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의 파란불 신드롬

by 난화

솔직히 말하자면

팔고 싶었다

정확히는, 팔고 나서

아무 일 없던 날로 돌아가고 싶었다


미국은 망하지 않는다길래

나도 안 망할 줄 알았다

그땐 그게

이성인 줄 알았지


시장은

내가 잠든 새벽에 출근했고

나는 매일

자고 일어나

조금씩 더 가난해졌다


앱을 여는 손끝이 먼저 안다

오늘도 파랗다

차트는 말이 없지만

그 침묵이 더 선명하다


그래도 팔 수는 없다

이미 반토막인데

지금 팔면 손절이 아니라

자기부정이다


그래서 그냥 들고 간다

이쯤 되면 확신도 아니고

희망도 아니다

체념과 책임 사이 어딘가다


테슬라는 내 하루처럼 오르락내리락하고

애플은 묵묵히 버티고 있고

엔비디아는

내 계좌의 마지막 생존자다

불씨처럼 깜빡이며, 아직 살아 있다고 말해준다


가끔 상상한다

몇 년 뒤,

모두가 웃는 장에서

나는 조용히 앱을 켜고

잔잔히 웃을 수 있기를


그리고 누가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거다

“그땐 그냥,

너무 떨어져서

미친 척 기다려보기로 했지”


희망은

늘 늦게 오고

버팀은

늘 먼저 웃음거리가 된다


하지만 견딘 자에겐

가끔

반전이 온다


그러니까 개미들이여

우리는 지금

손해를 보는 중이 아니라

기억을 쌓는 중이다


불행히도, 아직은 파랗지만

다행히도, 아직은 팔지 않았다


이건 아직 끝이 아니고

우리가 버티는 한

늘 가능성의 1막이다

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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