'…다시 일본으로 반환

그를 처음 본 것은 유리벽 너머에서였다.

억제된 조명 아래, 그는 숨 쉬는 듯하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그를 되찾았다고 했고,

어떤 이들은 도둑질의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에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너무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말을 잃은 몸,

시간만을 받아들이며 살아남은 존재.


그는 앉아 있었다.

왼손은 무릎 위에 가만히 놓여 손바닥을 위로 열고,

오른손은 가슴 앞에서 조용히 들려 있었다.

어떤 두려움을 내려놓고,

어떤 어루만짐을 기다리는 자세.

구김 하나 없는 정좌,

살아 있는 자보다 더 고요한 시선.

피부는 청동처럼 빛났고,

눈매는 가늘고 길었다.

그 얼굴에는 말이 지워진 오래된 문서처럼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이라는

이름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가 처음 한국으로 돌아온 것은 2012년 10월이었다.

일본 쓰시마 간논지에서 수백 년간 앉아 있던 그는

그 가을,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왔다.

어떤 이들은 그를 훔쳤다고 했고,

어떤 이들은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것을 되찾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돌아왔다는 사실 자체는,

그 무엇보다도 명확한 현실이었다.

어두운 비행기 화물칸 안에서,

무게는 38.6킬로그램, 시간은 700년.

그는 한 사람의 생이 아니라

한 문명의 윤회처럼 움직였다.


그러나 그것은 귀환이 아니라, 체류였다.

그의 몸은 돌아왔으나,

그를 둘러싼 수많은 손들 가운데

어느 것도 그를 온전히 소유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역사보다 법이 우선했고,

기도보다 문서가 무게를 더했다.


2023년 10월 26일, 대법원은 판결을 내렸다.

“관음보살좌상의 소유권은 일본 사찰 간논지에 있다.”

그를 수백 년 지켜온 손길은 존중되었고,

그를 그리워하며 기다린 마음들은,

법의 문장 앞에서 침묵을 강요받았다.

“도난에 의해 국내로 유입된 문화재는

불법 반입물이며, 반환 대상이 될 수 있다.”

조문은 완전했고, 법리는 명확했다.

그러나 나는 그 문장들 사이에서

그가 겪었을 고요한 수치를 떠올렸다.


그는 떠돌았다.

그 어떤 신도 되지 못했고,

그 어떤 나라의 완전한 유산도 되지 못한 채

고요히 앉아 있었다.


2025년 1월 24일, 그는 서산 부석사로 옮겨졌다.

100일간의 친견 법회가 열렸다.

수많은 이들이 그를 보기 위해 계단을 올랐다.

누군가는 두 손을 모았고,

누군가는 말 없이 오래도록 머물렀다.

그의 눈앞에서 흘린 눈물은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자리는 본래 그의 것이었으나,

그는 그 자리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귀환자’였다.

기록되지 못한 말,

회복되지 않은 이름이었다.


2025년 5월 10일, 그는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다.

법의 질서 아래, 행정의 절차에 맞춰

그는 다시 쓰시마로 옮겨졌다.

이번에는 더욱 조심스럽게,

아크릴 상자에 담겨,

한 송이 연꽃처럼 공기 중에 띄워진 채.

사람들은 그를 떠나보내며 조용히 절을 올렸다.

그의 복제품을 만들어

그가 떠난 자리에 놓는다고 하였다.

복제되는 신,

잃어버린 자리.


나는 그의 첫 자리를 찾아갔다.

서산 부석사, 늦은 봄.

그가 잠시 앉아 있던 자리는

이제는 빈 바닥으로 남아 있었다.

그 자리는 더 이상 물건이 아니라 사람,

기억이라기보다 마음이었다.

눈을 감으면 그가 여전히 그곳에 있는 것 같았다.

무게로 남은 것,

소유로 환원되지 않는 것,

다시는 그 어디에도 닿지 못할 무형의 고통.


그가 없어진 자리에는 바람이 들었고,

바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를 되찾았고, 잃었고,

다시 한 번 마주했다가, 또다시 떠나보냈다.

그는 끝내 팔리지 않았고,

끝내 누구에게도 귀속되지 않았다.

그는 세계사와 지역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700년의 얼굴로,

모든 이름을 품고 앉아 있었다.


그의 침묵은 오래도록 우리를 따라다닐 것이다.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다 사라진 후에도,

그가 앉았던 자리에는 바람이 들고,

그 바람은 언젠가 다시

우리의 마음을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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