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끝에 있던 칼

by 난화

말은 가볍게 던져졌다.

혀끝에서 툭, 웃음 사이에 섞여 흘렀다.

그 사람은 아무렇지 않았다.

그 순간도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다.


하지만 너는 그 말을 밤까지 품었다.

지하철 창에 비친 얼굴로

‘내가 이상한 걸까’

‘정말 그런 사람인가’

몇 번이고 되뇌며, 되짚으며,

자신을 향해 천천히 칼을 뽑았다.


상처는 종종 너무 작아서

남 앞에 꺼내기조차 머쓱하다.

그렇지만 묘하게 오래간다.

한 줄의 말이

온몸을 식히고 하루를 휘감는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 사람이 술 마시고 한 말 갖고 뭘 신경써.”

“걔가 원래 말을 좀 그런 식으로 해.”

하지만 마음은

그렇게 간단히 덜어지지 않는다.


상처는 뇌보다 먼저 심장에 도착한다.

몸이 먼저 반응하고

그다음은 기억이 따라온다.

비슷한 말투, 익숙한 뉘앙스,

어린 날의 너,

울음을 삼켰던 그 순간들이 함께 되살아난다.


너는 그런 사람이었다.

상처를 품고도

말한 사람을 먼저 이해하려 애쓰던 사람,

‘내가 정말 그런 식으로 보여지려나’

‘내가 잘못한걸까’

자신을 먼저 의심하며

마음을 조용히 접어두던 사람.


하지만 아니다.

예민했던 것이 아니라,

세심했던 것이다.

상처를 두려워했고,

무엇보다 남에게 상처 주는 일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그 조심스러움이 너였다.


그날의 말은 너를 말해주지 않는다.

그건 네 일부가 아니라,

너에게 던져진 파편일 뿐이다.

너는 그것보다 오래 살아온 사람이고

더 무겁고 진실한 언어를 품어온 사람이다.

매 순간, 말이 닿을 사람을 먼저 떠올리며

한 음절, 한 표현을 고르던 사람이다.


그러니 기억해야 한다.

너는 상처받은 사람이지만

상처로만 이루어진 사람은 아니다.

그 날의 말이 너를 흔들 수는 있어도

결정지을 수는 없다.


세상은 무심히 말을 흘리고

그들은 곧 잊는다.

하지만 너는 잊지 못한다.

말의 무게를,

말이 향하던 방향을,

그 말이 지나간 자리를.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 또 다른 말에 무너질 때

너는 가장 먼저 알아볼 것이다.

그가 얼마나 버티고 있는지

그 마음이 얼마나 조용히 부서지고 있는지를.

말보다 먼저,

그의 마음을 안아줄 수 있는 사람

그게 너다.


그러니 잊지 마라.

말은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너는,

상처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단 한 번도,

그랬던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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