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by 난화

나는 그 봄을 살지 않았다.

총성이 광장을 가르던 날,

누군가는 끝내 돌아오지 못한 자식을 기다렸고,

누군가는 무너진 건물의 그늘에서,

스무 살 생일을 맞았다.


나는 그 봄을 모른다.

광주의 오후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손을 맞잡고 울었는지,

뉴스가 외면한 진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끝내 눈을 감았는지.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살아 있는 이 시대가,

그들이 온몸으로 열어준 문턱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지금 이 자유, 지금 이 말,

지금 이 봄의 평온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안다.


교복을 입은 채 희생당한 이름들.

이름조차 기록되지 못한 손과 손.

나는 그들을 알지 못하지만

그들의 죽음 위에서 배웠고,

그들의 외침 위에서 자랐다.


민주주의는,

누군가의 죽음 위에서만 겨우 태어나는 것임을

나는 너무 늦게 알았다.

너무 고요하게 주어진 이 평화가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숨이었다는 걸

어른이 되어서야 이해했다.


나는 아직 살아 있다.

가벼운 말도 할 수 있고,

잘못된 것에 고개를 돌릴 자유도 있다.

그것이 운처럼 주어진 건 아니었다.

피가 흘렀고,

진실이 지워졌고,

끝내 되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기억하려 한다.

매년 오월이 오면

감사의 마음으로

부끄러운 마음으로

죄책감을 삼키며 눈을 뜬다.


그들의 희생은 끝났지만,

그들이 바라던 세계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늦게 도착한 자의 몫으로

기억하고,

기록하고,

사랑하며 살아간다.


그날의 진실이 완전히 밝혀지는 날까지.

그날의 이름들이 끝내 잊히지 않는 날까지.

우리의 오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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