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러운 바다

by 난화

강릉 바다 앞에 선다

발끝까지 파도가 밀려와

묵은 생각 하나를 가져간다


바람은 짠내도 섞여 있지만

지금의 나는 그것마저 시원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토록 솔직한 공기를

얼마나 오래 기다려왔던가


해변을 걷는 발자국은

곧 지워질 것을 알면서도 또박또박 찍히고

나는 그 위에 마음을 놓아본다

무겁던 한 주의 말들,

나만 몰래 울고 있던 감정들까지


햇빛은 반짝이며 말한다

괜찮다고, 너 참 잘 버텼다고

다시 돌아가야 할 도시가 있더라도

이 바다는 네 편이 되어줄 거라고


그 말에 힘을 얻는다

어깨를 펴고,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쉬면

새로운 내가 몸 안으로 들어온다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맑은 나


오늘, 바다는 그저 바다였을 뿐인데

나는 거기서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얻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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