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내내 늘 있는 비상재료
냉장고를 열었다.
양파가 세 개.
그중 두 개는 약간 상태가 불안정.
“오늘은 날 해결해 줘.”
라고 말하는 표정.
⸻
돼지고기 양파덮밥 (쯔유 버전)
양파는 얇게.
돼지고기 혹은 소고기.
냉동 삼겹도, 차돌도 다 되는 조합.
조금 급할수록 맛이 난다.
팬에 고기를 먼저 볶고
기름이 나오면 양파를 한가득 넣는다.
불은 중국집처럼 최고 세게.
내가 인덕션이 아닌 2구 가스레인지를 쓰는 이유.
쯔유를 한 바퀴.
물이 조금 생기고
양파가 투명해지다가
살짝 갈색으로 변하는 그 순간.
우리 강쥐의 최애 메뉴.
밥 위에 올린다.
단짠의 완성.
양파는 오늘, 조연이 아니다.
⸻
메인이 빛나려면
조용히 받쳐주는 존재들이 필요하다.
마치 프로젝트처럼.
나는 우리 팀원들에게 있어 그런 조연을 하고 싶다.
⸻
1. 된장찌개
기름진 덮밥의 균형추.
국물 한 숟가락이면
입안이 리셋된다.
자연스러운 양파의 단맛은 된찌의 킥.
양파가 또 들어가도 좋다.
우리는 오늘 양파의 날이니까.
⸻
2. 양파김치
아삭하고 매콤하게.
하룻밤 절인 양파는
삼겹살(차돌)의 베스트 파트너다.
덮밥 위에 살짝 얹어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
⸻
3. 피클
기름기를 정리하는 정리정돈 담당.
상큼함은
식탁의 회의주의자 같다.
“지금 너무 느끼한 거 아니야?”
하고 한 번씩 짚어준다.
⸻
4. 볶음밥
덮밥을 먹고
조금 남았을 때의 2차전.
덮밥 양 조절 실패날 급하게 쓰는 카드.
팬에 다진 양파를 다시 볶아
고기 기름을 한 번 더 활용한다.
생존메뉴 달걀 하나 추가하면
완전히 다른 메뉴가 된다.
⸻
양파의 미덕
맵지만 달고,
튀지 않지만 존재감 있다.
오늘 식탁은
거창하지 않지만
따뜻하다.
메인은 화려하고
사이드는 묵묵하다.
그리고 우리는
또 한 끼를 무사히 넘긴다.
오늘은 양파가 리더였습니다.
feat.
— 중딩 엄마,
고민으로 한 살 더 먹는 중